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죽은 것처럼 보이던 나뭇가지에 잎이 돋고 꽃을 올림니다.
사람의 손이 하는 일이 없어도 봄은 왔습니다.
지렁이와 눈에도 안 보이는 작은 생명체들. 비님. 햊빛. 바람이 협력해 봄을 밀고. 여름. 가을. 겨울을 불러 드릴 것입니다. 늘 새땅. 새날입니다. ‘봄은 겨울의 침묵’으로부터 온다는 말씀이 진리입니다.
검사는 범죄 수사와 기소, 형 집행을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입니다. 항상 의심하고 과거를 재단하는 사람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국가 비전을 세우고 국정을 관리하는 데는 서툴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평가가 거의 바닥 수준인 것은 단순히 개인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평생 검사로 살아온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 일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뒤 돌아봄이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삶에 너무 충실한 것인가요. 하!. 시절이 수상합니다.
자녀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면 "아이가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네요."라는 말일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모는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고 자녀는 부모의 행동과 태도 심지어 표정과 말투까지 닮아갑니다.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기 때문에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두렵고도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슈바이처선생의 말처럼 "첫째도 본보기요, 둘째도 본보기요, 셋째도 본보기다." 이는 부모만이 아니라 선생에게도 적용되는 엄중한 책임입니다. 만. 저의 행동거지가 자식들이나 제게 배움을 청하는 누군가는 저를 본보기로 행동한다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라틴어로 학교 교육을 'In loco parentis'라고 한다는데 이는 '부모 대신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자녀는 가르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한 것입니다. 부모로서 배움지기로서 뛰어난 사람이기보다 저처럼 혈압 올리고 알콜로 몸을 데우고 연초향으로 세상에 향기를 전하며 주변을 보듬어 갈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최고의 배움'을 향한 본보기가 아닐련지요. ㅋㅋㅋ.
아이들과 버려진 패트병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농촌 밭에 두더지를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하여 많이 설치되고 있는 바람개비입니다. 과학적 근거는 미비하지만 발상자체가 아주 훌륭한 것임에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배움터의 큰 두더지가 두려워 할 일이지만... ‘예술이 농업이고 농업이 예술’입니다.
아이들은 공작활동을 좋아합니다. 무엇인가를 부수고. 자르고. 해체하는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칼. 뺀치. 가위. 망치. 철사... 자리싸움으로 서준과 가야의 1차 대전. 태율의 물감액션페인팅까지 미술실은 난장판이지만 저는 모른척합니다. 태율 지킴이 언년과 배움지기 빛나는 샘은 아이들 단속하고 주변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러한 난장판에서도 언제 그랬냐 싶게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게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모두 만들고 난후 야외에 설치한 바람개비 기능은 재민이것만 배움터 전체 전력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작동하고 나머지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아이들은 왜 바람개비가 돌아가지 않는지. 걱정이 태산이지만 저 역시 어찌 할 수 없습니다. 바람에게 물어보라고 했는데...라율은 울상입니다. 집에 가져가야겠다고 아빠한테 만들어달라고 한다면서 제게 허락을 구합니다.
‘라율 기다려 이 다음 주 몽피가 올 때는 돌아 갈거여’...
주워 담을 수 없는 헛소리 했습니다. 이 다음 주 라율이 만날 일이 걱정입니다.
물론 이 바람개비가 모두 작동한다면 장로님 두분은 밤잠을 설치겠지요.
상률. 선민. 가야는 분반 수업을 했습니다. 상률은 만화를 그리고 선민은 배움터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와 그리고. 가야는 구겨진 화장지를 그렸습니다. 형태가 아닌 비구상적 물질을 통해 부담 없이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무엇인가를 닮게 그린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아주 빼어나게 닮지 않아도 되는 대상을 통해. 양감. 질감. 형태를 습득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고전문헌에도. 세상에서 제일 그리기 어려운 게 사람 얼굴이고 제일 쉬운 게 귀신이라 했습니다. 귀신은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그려도 상관없으나 사람얼굴은 닮게 그리지 않으면 핀잔 받고 더불어 그 사람의 인격과 영혼까지 그려야 된다 했으니... 하여 그리는 행위는 엽기적이며 공포에 가깝습니다. 돌맹이든. 구겨진 종이든. 바닥장판지이거든. 아님 만화라도 아이들과 함께 그려보세요. 아이들만 시키지 마시고...
본보기?.
제가 보았을 때 상률. 선민. 가야는 노력과 관찰이 더해져 참 좋은 작품입니다. 그림에서 대상은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사물을 보면서 그리는 것이지 보고 그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물을 보고 난후 잔상을 화면에 옮기는 것입니다. 잔상-기억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놀이입니다. 이는 과학 .수학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아이들이 쉰 살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몽피의 이 가르침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알겠지요. 허나 슬프게도 제가 그때까지 링겔 꼽고 살아있을리 만무하고...
세상일에 “제일 어려운 일은 침묵”이라던 말이 떠오릅니다. 세상에게 엄격했지만 그보다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라 했던 사람. “나는 돌맹이와 화염의 꽃병이 날아다니던 시대의 슬픔도 다 쓰지 못한 사람이야. 나는 평생 져온 사람이지만 다만 한 가지는 이겼어. ‘침묵’. 내 자신에게 건 싸움이었어.”(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이후 절필선언)
늘 지키지 못한 다짐을 또 합니다.
귀 열고 입 닫겠다고...
2024-3-22 몽피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