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설계를 맡긴 이상 당신도 (그 집에서) 완강하게 살아내겠다는 각오를 해주기 바란다.”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들에게 건축가 안도 다다오(68)는 위협에 가까운 당부를 하곤 한다. 이 말에는 ‘주거의 본질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라는 다다오의 건축 이상이 담겨 있다. 안도 다다오가 고희를 앞두고 내놓은 자서전인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이처럼 다다오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건축 인생과 철학을 오롯이 펼쳐보인다. 프로 복서 출신으로 대학 졸업장 없이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세계적 건축가로 자리매김한 다다오가 쓴 글은 그의 건축물만큼이나 군더더기가 없다. 그 어떤 비평문보다 함축적으로 정리된 그의 건축 철학은 실물로든 책으로든 다다오의 건축예술을 접했던 사람들에게 그 공간적 상상력의 근원을 엿보게 한다. 책은 안도 스타일에 매료된 팬뿐만 아니라 물질적 풍요와 안락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삶에서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를 사색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할 박스 지음/허지은 옮김/다른세상/1만6000원
제주 피닉스 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 등 국내 프로젝트도 진행한 그의 작품은 삶의 본질과 자연을 하나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무한 상상력의 작품들이다. 법당 위에 지붕 대신 연꽃 연못을 만들고 연못 중앙 계단을 통해 법당으로 들어가도록 만든 혼푸쿠지 미즈미도 사찰, 홋카이도에 지은 물 위에 십자가를 띄운 ‘물의 교회’, 극한의 저비용으로 콘크리트 박스 안에 십자가 모양으로 창을 낸 ‘빛의 교회’, 인구 3500명의 나오시마 섬을 세계적 예술 성지로 만든 ‘땅 속 미술관’ 등 빛과 그림자, 콘크리트로 에워싼 간결한 공간에 ‘무(無)’나 ‘간(間)’이라는 일본적 미학이 숨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안도의 데뷔작은 오사카에 지은 소형 주택이었다. 천장과 벽을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건물을 삼등분해 가운데 공간을 지붕 없는 중정으로 만들며 호평과 악평을 동시에 받았다. 이때부터 이미 그는 “안이한 편리함으로 기울지 않는 집, 간결한 소재와 단순한 기하학으로 구성하고 생활 공간에 자연이라는 소우주를 도입하는 건축”을 이상으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그 풍요뿐만 아니라 가혹함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장소 그 시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건축, 현대사회가 외면하고 밀쳐낸 것들을 보듬어내고 문제를 부각시키는 건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도는 비좁은 일본 땅에서 하얗고 밝은 미국식 교외형 주택 이미지를 선호하던 시대적 유행에 반대한다. 그 결과 다다른 것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었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왜 거리를 향해 무표정한 벽을 드러내는가’, ‘왜 합리적인 동선이란 현대주택의 불문율을 깨뜨리는 구조를 택했는가’? 그에게 쏟아지던 질문들에 대해 안도는 답한다. “1970년대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미학적 의도에서만이 아니라 제한된 예산과 대지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특수한 수단으로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것을 만들고 싶다”고. 다다오는 자기 한계에 대해서도 고백한다. 콘크리트를 통한 건축의 가능성을 추구해왔지만 콘크리트는 존재 자체가 환경 파괴라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일본 나오시마 섬에 위치한 치추미술관 전경. 땅 속에 묻힌 듯한 모습이 이채롭다.
책은 그가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 작품집을 사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아 수없이 도면이나 드로잉을 베끼고, 건축 인테리어 통신교육에 야간 데생 교실까지 닥치는 대로 수업하며 건축의 우물을 찾아가는 과정도 담고 있다. 학벌이나 연줄 없이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그의 전투적 자세, 그리고 게릴라 정신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새로 출간된 ‘건축가처럼 생각하기’도 삶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예술에 대한 교양서로 곁들여 읽을 만하다. 학교, 교회, 주택, 쇼핑 센터 등 건축작품을 설계하고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로 재직한 할 박스가 건축가적인 시각으로 환경과 건축예술을 돌아본다. 건축을 완성하는 과정에 대해 친구와 동료, 독자들과 주고받은 16통의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 건축에 대한 인류의 꿈과 실현 과정을 설명하며 누구를, 무엇을 위해 건축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해답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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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스미요시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평범한 일본식 가옥 중 하나를 헐어내고 폭3.6미터 깊이 14.4미터의 콘크리트박스형 주택 '스미요시나가야'는 안도다다오가 건축가로 데뷔한 첫번째 작품으로, 출입구 말고는 전면으로 창하나 없이 그리고 당시에 생소했던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 비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공간의 활용도를 종래의 주거 기능의 극대화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출발을 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주거에 관한 사상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 말로 주거의 본질이다.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대한 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스미요시나가야 처럼 작은 공간에 집을 설계하면서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까지 만든 것은 그러한 자연적 공백을 인위적으로 만듦으로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그리고 자연의 냉혹함까지 받아 들이고 그것을 일상생활릐 멋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건축주는 그것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교토 'TIMES' 교토 한복판을 흐르는 두개의 강이 교차하느 곳에 있는 대지, 10센티미터라는 아주 얕은 수운용 운하, 현대에는 천덕구러기가된 이곳, 냇가옆에 있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등을지고 지어졌다. 이 냇가를 살려서, 더구나 물막이 벽을 허물고, 난간도 없이 만드려는 안도다다오에게 어린이 안전상 문제가 잇다며 그의 발상에 제동을 걸지만, 물이 얕아 안전상에 문제가 없는 데도 트집을 잡는 그들의 논리를 책임회피에 가까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차레의 교섭을 해서 수변을 살린 건축을 했다.
