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
하품하는 그림자 위에 누워 있는
나 밟지 마시길
내 발을 핥는 너의 혓바닥
사라질 것 같은 별들로 외로움을 견딜 때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이 나의 허기를 가로 챈다
가로등을 끌어안고
낯선 도시의 외침에 쓰러져도
방랑객들이 남긴 부스러기 껴안고 밤새 서 있는
나, 오랫동안 밤에 기대어 있다
너의 마른 똥과 노숙자가 뱉은 가래
마지막 입김으로 닦아 낸다
너의 눈은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해도
나 너무 지쳐 있어 알아들을 수 없다
너의 눈물은 떨어질 듯하여
내 눈물 한 움큼씩 뽑혀 나도록 펑펑 울고 싶지만
접어진 눈은 어둠이 배어
그저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는 거야
밖으로 가는 길은 침침해
슬퍼하는 일, 생각하는 일조차 아까워하며
잠깐 살다 지는 하루살이로 하루 이틀 그렇게
살다 보면 구멍 뚫린 마음처럼 얇아지지
저당 잡힌 안식처마저 사라지고
별들도 사라지고
너의 발가락이 덜그럭거리며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숭숭 뚫린 뼈 속의 내 사랑
어둠의 길에 쓸려가도 어찌해볼 도리 없이
나는 지친 말 다시 꺼내고
시작 노트
내가 원하는 삶은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 그러나 나오려는 말을
삼키지 못하고 늘 방황한다. 운동화 끈을 풀려고 할 때마다, 매듭이 생기는
것처럼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끈을 잘라낸다. 그런 순간마다 말을 숨겨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외친다. 마치 분노가 거기 없는 것처럼 마치 내가
누구의 힘도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쉬고 있는 것처럼 익명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다
신현숙 / 2012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시 부문 수상, 2015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21년 서울사대부고 선농문학상 수상, 현재 캥거루 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