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파크하얏트 호텔 라운지 |
도시의 매력을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 중 하나는 최상의 경관 조망이다. 시드니, 홍콩, 싱가포르, 나폴리, 뉴욕…. 이들 도시하면 최우선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대체로 눈을 황홀케 하는 멋진 경관 조망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곳은 하나의 장소를 뛰어넘어, 도시의 격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줄뿐더러 도시에 대한 전체 이미지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경관 조망이 가능한 매력적인 장소를 애써 찾아낼 필요가 있다.
부산에서 경관 조망이 가장 매력적인 곳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어디를 먼저 선택하겠는가. 거기에다가 부산의 자연경관과 현대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더불어 차 한 잔의 여유를 간단히 즐기며 멋진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내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두 곳을 추천한다.
◆마린시티 최고의 조망- 파크하얏트
불과 몇 년 사이에 부산의 도시 이미지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마린시티. 초고층 빌딩군 속에서도 그 형상이 가장 인상적인 아이파크. 요트의 돛을 형상화한 휘어진 통유리 건물 중 전면의 한 동이 '파크하얏트 호텔'이다. 일반적으로 1층에 있는 호텔 로비와 라운지가 여기에서는 최상층에 있다. 멋진 조망을 제공하기 위한 역발상의 선택이다.
30층의 라운지에는 곡면 유리를 따라 모든 테이블이 외부 조망이 가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창에 바로 붙은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다양한 좌석 배치로 꾸며져 있다. 어디에 앉든 뷰는 황홀하다. 광안대교를 이만큼 멋지게 볼 수 있는 자리가 또 있을까. 바다의 거친 너울도 여기서는 지극히 정적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 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첩되어 보이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앉은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각도를 조금 달리한 자리에서는 수영강과 센텀시티가 보이고, 바로 아래로 요트경기장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빼곡히 보인다. 부산의 모든 텍스츄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해 질 녘 조망은 정말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노을 진 하늘 아래 광안대교의 형형색색 경관조명이 켜지고, 도심에도 하나둘 어스름 불빛이 밝혀지는 장면은, 잘 만든 그 어떤 낭만적 영화와도 비견할 만하다. 차 한 잔 마시며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본다.
구경삼아 투명 난간으로 된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니 식사 공간인 '리빙룸'이 나온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회사 '슈퍼포테이토(Super Potato)'에서 디자인한 공간은 이색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한옥에서 추출해 온 대들보와 목제 기둥이 공간의 전체 틀을 잡아주고, 친근한 자연 소재인 원목과 화강암으로 가구와 벽을 마감해 놓았다. 최상의 조망을 배경으로 즐기는 디저트 뷔페나 주중 런치세트, 주말 브런치는 행복감을 충전시키기에 충분하다. 별도 공간으로 구획된 라이브러리 형식의 라운지바도 피아노 선율과 함께 운치가 절절하다.
32층은 또 다른 분위기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이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매우 특징이 강한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로 디자인되어 있다. 관련 분야에 있는 필자에게 정말 오래간만에 놀라움과 시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한국 전통 가옥의 요소들을 매우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러면서도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고, 해학과 예술성의 경계에서 고급스러운 대중성의 포지셔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왓장 및 빗살무늬 미닫이를 활용한 장식이나 오래된 고서를 층층이 쌓아 올린 벽, 크고 작은 그릇과 전통가구, 자물쇠를 엮어 디스플레이 한 유리 벽 등. 모던과 오리엔탈을 비벼 이렇게 럭셔리하게 표출해 내다니. 거기에다 100% 내부를 오픈한 키친의 파격과 한옥 구조물을 해체하여 재축조한 기술력에 혀를 내둘렀다. 환상 조망으로 시작된 감동이 고품격 디자인으로 더 큰 감흥에 빠지게 되었다.
| |
| 더박스 |
◆센텀시티 최고의 조망 - 더박스
마린시티와 함께 부산의 지형도를 수년 사이에 바꿔버린 센텀시티. 세계 기네스에 오른 두 건물 '신세계백화점'과 '영화의전당'이 들어서 있고, 거대 규모의 전시집회시설 '벡스코'와 '시립미술관'이 이어진 곳. 그 외에도 업무, 주거, 상업용 빌딩들이 우후죽순 복합적으로 들어서 있다. 그 옆으로는 바다로 진입하기 직전의 수영강이 유유히 제 갈 길을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광안대교 접속도로가 지상, 지하로 얼기설기 엮여 있다.
