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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고통을 증언하고 있는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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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나이에 꽃 같은 인생 피워보지도 못하고 63년간 눈물로만 세월을 보내‥전쟁끝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 하나로 '위안부'취급을 당해‥
“절반의 한은 푼 것 같습니다. 제주도민에 감사드립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양금덕(79.광주시 양동)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제주도청을 방문해, 근로정신대 소송에 힘을 보태 준 제주도민의 성원에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역사탐방 일환으로 제주를 방문한 일본 내 시민단체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제주도를 찾은 양 할머니는, 이날 공항 도착 직후 허중웅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제주지원회 회장과 함께 제주도청 기자실을 들려 지난 5월 31일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항소심 재판 과정에 보여준 제주도민의 성원에 감사의 인사를 대신 전했다.
1944년 5월 나주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14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끌려간 양 할머니는,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일본의 패망 때까지 하루 10시간씩 군용 항공기 제작 공정에 배치돼 강제노동에 시달린 바 있다.
양 할머니를 비롯한 7명의 원고들은 현재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사를 상대로 2억4000만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개 중이다. 지난 5월31일 나고야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일본 정부의 강제연행, 미쓰비시사 측의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965년 한일협정을 이유로 원고들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항소심 선고를 앞둔 올해 초 국내에서도 피해자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정부의 사죄 촉구와 재판부의 성실 재판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전체 3만여 서명자 중 2만2천여명은 제주도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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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제주 정부합동청사 대강당에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에 함께하는 원고, 일본 지원단, 제주 지원단 소속 회원들이 손해배상 소송의 승리를 결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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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꽃 같은 인생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63년간 눈물로만 세월을 보냈다”며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 하나로 ‘위안부’ 취급을 당해야 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양 할머니는 또 “혼령기가 됐지만 선만 보면 거절당해 홧병에 아버지도 스무 살 때 돌아가시고 말았다”며 “결혼을 해서 아들 둘을 낳았지만 남편이 밖으로만 나돌다 나이 사십이 돼서야 아들 셋을 어디서 낳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비록 항소심 재판에는 졌지만, 제주도민 2만2000여명의 서명으로 큰 힘이 됐다”며 “일본정부에 분노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뜻을 보일 수 있게 돼 절반의 한은 푼 것 같은 기분이다”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양 할머니는 이어 제주 정부합동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근로정신대 재판 제주 설명회’ 증언자로 참석해로 80여명의 제주도민을 상대로 일본의 만행과 주위의 냉대 속에 살아와야 했던 그간의 고통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어린나이에 하도 배가 고파 일본 사람들이 먹고 길거리에 버린 수박껍질에도 눈이 떨어지지 않더라”며 “무등산 수박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그때 먹은 수박만큼은 맛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또 “아무리 일본에서 배곯고 매 맞으면서 고통을 당해야 했지만 귀국 후 몸 팔고 왔다는 주위의 손가락질 보다 더 큰 고통은 없었다”고 증언해 대회장이 다시 한 번 숙연해지도 했다.
허정웅(65) 제주지원회 회장은 “일본 재판에 참석해 보면 한국 사람이라고는 저하고 할머니들밖에 없더라”며 근로정신대 재판에 대한 국내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허 회장은 “정부는 이들의 남은 인생이라도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기금이라도 마련해 줘야 한다”며 “한일협정으로 이들의 재판이 번번이 기각당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한일협정을 파기해 승소의 가능성을 열어 주던 가, 아니면 정부에서 그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 할머니를 비롯한 원고와 변호단은 지난 5월31일 항소심 결과에 반발해 지난 6월 일본 대법원에 상고한 뒤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