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살아있는 생명과 같아서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죽은 신앙이 된다. 움직이는 신앙이란 고정되고 획일화된 신앙체계에 갇히지 않는 신앙을 말한다. 때로 이런 움직이는 신앙은 의심하는 신앙과 일맥상통한다. 의심과 신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인 것 같지만, 진정한 신앙은 의심의 터널을 통과하는 신앙이다.
‘의심하는 도마’(doubting Thomas)의 신앙은 건강하지 못한 신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정한 신앙은 단 한 번도 의심이나 질문도 없이 언제나 확고하게 흔들림 없이 믿는 신앙을 의미하지 않는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가 「철학적 신앙」에서 신앙은 ‘회의하는 신앙’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은 신앙이라고 말한 까닭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사실 회의하지 않는 신앙은 맹목적 신앙에 가깝다. 맹목적 신앙은 한 번 입력된 신앙의 체계나 내용이 절대 진리인양 불변하는 것으로 믿고 행동하는 신앙이다.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반대로 배타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 권위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신앙에 근거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잘못된 인간적 권위나 제도적 권위에 기대는 것이라면 “맹신도”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맹목적 신앙은 비판하지 못하는 신앙이기 때문에, 그 온상에 기생하는 부패한 교회리더십을 분별하거나 통제할 길이 없게 된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6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