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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한데 황수건은 그의 말대로 노랑수건이라면 온 동네에서 유명은 하였다. ‘노랑수건’ 하면 누구나 성북동에서 오래 산 사람이면 먼저 웃고 대답하는 것을 나는 차츰 알았다.
ⓐ내가 잠깐씩 며칠 보기에도 그랬거니와 그에겐 우스운 일화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삼산학교에 급사로 있을 시대에 삼산학교에다 남겨 놓고 나온 일화도 여러 가지라는데, 그중에 두어 가지를 동네 사람들의 말대로 옮겨 보면, 역시 그때부터도 이야기하기를 대단 즐기어 선생들이 교실에 들어간 새 손님이 오면 으레 손님을 앉히고는 자기도 걸상을 갖다 떡 마주 놓고 앉는 것은 무론, 마주 앉아서는 곧 자기류의 만담 삼매로 빠지는 것인데,
ⓑ한번은 도 학무국에서 시학관이 나온 것을 이따위로 대접하였다. 일본말을 못 하니까 만담은 할 수 없고 마주 앉아서 자꾸 일본말을 연습하였다.
“센세이 히, 오하요 고자이마스카(선생님, 안녕하세요)? … 히히 아메가 후리마스(비가 옵니다). 유키가 후리마스카(눈이 옵니까)? 히히 ….”
시학관도 인정이라 처음엔 웃었다. 그러나 열 번 스무 번을 되풀이하는 데는 성이 나고 말았다. 선생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종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한 선생이 나와 보니 종 칠 것도 잊어버리고 손님과 마주 앉아서 ‘오하요 유키가 후리마스카 …’ 하는 판이다.
그날 ⓒ수건이는 선생들에게 단단히 몰리고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고 했으나,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해서 그예 쫓겨나오고 만 것이다.
그는,
“너의 색시 달아난다.”
하는 말을 제일 무서워했다 한다. 한번은 어느 선생이 장난엣말로,
“요즘 같은 따뜻한 봄날엔 옛날부터 색시들이 달아나기를 좋아하는데 어제도 저 아랫말에서 둘이나 달아났다니까 오늘은 이 동리에서 꼭 달아나는 색시가 있을걸 ….”
했더니 수건이는 점심을 먹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어서 바삐 하학을 시키고 집으로 갈 양으로 오십 분 만에 치는 종을 이십 분 만에, 삼십 분 만에 함부로 다가서 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략)
“그래 삼산학교에 다시 들기만 기다리고 있소?”
물으니 그는,
“돈만 있으면 그까짓 거 누가 고스카이(용인) 노릇을 합쇼. 밑천만 있으면 삼산학교 앞에 가서 뻐젓이 장사를 할 턴뎁쇼.”
한다.
“무슨 장사?”
“아, 방학 될 때까지 차미 장사도 하굽쇼, 가을부턴 군밤 장사, 왜떡 장사, 습자지, 도화지 장사 막 합죠. ⓓ삼산학교 학생들이 저를 어떻게 좋아하겝쇼. 저를 선생들보다 낫게 치는뎁쇼.”
한다.
나는 그날 그에게 돈 삼 원을 주었다. 그의 말대로 삼산학교 앞에 가서 뻐젓이 참외 장사라도 해 보라고. 그리고 돈은 남지 못하면 돌려오지 않아도 좋다 하였다.
그는 삼 원 돈에 덩실덩실 춤을 추다시피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 이튿날,
ⓔ “선생님 잡수시라굽쇼.”
하고 나 없는 때 참외 세 개를 갖다 두고 갔다.
그러고는 온 여름 동안 그는 우리집에 얼른하지 않았다.
들으니 (가) 참외 장사를 해 보긴 했는데 이내 장마가 들어 밑천만 까먹었고, 또 그까짓 것보다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은 그의 아내가 달아났단 것이다. 저희끼리 금실은 괜찮았건만 동서가 못 견디게 굴어 달아난 것이라 한다. 남편만 남 같으면 따로 살림나는 날이나 기다리고 살 것이나 평생 동서 밑에 살아야 할 신세를 생각하고 달아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요 며칠 전이었다. 밤인데 달포 만에 수건이가 우리집을 찾아왔다. 웬 포도를 큰 것으로 대여섯 송이를 종이에 싸지도 않고 맨손에 들고 들어왔다. 그는 벙긋거리며,
“선생님 잡수라고 사 왔습죠.”
하는 때였다. 웬 사람 하나가 날쌔게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다짜고짜로 수건이의 멱살을 움켜쥐고 끌고 나갔다. 수건이는 그 우둔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꼼짝 못 하고 끌려 나갔다.
