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공성(佛性空性)
불성은 공성이다.
4조 도신대사가 어느날 황매현에 볼일이 있어서 길을 가던중에 길에서 어린 동자를 만났다. 보기에 총명하게 생겼는지라 도신대사가 아이 동자에게 물었다. 너의 성이 무엇이냐? 동자가 대답하기를 성이 있으나 예사성이 아닙니다. 그래 무슨 성이더냐? 불성(佛性)입니다. 너는 성이 없느냐? 그 성은 공합니다. 도신대사 흡쪽한 마음이 든다. 길가 다가 탐나는 보물을 만났다. 이 아이는 예사로운 아이가 아니로구나! 내가 멸도한 뒤로 크게 불사를 이루리라. 아이집으로 가서 부모를 설득하니 아이 부모도 쉽게 출가를 허락하였다. 도신대사는 7세 동자에게 홍인(弘忍)이라는 법명(法名)을 지어주고 곁에 시자로 받아 들였다. 앞에서 도신대사와 동자아이 문답을 보았듯이 7세 동자 입에서 옹골찬 심지 법문이 솔솔 나온 것은 오조환생게(五祖 還生偈)를 보면 재미나는 선화가 있다. 삼삼백발하청산(鬖鬖白髮下靑山) 삼삼 백발이 되어 청산에서 내려가 팔십년래환구안(八十年來換舊顔) 팔십 년 옛 얼굴 바꾸어 왔나니, 인각소년송자로(人却少年松自老) 노인은 소년 되고 소나무는 늙었으니, 시지종차환인간(始知從此還人間) 비로소 인간 세상에 다시 온줄 알았네. 이 게송은 중국 선종(禪宗) 5조 홍인 대사의 <환생게(還生偈)이다. 칠언절구(七言絶句)의 선시(禪詩) 게송이다. 전생에 신선 공부를 하던 재송(栽松)이라는 도인(道人)이 한분 있었는데, 날마다 산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다가 늦게야 이 노인이 3조 승찬(僧璨)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을 읽고 발심을 해서 세상 나이로 80세에 도신 대사를 찾아와서 출가해서 불법을 공부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도신 대사께서 나이가 너무 많으니 불법을 배우려면 몸을 바꾸어 오라고 했다. 재송 도인이 산을 내려오다가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동네 처녀를 보고 오늘 하룻밤 쉬어가자고 했다. 처녀가 저야 허락 하지만 부모께 여쭈어봐야 한다고 했다. 처녀가 부모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집에 가는 사이에 재송 도인은 앉은 채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처녀가, 놀래서 부모님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장례를 치러주었다. 그 후로 처녀 배가 차츰차츰 불러와서 10개월이 되자 사내아이를 낳았다.
동정녀(童貞女) 출산이라, 동네 사람들이 처녀가 애를 낳았다고 손가락질을 하고 흉을 보자, 처녀는 그만 아이를 야산에 버렸다. 갓난아이를 야산에 버린 지 며칠이 지나자 처녀는 그만 마음이 괴로워서 버린 곳을 가보니, 짐승들이 와서 젖을 먹여주어 아이가 처녀를 보고 방긋방긋 웃고 옹알거렸다. 그래서 처녀는 마음을 바꾸고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잘 기르는데, 아이가 일곱 살이 되자 스스로 출가할 마음을 내어서 도신(道信) 대사를 찾아뵙고 불문(佛門)에 들어오려고 했다. 도신 대사가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가고 옴이 없이 옵니다. 너의 성이 무엇이냐? 제 성은 보통 성이 아닙니다. “무슨 성이기에 그러느냐? 제 성은 불성(佛性)입니다. 그 불성을 너는 알지 못할 것이다. 저만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삼세제불(三世諸佛)도 알지 못합니다. 왜? 그러느냐? 불성(佛性)은 공(空)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느냐? 예, 스님한테 배웠습니다. 약속(約束)한 대로 몸을 바꿔 다시 왔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7년 전 찾아왔던 재송이란 늙은인가? 예, 소동(小童)이 전생에 재송(栽松)입니다. 이제 대사께서 약속하신 대로 출가시켜 받아주십시오. 이 정도 문답이면 다 된 동자(童子)다. 척척 문답이 막힘이 없다. 전광석화(電光石火)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배울 것도 없지 아니한가. 일곱 살 동자가 도신 대사에게 말하기를 제가 전생에 소나무를 많이 심은 재송 도인(栽松道人)이라고 하면서 몸을 바꾸어서 불법을 배우려고 왔다고 한 게송이 위의 환생게송(還生偈頌)이다. 조사 선문(祖師禪門)에서는 이렇게 상근기(上根機)의 법기(法器)를 만나면 전법을 했다. 오조 홍인 대사는 전생에 산에 소나무를 심고 사는 노인이었다. 3조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을 읽고 불법에 귀의한 것이다. 늦은 나이에 출가를 하려고 하자, 4조 도신 대사는 80세면 노인인데 금생의 세연(世緣)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몸을 바꾸어 오라고 했다. 재송(栽松) 노인은 그 약속을 지키려고 처녀 몸에 잉태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일곱 살에 동자가 돼 나타나니, 4조 도신 대사는 그를 출가시켜 오조 홍인(弘忍) 대사로 전법을 했다. 이것이 오조(五祖)의 환생선화(還生禪話)이다. 절집에는 이렇게 상근기(上根機) 다 된 7세 동자 선화가 아주 많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욕심낼만한 보물이 아닌가? 척척 물으면 척척 대답이 전광석화 걸림이 없다. 오조 홍인대사는 그 유명한 육조혜능 대사 스승이다. 중국 선불교는 당대에 황금기였다. 기라성 같은 걸승(傑僧) 선객들이 중국 선불교를 빛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