고베의 한 산자락 비탈을 깎아 택지로 조성하려고 그에게 의뢰한 건축주는 경사지를 쓸 수없는 땅이므로 옹벽을 세우겠거니 했지만,
안도다다오는 경사지를 최대한 살린 집합주택을 설계, 세계 집합주택 역사에 길이 남는 건물을 지었다.
모든 것을 땅에 묻은 치추미술관
산토리뮤지엄
이탈리아 북부 베니스 근교 20분 거리에 있는 트레비소(Treviso)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파브리카(Fabrica)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베네통에서 설립한 커뮤니케이션 연구 센터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 장르, 언어, 공간 등의 다양한 영역들이 만나는 곳이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미국 텍사스주
네팔 어린이 병원, 현지에서 만드는 햇볕에 말린 흑벽돌을 사용.
빛의 교회, 십자가의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진언종 혼푸쿠지 미지미도, 연꽃이 핀 연못중앙의 계단을 통해 법당으로 내려간다. 연못 밑에 법당이 있는 구조.
‘안도다다오'의 책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전혀 눈여겨보지 않던 분야에 열정으로 충만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安藤忠雄,Tadao Ando, 1941년 9월 13일 ~ )를 만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이런 매력적인 건축물을 디자인한 사람이 고졸 학력에 오사카의 척박한 가정환경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건축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독학만으로 장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책의 행간에서 그의 투박하면서도 철저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가열찬 인생이 스며든 듯 했다.
평소 스타일리시 보이던 ‘노출콘크리트’로 된 평범하지 않은 건물들이 바로 ‘안도다다오'의 새로운 시선과 시도들이 시초가 된 것 임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에 더 매료되게끔 하였으며,
공간을 만들어가는 건축가의 고뇌가 공간을 최대한활용하는 물리적 관점이 그것을 넘어 자신의 철학을 담기 위해 평범한 주거 방식까지도 거부하는 그의 건축만큼이나 파격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생각 그러한 것을 추구하기 위한 건축주나 이용객의 불편을 내세우는 항의조차 감소하고 이겨 내가는 고집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만의 파격의 건축물. 그것은 주위의 시선과 편견을 이겨낸 산물이라는 사실. 또한, 내가 동경에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긴자의 ‘오모테산도힐스’도 그의 작품이었다니!! 수개월이 지나버렸는데도,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니 기억 속에서 꺼내어 새삼 다시 훝어 보는 느낌을 받았다.
오모테산도힐스는 동경 시부야구에 위치한 쇼핑몰 2005년 모리건설에 의한 일련의 동경 도시개발로 세워졌다. 유명한 쇼핑가로 종종 '동경의 샹젤리제'라 불리는 오모테산도에 250m길이로 제워져있다.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이 건물은 건물내부에서 나선형모양으로 설계된 경사(지어진 언덕의 각도와 같다)를 통해 쇼핑을 하도록 독특하게 설계되어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3억3천만 달러의 비용이 든 오모테산도 힐스는 건설 초기부터 논란이었다. 건물은 1923년 관동대지진이후 1992년 세워진 바우하우스식 도준카이 아오야마 아파트를 대체하게 되었다. 아파트의 파괴는 일본의 역사적인 건물의 보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게하엿다. 안도다다오는 한쪽에 아파트를 남겨두면서 또한 가로수보다 낮은 설계로 완성하였다.
건축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절제와 단순미로 표상되는 일본 스타일이라는 평을 듣는 그만의 독특한 느낌으로 지어질 수 있게끔 의지와, 도전정신은 평범하게 사는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마치 ‘노출콘크리트’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1941일본 오사카 출생 1962미국,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독학으로 건축수업 1969안도 타다오 건축 연구소 설립 1987예일대 객원교수 1988콜럼비아대 객원교수 1990하버드대 객원교수 Ando Tadao 수상 1979스미요시주택으로 일본건축 학회상 1983록고집합주택으로 일본문화디자인상 1985 핀란드건축가협회로부터 알바알토 메달수여 1986일본 문부성의 순수미술진흥상 1987록고교회로 마이니치예술상 1988키도사키주택으로 요시다 이소야상 1989 프랑스건축아카데미상 1990 오사카현으로부터 오사카예술상 1991미국건축가협회 명예회원으로 추대 1992덴마크 칼스버그건축상 1993영국왕립건축가협회 명예회원 1994치카츠 아스카역사박물관으로 일본예술대상 1995프랑스예술원으로부터 가시작위수여 1996제8회 프리미엄 임페리얼상 제1회 프리이트 소울상 1997 독일건축가협회 명예회원추대 영국왈립건축가협회상 프랑스 예술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