나는 수건이가 포도원에서 포도를 훔쳐 온 것을 직각하였다. 쫓아나가 매를 말리고 포돗값을 물어 주었다. 포돗값을 물어 주고 보니 수건이는 어느 틈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다섯 송이의 포도를 탁자 위에 얹어 놓고 오래 바라보며 아껴 먹었다. 그의 은근한 순정의 열매를 먹듯 한 알을 가지고도 오래 입 안에 굴려 보며 먹었다.
[A] [“어제다. 문안에 들어갔다 늦어서 나오는데 불빛 없는 성북동 길 위에는 밝은 달빛이 깁을 깐 듯하였다.
그런데 포도원께를 올라오노라니까 누가 맑지도 못한 목청으로,
“사 … 케 … 와 나 … 미다카 다메이 … 키 … 카 ….”(1)
를 부르며 큰길이 좁다는 듯이 휘적거리며 내려왔다. 보니까 수건이 같았다. 나는,
“수건인가?”
하고 아는 체하려다 그가 나를 보면 무안해할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휙 길 아래로 내려서 나무 그늘에 몸을 감추었다.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그 이상은 외우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면서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 이태준, 「달밤」 ―
㈜ (1) “사 … 케 … 와 나 … 미다카 다메이 … 키 … 카 ….”: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라는 뜻의 일본 가요.
37. (보기)에서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끼리 묶은 것은?
(보기)
ㄱ. 과거와 현재를 병치하여 특정 사건을 부각하고 있다.
ㄴ. 인물의 특정 행위를 통해 그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ㄷ. 인물 간의 대립을 통해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ㄹ. 서정적 배경을 설정하여 애상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ㅁ. 서술자가 관찰한 사실과 판단한 내용을 함께 기술하고 있다.
① ㄱ, ㄴ, ㅁ ② ㄱ, ㄷ, ㄹ ③ ㄴ, ㄷ, ㄹ
④ ㄴ, ㄹ, ㅁ ⑤ ㄷ, ㄹ, ㅁ
38.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 ‘나’는 며칠 사이에 동네 사람들이 ‘황수건’을 왜 ‘노랑수건’이라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② ⓑ: ‘황수건’은 ‘시학관’이 심심하지 않도록 ‘시학관’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③ ⓒ: ‘황수건’이 학교에서 쫓겨난 이유는 자신을 꾸짖는 선생님들에게 대들었기 때문이다.
④ ⓓ: ‘황수건’은 자신이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⑤ ⓔ: ‘황수건’은 ‘나’에게 장사가 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했다.
39.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태준의 단편에는 주로 지식인의 입장에서 관찰한 당대 사회에서 소외받는 인물의 삶이 표현되어 있다. 관찰 대상인 작중 인물은 각박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비극적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는 그들의 순박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해학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서술자는 흔히 약자인 작중 인물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러한 서술자는 당대의 소외받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를 대변한 인물로 볼 수 있다.
① 몇 마디 배운 일본말을 활용하여 일본인과 대화하려는 ‘황수건’의 행위를 통해 해학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군.
② 색시가 달아날까 봐 학교 종을 마음대로 치는 ‘황수건’의 행동을 보니 그가 어리석을 정도로 순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군.
③ ‘나’가 ‘황수건’에게 장사를 하라며 조건 없이 돈을 주는 것은 소외된 인물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연민이 표현된 것이로군.
④ 작가는 정 많은 ‘황수건’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통해 각박하고 인정 없는 당대 현실을 표현하려했군.
⑤ ‘나’가 어제 성북동 길에서 ‘황수건’을 보고도 먼저 피한 행위에는 ‘황수건’과 같은 인물을 소외시키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군.
40. (가)의 소식을 접한 ‘나’가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엎친 데 덮친 격이로군.
②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어.
③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로군.
④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는 상황이로군.
⑤ 내 조언에 콧방귀만 뀌더니 결국 그렇게 됐군.
2014 7030 Final 실전 모의고사 B형
[실전 모의고사 1회]
37~40. 이태준, 「달밤」
(해제) 이 작품은 모자라고 우둔하지만 순박한 황수건이라는 인물이 각박한 세상과 부딪치면서 겪게 되는 아픔을 서술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식인인 ‘나’는, 학교 급사, 신문 보조 배달원, 참외 장사 등을 하지만 하는 일마다 계속해서 실패하는 황수건을 관찰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황수건의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지만 절망적인 분위기보다는 엉뚱한 황수건의 행동으로 인해 해학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작가는 황수건을 연민하는 ‘나’를 통해 순박한 인물인 황수건과 같은 사람이 소외되는 당대의 각박한 현실을 비판하려 하였다.
