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정말 예쁘고 날씨도 오랜만에 포근했던 밧줄 실습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경남의 실습장소로 향했습니다. 곰솔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몇번의 실습을 해보긴 했지만 100명 정도의 많은 친구들이 나오는 실습은 처음이었습니다. 4-7세 친구들이 30분간격으로 놀이터에 놀러 나올텐데 어떤식으로 놀이터를 만들어야 할까 샘물도 나름대로 생각이 깊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깜깜하기만 했습니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나무가 드문드문 있지만 나무가 굵어서 줄을 길게 치고 짚라인을 걸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줄을 길게 쳐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4세가 밧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v자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곰솔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배운 매듭과 줄을 당기는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선생님분들과 함께 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곰솔선생님은 참 쉽게 줄을 당겨 팽팽하게 만드시는 것 같았는데, 두명이 당겨서 묶어도 줄이 느슨해져 있어서 더 팽팽하게 당기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역시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넓은 간격의 나무들 덕분에 길게 친 줄이 멋있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줄을 당겨 만들어서 바라보고 있는데 정말 뿌듯했답니다^^
<4세>
4세 친구들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밧줄 놀이가 처음이고 어딘가에 매달리는 놀이가 처음일 친구들은 밧줄을 만져보고 천천히 올라가 보기도 하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곰솔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예정된 시간보다 20-30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준비운동을 하는데 아직은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동작을 완벽히 따라하지 못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답니다^^
먼저 줄에 오른 친구를 따라 한명씩 줄을 딛고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줄을 정말 잘 타서 놀랐습니다. 더 재미있고 도전해보는 즐거움이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곰솔선생님이 곳곳에 장애물 줄을 설치하셨는데, 혼자서 고민하더니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굳이 어른들이 알려주고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해쳐 나가는 걸 보면 절대 4세가 어리지는 않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굵은 나무를 끼고 다음밧줄로 넘어갈 때는 많은 친구들이 발이 닿지 않아 도와주기는 했지만 뒤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기만 해도 스스로 있는힘껏 팔을 뻗어 줄을 넘어갔고,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 했답니다.
통닭매달리기를 하는 줄이었는데, 4세는 키가 작아서 다리를 쉽게 얹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이 꼭 도와주어야 했는데, 매달릴 수 있개 도와주어도 5초이상 버티지 못해서 크게 흥미를 보이는 친구는 많이 없었지만, 한 친구가 팔을 걸고 매달리며 재미있다 말하니 근처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달려들어 매달렸습니다.
길게 디딤줄과 손잡이 줄을 쳤는데 한꺼번에 10명정도의 친구가 올라가니 줄이 심하게 쳐졌습니다. 쳐진 그대로도 새로운 놀이가 되고 도전할 만한 과제가 되지만 4세에게는 디딤줄과 손잡이 줄의 간격이 너무 넓어져 키가 작은 아이들은 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수강생 선생님과 고민해보고 어떤 매듭을 사용할까 의논한 다음 두 줄을 연결해서 묶어 줄이 어느이상 간격이 벌어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실습은 다양한 상황을 맞닥트리고 혹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고민해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업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짚라인을 치기 좋은 장소가 있어서 설치했는데 역시나 인기가 많았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의 통제하에 몇명씩 짚라인을 타기위해 줄을 섰는데 4세는 그네가 내려가는 속도에 놀랄 수 있으니 처음엔 속도조절을 해서 천천히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5세>
4세보단 준비운동하는 몸동작이 크고 명확했습니다. 거의 2-3분 간격으로 4세와 5세를 보니 키와 에너지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다리를 올릴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10초이상 잘 버텼습니다. 한명이 성공하자 너도나도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4세가 어려워 했던 나무를 끼고 다른 줄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도와달라는 친구도 훨씬 적었습니다. 옆으로 가는 줄에서도 4세보다는 키가 커서인지 줄이 어느정도 쳐져도 잘 갔습니다.
밧줄이 처음이라 이리저리 꼬인 줄 사이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어떻게 갈지 유도하는 질문만으로도 스스로 길을 찾았고,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길로 나아가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두 줄 사이로 가도록 만든 V자 다리에서도 줄 밖에서 매달려 가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힘이 없어 기울어진 줄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해서 V자 안으로 들어오도록 도와주었습니다.
4세와 달리 눈에 띄었던 점은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극복한 어려움에서 고전하는 친구가 있으면 줄에서 앞으로 가다가도 뒤로 돌아 알려주고, 줄에 오르지 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줄에 올라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따로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6세>5세보다도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준비운동으로 팔벌려뛰기를 했는데 일사불란하게 뛰어서 저도 덩달아 힘이 났답니다.
