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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동치미막국수'집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40년전통 막국수가게의 비밀'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막국수 달인의 가게가 조작논란에 휘말린 겁니다. 방송에 40년 전통이라고 소개했는데 알고보니 새로 생긴 가게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출연자는 막국수 경력이 40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40년 경력이면 맛국수로는 '장인'급인데 왜 굳이 40년 전통을 내세워 본인과 방송국이 동반 망신을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 마힐로는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도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제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이 '황태'아니면 '막국수'입니다. 우린 주저없이 '막국수'를 선택했습니다. 요즘이 초여름
못지않게 더웠기 때문입니다. 살얼음이 떠있는 막국수는 더위에 입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참가한 회원이 80명에 달하다보니 식당 예약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예약한 곳이 '인제막국수'입니다.
대규모 인원이 모두 들어갈 만큼 인제에선 제법 큰 막국수집이라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인제에선 수십년된 막국수집이 즐비합니다. 웬만한 전통으로는 명함도 못내밉니다. 외지인들에게 '남북면옥', '합강막국수'라는 식당이 가장 유명하다는데 지역주민들이 주로 가는 식당은 '인제막국수'라고 합니다.
동네사람들이 알아주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겠죠.
메밀국수로 불리기도 하는 막국수는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지만 강원도 영동지방의 별미입니다. 이 집은 '동치미막국수'를 내놓는 집입니다. 자작나무숲길을 11km나 걸은 회원들에게 막국수만으로는 왠지 부족한듯해 메말전병과 만두, 그리고 수육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감자전'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주문 즉시 감자를 강판에 갈아 부쳐나오기 때문에 우리처럼 80명씩 오는팀에겐 균일한 맛을 유지하며 수량을 맞출 수 없다고 해서 그저 입맛만 다셨습니다.
청주에서도 가끔 막국수집을 찾아가지만 동치미막국수를 접한것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가격도 비교적 착합니다. 막국수 전문점으로는 이름이 쾌 알려진 문의 인근 '춘천막국수'보다도 저렴합니다. 재밌는 것은 이 집은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조절해서 먹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설탕을 뿌려 먹는것도 좋겠지만 난 식초만 넣었는데 막국수의 풍미가 입안에 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메밀전병도 은근히 맛있었지만 수육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내 맘에 쏙들었습니다. 한 상에 넷이 충분히 먹을 만큼 양도 푸짐할 뿐 아니라 방금 삶아 내놓은듯 촉촉한 수육은 잡내가 전혀 없고 쫄깃쫄깃한 식감 때문에 자꾸 손이 갔습니다.
식사를 끝낸뒤 인제막국수 주인에게 명함을 달라고 했습니다. 누군가 인제에 간다면 알려주고 싶은 집입니다.
더구나 식당에서 걸어서 30초 거리에 '박인환 문학관'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50년데 명동거리를 재현해놓은 문학관을 둘러보다 보면 과식으로 인한 포만감이 어느새 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