(주제) 우둔하지만 순박한 황수건의 삶에 대한 연민
(전체 줄거리) 문안에서 성북동으로 이사 온 ‘나’가 모자란 신문 보조 배달원인 황수건을 만난다. ‘나’는 순박한 황수건을 좋아하여 실속 없는 황수건의 말을 들어 준다. 황수건은 신문 보조 배달원의 자리를 빼앗기고, ‘나’는 장사를 하려는 황수건에게 대가 없이 돈을 준다. 황수건은 참외 장사에 실패하고, 그의 아내도 집을 나간다. 어느 달밤, 담배를 피우며 노래를 부르는 황수건을 보며 ‘나’는 연민을 느낀다.
37. 서술상 특징 파악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ㄴ (확인) 특정 행위에 담긴 인물의 정서
전에는 본 적이 없는 담배를 피우거나, 슬픈 일본 가요를 되풀이하여 부르는 ‘황수건’의 행위를 통해 그가 현재 답답한 심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ㄹ (확인) 애상적 분위기 형성
밝은 달밤이라는 서정적 배경을 통해 ‘황수건’의 쓸쓸한 심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ㅁ (확인) 서술자의 작중 인물에 대한 관찰
‘나’가 달밤에 길을 걸어 나오는 ‘황수건’의 행위를 보면서 ‘황수건’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 점을 서술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ㄱ (확인) 과거와 현재의 병치
[A]는 서술자인 ‘나’가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을 회상하는 부분으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나란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ㄷ (확인) 인물 간의 대립
[A]에는 ‘황수건’을 아는 체할지에 대해 잠시 고민하는 ‘나’의 내적 갈등이 나올 뿐, 인물 간의 갈등이 나타나 있지 않다.
38. 인물의 말과 행동에 담긴 의미 이해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
‘황수건’은 삼산학교 학생들이 자신을 매우 좋아하므로, 학교 앞에서 어떤 장사를 해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노랑수건’의 의미
‘나’가 요 며칠 사이에 ‘황수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가 우스운 일을 많이 저지른다는 것이다.
② (확인) ‘시학관’이 심심하지 않도록 대화를 나눔.
‘황수건’은 ‘시학관’과 마주 앉아서 자기류의 만담 삼매경에 빠졌다.
③ (확인) ‘황수건’이 학교에서 쫓겨난 이유
‘황수건’이 학교에서 쫓겨난 것은 급사라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⑤ (확인) 장사가 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감춤.
‘나’가 ‘황수건’에게 돈을 빌려 준 다음 날의 사건이므로 ‘황수건’이 장사에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39. 작품의 종합적 감상
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현실에 대한 불만
‘나’가 어제 성북동 길에서 ‘황수건’을 보고도 먼저 피한 행위에는 ‘황수건’과 같은 인물을 소외시킨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돈을 빌리고도 갚지 못한 ‘황수건’이 ‘나’를 보면 무안해할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즉 ‘나’는 ‘황수건’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그를 피하려 한 것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해학적 분위기
‘황수건’의 엉뚱한 행동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여 해학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② (확인) 순박한 인물
‘황수건’은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에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행동을 할 정도로 순박한 인물이다.
③ (확인) 연민의 표현
지식인인 ‘나’가 ‘황수건’에게 조건 없이 돈을 빌려 준 것은 사회적 약자에게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④ (확인) 각박하고 인정 없는 당대 현실
정 많고 꾸밈없는 ‘황수건’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좌절하는 아픔을 겪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각박하고 인정 없는 당대 현실을 드러내려 하였다.
40. 인물이 처한 상황 파악
답: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① (확인) 장사가 망하고, 아내는 도망감.
‘나’는 조건 없이 ‘황수건’에게 장사할 돈을 줄 정도로 ‘황수건’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황수건’이 장사를 잘해 이득을 보았다는 소식 대신에 ‘황수건’이 장사를 망쳤으며, 심지어 아내까지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따라서 (가)의 소식을 접한 ‘나’는 ‘황수건’에게 불행한 일이 거듭하여 일어나는 것을 걱정할 것이다. 불행한 일이 거듭하여 일어난다는 뜻의 관용어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확인)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어떤 일이라도 반드시 핑곗거리가 있다는 말
③ (확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말
④ (확인)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한다.
앞뒤 가리지 못하고 미련하게 행동함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⑤ (확인) 콧방귀를 뀌다.
아니꼽거나 못마땅하여 남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말대꾸를 하지 않는다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