줄에 대한 두려움이 확실히 없고, 스스로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강해 제가 도움을 주고자 다가가서 한 친구를 도와주면 유심히 보고있다가 "선생님 저는 혼자 할 수 있어요!!" 라고 꼭 말했습니다.^^ 줄에서 이동하는 속도가 나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앞질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줄을 흔드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줄에서 흔들흔들 리듬을 타기 시작하는데 몇몇 친구들이 흔들리는 줄을 무서워해서 어느정도 중재가 필요했습니다. 줄이 4-5세보다도 더 쳐져서 글램하이스트 매듭으로 두 줄을 더 가까이, 단단히 묶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다리를 올릴듯 말듯 아슬아슬 해서 살짝만 도와주니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유심히 보고 곧잘 따라했습니다. 6세가 되니 통닭줄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긴 줄을 타는 그룹과 통닭줄을 타는 그룹, 짚라인을 타는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졌습니다. 앞에 많은 친구들이 타서 줄이 살짝 느슨해 진 것도 있겠지만 훨씬 잘 매달리고 오래 버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7세>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7세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줄을 타면서 서로 활발하게 소통합니다. 줄이 많이 흔들리면 흔들지 말라고 확실하게 얘기하고, 흔드는 게 좋은 친구들끼리 만나면 누가 넘어질때까지 줄을 흔들기도 합니다. 두 줄을 한쪽 방향에서 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줄을 건너기도 하고, 가끔 거꾸로 역주행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앞의 4-6세의 영향도 있지만 무게가 조금 더 나가는 친구들이 줄에 오르니 줄이 쳐짐과 동시에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훨씬 난이도 있고 스릴넘치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통닭줄이 인기였는데, 한명이 시범을 보이니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혼자 잘 매달렸고, 100초이상 버티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한꺼번에 매달려서 줄이 빨리 느슨해 졌는데, 7세 친구들이 많은 놀이터라면 통닭줄을 2개정도 쳐줘도 좋을것 같았습니다.
앞뒤로 흔들리는 줄을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앞뒤로 너무 심하게 흔들어서 다들 세번씩 넘어졌습니다.
등으로 넘어지기도 했는데, 바닥이 푹신하고 처음 줄을 칠때 튀어나온 돌멩이나 나무옹이가 없는 곳에 줄을 치기 시작해서 넘어져도 괜찮았습니다. 줄을 칠때 바닥을 잘 봐야 한다고 말씀하신 곰솔선생님의 말씀이 온몸에 와닿았습니다.
손잡이 줄을 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몸을 잘 쓰는 친구였는데 높은 윗줄을 타면서도 중심을 잘 잡았습니다. 크게 도와주지 않아도 흔들릴땐 조심히 내려올 줄도 알았습니다. 7세와 6세도 몸을 쓰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밟은 계단줄은 풀리기도 했는데 근처에 있어서 바로 묶을 수 있었고, 그외 줄을 들고다니며 보수가 꼭 있어야 할 법한 구간을 줄로 묶기도 하며 친구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곰솔선생님과 함께 하며 매듭을 연습하고, 수없이 묶고 풀었던 놀이터지만 실제로 친구들이 노는 상황은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직접 만든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친구들을 보는 것도 값졌습니다. 어떤 구간에서 몇살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어떤게 힘든지, 어떤게 친구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주는지 보고 배울수 있는 소중한 실습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놀아 느슨해진 줄에서도 새로운 과제삼아 도전해보는 친구들을 보면서 곰솔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철학적인 줄놀이를 많이 배웠습니다. 남은 강좌와 실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8기 생태줄놀이 연수에서는*
놀이터를 위한 기본매듭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생각을 키우고 경험을 키우며
실패해도 꿋꿋이 도전할수 있는 끈기를 키울 수 있는 철학적인 줄놀이를 배웁니다!
첫댓글 너무 멋져요. 맑은샘물님~~ 글도 어쩜 이리 잘쓰시고, 경험한 내용도 아주 깊네요. 성공할거에요.
아이들이 "재미있었어요!", "또 하고 싶어요!" 하면서 정말 즐거워했었어요. 밧줄놀이를 처음 경험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아이들 수준에 맞게 준비한 밧줄놀이와 중간중간 상황에 맞게 다시 바꾸어주셔서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체험한 것 같아요~
후기를 통해 더 깊이있는 실습을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친구들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저희도 힐링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맛에 밧줄하는 모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