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9일 수요일
비 오는 날, 야영 사후 모임
야영을 다녀오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고, 캠프를 가고, 학원에 갑니다.
일상 생활로 돌아온 한 주입니다.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창가를 두들기는 빗소리에 잠이 깨니
'오늘 오후에 친구들이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오후 2시. 모임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혹시 아이들이 모임을 잊어버렸나, 다른 일이 있나 걱정이 되어 승규와 함께 전화를 했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캠프가서 내일와요. 오늘은 숙제해야되요. 오늘은 비와서 집에 있으래요."
아이들이 조금 바쁘다고 합니다.
일주일만의 만남이라 기대했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렇게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박미애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강희연 선생님, 정재가 모임있다고 찾아왔어요~"
정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갔습니다.
엄마에게 온 문자를 보고 도서관에 왔다는 정재.
잊지 않고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게 희연 한솔 승규 정재가 모여 야영 후속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우리가 야영하면서 도움받고 감사 인사 드려야 할 분이 누가 있을까?"
처음에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정재를 위해 승규가 먼저 들려주었습니다.
조순녀 할머니, 김병출 작가님, 김순도 할아버지, 려원 정현 승규 부모님,
김규순 어머님, 김동찬 선생님, 박미애 선생님 그리고 각자의 부모님
감사 드릴 분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하나 의논한 결과 다음 모임에 친구들이 더 오게 되면
조별로 롤링페이퍼를 써서 감사 편지를 전해드리자고 합니다.
감사한 분들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이야기 해 준 승규 고맙습니다.
꿀밤 야영에 도움을 주신 분들
"그럼 우리 야영하면서 어떤 게 기억에 남고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한 주가 지나니 정재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자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기억력을 되살려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던 정재.
다른 사람들이 진지하게 작성하는 모습을 보고 하나 둘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각자 야영에 관해 생각난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야영하면서 밤에 도로에 누워서 함께 별을 보았는데 차온다!
소리치니까 다들 뛰어 일어난게 가장 기억에 남아.
또 우찬이가 고추를 먹고 너무 매워서 뛰어다닌 것도 기억나고,
삼시세끼 라면 먹은 일, 그리고 우리를 무척 사랑해주신 조순녀 할머니가 기억에 남아."
제가 야영에 대해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처음에는 야영 때 어떤 걸 했었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하나 둘 추억을 떠올리며 적고 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울방울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물놀이가 가장 기억에 남고요. 또 햇볕이 뜨거웠던게 기억이 남아요.
추억에는 밤새 마피아 게임을 했던게 기억에 남아요."
승규가 적은 종이를 보니 설거지가 두 번이나 적혀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며 승규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승규야 너 설거지 별로 안했자나~"
자신이 적었지만 승규도 웃겼는지 하하하 미소를 지었습니다.
함께 야영을 했지만 기억나는 일, 추억을 각자 다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의 기억과 생각을 나누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계곡에서 우리 정재가 미끄러져서 다쳤던게 생각나요.
그리고 우리 함께 맛있는 삼시세끼 먹었던 려원 정재 민아 현아가 생각나고요,
밤새 벌벌 떨면서 잤던 텐트도 기억이 나요. 다음에는 꼭 이불을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한솔이가 실컷 물놀이를 하고 반바지를 입고 자다가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함께 담요를 덮고 잤지만 워낙 추운지라 소용이 없었지요.
철암의 여름밤은 서울과 달리 정말 춥습니다.
야영에서 부 담당으로 함께해 준 한솔이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던 정재.
브레인 스토밍을 하니 조금씩 기억이 난다며 동그라미를 그려갑니다.
야영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가 있어서 정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정재야, 이번 야영 이렇게 느꼈어? 천도 복숭아랑 라면이 가장 맛있었구나?"
"네. 라면은 계속 먹어도 안 질려요. 근데 물놀이 하다가 다리를 다쳤었어요."
"맞아. 정재 계곡에서 돌에 긁혔었지...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물총 놀이 재밌었지?"
"네. 분무기가 중간에 망가졌지만 재미있었어요."
1박 2일 꿀밤 야영. 정재는 밤새도록 누구보다 재미있게 야영을 보냈습니다.
종이에서 숨겨져 있는 진심을 나누는 정재.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야영 사후 모임. 많은 친구들이 오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승규 정재 한솔이와 야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첫 번째 야영. 누군가에겐 첫 번째 도서관 활동.
누군가에겐 잊지못할 2017년 여름. 누군가에겐 그리움이 가득할 추억.
그렇게 꿀같은 한여름밤이 지나갔습니다.
첫댓글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