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三支槍)이 가지는 의미
무교에서는 굿이라는 제천의식이 있다.
굿을 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무구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무구 중 하나가 삼지창이다.
영어로는 "세 개의 이빨"이라는 뜻으로 트라이던트(trident)라고 하며,
그리스어로는 트리아이나(Τριαινα)라고도 한다.
삼지창은 우리 무교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 신화의 파괴의 신인 <시바> 역시 <트리슈라>라는 삼지창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불교의 <비사문천>도 종종 삼지창을 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상징으로서도 유명한데,
하필 바다의 신이 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지창은 본래 동서양을 불문하고 물고기 잡는 작살로 자주 이용되었다.
로마 시대의 검투사 중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병과는 그물과 삼지창을 사용하는
레티아리우스(Retiarius)였다.
창끝이 세 가닥으로 벌어져 있어 삼지창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당파창이라 한다.
무교에서 장군거리를 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삼지창으로
대부분 언월도偃月刀나 청룡도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무당은 이 삼지창을 들고 춤을 추면서 신을 기쁘게 하고
신의 위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잡귀 잡신을 쫓아내는데도
이 삼지창은 아주 중요한 무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타살거리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소나 돼지에 삼지창을 꽂아 세우기도 한다.
이것을 사슬세우기라 하는데,
사슬을 세우는 이유는 오늘 드리는 정성을 신령님들이 잘 받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소나 돼지, 떡 등 제물을 삼지창에 꽂고 세우는 것이다.
사슬세우기는 몽골 샤먼들도 하는데 “사촐리(Sachuli)"라 부른다.
이 ‘사촐리’는 창처럼 생긴 기다란 막대기에 백마, 소, 양, 염소 등의 동물을 꽂아
비스듬하게 바닥에 세워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종교적인 행위다.
그러면 우리는 왜 창의 가지를 세 가닥으로 만들어 삼지창이라 부르며
그 창에다 제물을 얹어 사슬을 세우고 있을까?
여기는 <삼三>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삼三>이라는 숫자는 바로 무조(巫祖)라고 할수 있는 삼신을 상징하는 숫자기 때문이다.
삼신은 우리민족의 창조신일 뿐만 아니라 인류 창조의 신으로 추앙되는 분이다.
삼지창의 모습은 바로 천부경의 일석삼극(一析三極)의 원리로 되어있다.
불교애선 회삼귀일(會三歸一)로 유교의 집일합삼(執一合三)이라 하지만
일석삼극을 다르게 부르는 명칭일 뿐이다.
홍산문화에서 발견된 알목삼신어(一目三身漁)와 기독교의 삼위일체 역시
일석삼극의 원리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삼태극 사상으로 발전되었다.
삼지창의 창끝이 세 가닥인 것은 바로 삼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마고와 궁희와 소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 해와 달과 북두칠성 또는 천지인(天地人)을 의미하기 한다.
삼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신물을 천부삼인(天符三印)이라 하는데,
천부삼인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무당들이 꼭 지녀야 하는 칼 · 방울 · 명두(동경)를 말하기도 한다.
방울과 칼과 명두(해달별이 새겨진 명두)는 무교인이면
반드시 가져야 할 천부삼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명두는 뒷면에 해와 달과 북두칠성이 새겨진 명두여야 한다.
예전에는 명두 뒷면에 꼭 해와 달과 북두칠성이 생겨져 있었다.
그러면 사슬을 세운다는 것은 삼신의 사상과 뜻을 깊이 새겨 바로 세운다는 의미라 하겠다.
삼신의 뜻과 사상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삼신사상,
즉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자는 뜻이며,
인간의 본성인 선청후(善靑厚)를 회복하여 해혹복본을 이루겠다는 것을
동물의 피로써 맹세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삼지창은 바로 삼신의 신물이기 때문에 삼신사상으로 파생된 불교, 도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에서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리스신화 힌두교 등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삼신은 우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 삼지창을 파괴의 신들이 들고 있는 것은 파괴가 바로 창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삼지창은 단순히 굿에 사용되는 무구이기 전에
인류 창조의 신인 삼신의 뜻과 사상을 바로 세운다는 깊은 뜻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삼신과 연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무구임에는 틀림없다.
-무속칼럼 조성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