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POSCO 재난이 남긴 상처」
-힌남노 태풍이 남긴 포항 재앙 -
2022년 8월 28일 15시 일본이오섬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는 태풍이 지나간 지 1주일이 되면서 대략적인 피해 규모가 드러나고 있다.
9월 7일 현재 사망자 11명, 실종자 1명 주택 침수 8330건,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 1068건, 농작물 침수와 낙과 등 피해 농경지 7140Ha 이다.
이번 태풍으로 남해안 일대의 피해가 컸고 특히나 포항 지역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대하다.
포항 S아파트에서는 아파트 관리소에서 전달하는 차량 이동 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내려 갔다가 갑자가 밀어 닥친 물에 휩쓸려 귀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2017년 행정안전부는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 상가 등의 차수판(새는 물을 막는 판)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지하 공간 침수 방지 기준법을 만든 바 있으나 그 기준의 가이드 라인이 엉성하여 건물 면적이나 높이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해당 지역에 법을 적용하는 명령을 시행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포항시는 2009년 형산강 주변만을 침수 위험 지역으로 지정을 하고 이번 주차장 사고를 빚은 냉천 주변 지역은 포함하지 않은 우(愚)를 범했다.
그럼에도 인근 다른 아파트는 2017년 시행된 관계 법령에 따라 2019년 지하 주차장 입구 3곳에 차수막을 설치하여 이번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음으로 볼 때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빗물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방지 시설을 하지 않은 아파트 측의 관리 소홀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함에도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국내 언론은 앞다투어 6일 전날 밤 귀가하지 않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새벽까지 철야 근무하면서 집무실과 지하 벙커인 국가 위기 센터를 오가며 수차례 회의를 주재하고 수고한 대통령의 유비무환의 자세로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다고 찍어 댔다. 심지어는 前 국정원장 박지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과잉 대비가 피해보다 훨씬 좋았다’며 발언한 사탕발림의 보도까지 냈다.
그런 중에 20조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포철(POSCO)의 태풍 피해는 4일간(7일부터10일)의 언론 통제(?)로 전혀 보도되지 않다가 태풍이후 5일째인 11일에야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우선 제기되고 있는 사고 원인부터 알아 보자.
첫째는 POSCO의 배수 펌프 오작동이다. 기계실, 전기실, 방재시설 등을 지하에 모아 설치함으로써 기습적인 물의 범람에 지하에 위치한 펌프 시설이 가동하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포항시의 하천 정비 사업이다. 2012년부터 19년까지 297억원을 들여 하천 정비를 한답시고 ‘냉천’ 사이드를 모두 아스팔트로 덮어버리면서 배수 기능이 작살났다는 것이다.
셋쩨 하천보다 불과 1~2m 정도 더 높은 3문의 방치이다. 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타파’ 때도 범람한 POSCO의 3문은 하천에 비해 턱 없이 낮은 터에 하천 범람 위험 3등급으로 지정되어 위험성이 줄곧 제기되어 왔으나 이번 역대급 태풍 예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취약한 3문을 통해 물이 들어와 뒤쪽 압연 설비 라인이 침수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침수로 열연 2공장은 정상화하는데 최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업황이 나빠지는 국면에 POSCO는 침수 사태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 10일부터 12일 사이에 고로(용광로) 3기부터 재가동했지만 범람한 하천에 있는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을 만들어 냄)의 재가동 일정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더라도 제품을 생산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14일 오전까지 배수 작업이 84% 완료되었다지만 배수와 진흙이 완전히 제거가 되고 지하 설비 복구가 완료되어야 정확한 피해 규모의 추산도 가능하고 라인 복구 재가동 계획도 세울 수 있으며 복구 하더라도 품질 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산업의 위기는 후방산업의 패해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5일 3개 고로는 모두 가동이 재개되었으나 압연 라인이 복구 중인데 완전 정상 가동을 기약할 수 없어 6일부터 제품 생산이 중단된 여파는 후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선 업계와 선재, 후판, 열연, 냉연 등의 제품을 가공해 사용하는 토목, 건축 공사에 사용하는 건설 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자동차 산업도 폐해를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내 조강 생산량의 약 35%를 담당해온 POSCO의 참사는 자연 재해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人災가 있다. 膾炙되고 있는 재난의 원인을 역으로 되돌아 보면 자연 재해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생명을 잃는 인명사고도 막을 수 있었다.
2017년 지하 공간 침수 방지 기준법도 디테일하게 다듬고 지하 공간 등과 같은 위험 지역은 시설물 관리자를 두고 지진과 함께 태풍, 기습적인 폭우에 대비하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하여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보다 유비무환의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빌미로 보면 아직도 잔재하고 있는 공공 기관 시설 책임자의 안전 불감증 의식부터 개조해야 한다. 조그마한 예산을 아끼려다 대형 사고를 저지르는 안전 사고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주의를 방관 하는 후진국적 안전 사고로 인한 재해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1) 9.3 시사 저널
2) 9.5~6 조선일보
3) 9.7 경향신문, kBS 뉴스
4) 9.13 대한경제
(사) 대한안전연합 정책이사 겸 전남서부중앙본부 고문
대한호스피스 웰다잉협회 전라남도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