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지역글쓰기교육연구회가 주관이 되어 마련한 이주영선생 명퇴 작은잔치마당에서 이주영선생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회고하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 등을 이갸기 하고 있다.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을 대신하여 이병우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그 간 전교조 결성을 주도하고 참교육 운동에 앞장 선 공로를 기리는 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주영 선생 명예퇴임을 맞아
김 광 철
이주영이 학교를 그만둔단다
참 아쉽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제주도 촌놈인 내가
그와 서울문창초등학교에서 만나 선생질하며
같은 학년도 하고
같이 하숙을 하며 보낸 날이 그 얼마이던가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을까
전생에 그와 나는 엄청난 웬수였나 보다
맨날 자정을 전후하여 담넘어 들어오길 밥먹듯 하던 이주영
백범사상연구소로 양서협동조합으로 글쓰기로...
어디를 쏘다니는지 다 알지도 못한다
뭔가를 하고 있지만 묻고 싶지도 않았고 잘 알려주지도 않았다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시퍼렇던 날
뭔가 작당을 하는 모양인데
그런 그를 경계 반, 두려움 반으로 대했다
유난히 젊은 교사들이 많았던 문창에서
의기투합하는 젊은 교사들을 모아
‘한빛’이란 이름 붙여 방학 때 아이들 데리고 캠프를 가려다
교장한테 들켜 혼줄나고
창고 교실에서 젊은 교사들이 모여 칠판에 송곳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교장한테 시말서 쓰고
숙직이 걸린 날에는 난로 위에 돼지고기 구워 술잔기울이며 정부 비판도 하고
스카우트 단대장인 내가 아이들 데리고 교내 또는 교외로 나가 캠프를 할 때는
어김없이 쫓아와서 텐트도 쳐 주고 궂은 일 도맡아 해 주기도 했지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는 사이
한 발, 두 발 그에게 끌려갔지
서슬퍼런 전두환 시절
YMCA초등교사협의회를 한다고
종로에 나갔다가
장학사, 경찰들 좌악 깔려 있는 거 보고 숨죽이던 날
그가 회장이 되어 젊은 교사들 모아
운동가도 부르고
현실 비판적인 창작동요도 부르고
교육비판서도 읽던 그날의 모습이 스쳐간다
초등교사협의회 한다고 불려다니고
각 지역 초등교사 대표들 모아
전국 이곳 저곳으로 떠돌며
글쓰기 이야기도 듣고
교사협의회 소식도 나눈던 날들
나는 조마조마하며 이주영을 따라 나섰지만
늘 뒤전에서 한 발은 빼고 있었지
항상 이주영은 앞장 서서 대표나 짱을 맡았지
1989년 전교조 결성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 하던 해
전교조 죽이기를 하기 위하여 이념공세 퍼붓고
전교조 못하게 하려고
시골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들까지 동원하며
협박, 회유, 구속, 파면, 해임 등으로 조여올 때
89년 그 뜨겁던 초여름날 5월 27일 밤
전교조 결성 선봉대가 되어 한양대학교에서 농성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의하여 양팔이 붙들려 끌려나오던 이주영 선생
TV화면을 크게 장식했던 이주영 선생
그 장면은 지금도 나의 뇌리를 맴돌며 떠날 줄 모른다
그런 그가 오늘 파란만장했던 교직을 접고 학교를 떠난단다
본의 아니게 건강 때문에
몸을 불사르고
마음을 불사르고
청춘을 불살라 사회 변혁의 불쏘시개가 되고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한 장작이 되어 몸과 마음을 던진 것이
오늘 그를 교단에서 내려오게 한단 말인가
애석다
야속다
아직 한국 교육은 그의 지혜와 열정을 더 요구하고 있는데 말이다
첫댓글 초록교육연대에서 옮겨왔습니다.
읽을 수록 말이 없어집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어서 쾌유하셔서 좋은 말씀 더 많이 들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