이 모든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 건물이 강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네 개의 박스 형태 공간이 조금씩 축을 달리하며 엇갈리게 놓인 형상, 그래서 건물명이 '더박스'다. 외벽은 땡땡이 패턴의 올리브그린 모자이크 타일로 전체 포장되어 있다. 주변 언덕의 초록이나 강과도 잘 어우러지는 무난한 컬러 선택이다. 그리고 더는 아무런 장식 없이 말끔하고 강직하다. 마치 맞은 편 센텀시티라는 골리앗 앞에 선 옹골찬 다윗과 같이 당당하게 서 있다.
건물의 전면부, 즉 수영강을 대면하고 있는 창은 조망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닥에서 천정까지 중간 프레임이 없는 통유리를 끼워 넣었다. 강 건너 모든 장면이 그대로 창에 빨려 들어와 내걸렸다. 오버 스케일의 창문은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묵묵히 흐르는 강의 수면 아래 깊은 갈등이, 좁은 땅떼기에 까치발을 하고 선 인간의 수직욕망(빌딩들)이, 빠름을 실현코자 만들어낸 기술의 소산물(광안대교)이 몽타주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해가 지기 전에 공간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1층은 주방과 카운터로만 되어 있다. 여기서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커피, 허브티 등을 주문할 수 있고, 쇼케이스에 진열된 디저트류도 선택할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두 개의 박스 공간에 제각각 다른 모양의 테이블들이 분산 배치되어 있다. 무심하게 툭툭 던져 놓고는 가운데 부분은 그냥 여백으로 텅 비워 놓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 실내 분위기는 침착하고 평온하다. 인테리어라고는 박스종이(골판지)를 잘라 만든 꽃잎들이 벽면에 몇 겹씩 덧붙여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공을 들인 디자인은 대형 초콜릿 모양의 천장 마감재가 고작이다.
3층에는 파티, 브라이덜샤워, 프러포즈, 기업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예약제 임대 위주의 이 공간 역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럭셔리 뷰를 자랑한다. 동남아풍 라탄소파나 소품, 그리고 원목의 장형 테이블도 특별한 추억을 위한 도구가 되어준다. 3층의 또 다른 한쪽 편은 옥상 라운지이다. 방수 처리된 옥외 소파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한동안 풍경에 젖는다. 사색에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 어느새 해는 지고 장면은 야간 씬(scene)으로 변한다. 야경은 로맨티시즘의 주제를 더욱 강하게 표출한다. 광안대교의 경관조명은 이곳에서도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다우며, 더불어 센텀시티와 멀리 마린시티의 각 건물에서 뿜어내는 자발적 조명까지 더하여 져서 경관 조망이 빼어난 매력 장소임을 스스로 입증한다.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yein1@tu.ac.kr
사진 제공=파크하얏트 : 파크하얏트 홍보팀, 더박스 : 윤준환(사진작가)
더박스 | 위치 | 부산 수영구 민락동 | 규모 | 대지면적 360㎡, 연면적 324.91㎡ | 시설 | 커피숍, 갤러리, 옥상테라스 | 설계자 | 이병욱(동의과학대) + 이원영(주식회사 메종) | 문의 | 051-755-0549 |
|
파크하얏트 라운지 |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우동 | 시설 | 라운지, 레스토랑, 바, 오픈키친 | 설계자 | 슈퍼포테이토 (일본 인테리어업체) | 문의 | 051-990-1234 http://busan.park.hyatt.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