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졸림
1
쏟아지는
쏟아지는 별빛
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주문을
왼다 고픈 배 사라지는
낮 또 밤 또
아침 쏟아지는 잠이
저 뜨거운 햇살처럼 쏟아지는
잠이 마구 퍼붓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런 첫 키스 그리고
이슬처럼 수십번 먹어치운 립스틱 나를
사랑하는 또 너를 또
우리를 사랑하는 배고픔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사랑으로
무궁무진한 사랑으로 변하여 혹은
별빛으로 태양으로 소나기로 때론
이슬처럼 쏟아지는 잠이.
2
그리고……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
그녀가 또 다른 여자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를 본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의 사이로 들어가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나무가 된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한다 나는 그녀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버린다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동상이 되어 나는 그녀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여자와 길을 걷는다 그녀의 여자가 웃는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된다 내가 되어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나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한다 나는 그녀와 하나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그녀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녀의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아이가 된다 그녀는 나를 위해 웃는다 그녀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는 내가 된다 그녀는 내가 되어 하늘 향해 두팔 벌린 나무가 된다 두팔 벌린 나무가 되어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하는 나와 그녀와 그 여자의 그늘이 되어 준다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