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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동북부 지역의 산악지대로, 알프스 동부지역에 속하며 총면적은 약 5500km2로 우리나라 제주도의 세배쯤 되는 크기다. 하이디가 뛰어 놀 것 같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스위스 알프스와는 달리 빛의 시간대에 따라 붉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채로 반짝이는 백운석(돌로마이트)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침봉들이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다.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알프스는 크게 서부알프스, 중부알프스와 동부알프스로 나뉘는데 돌로미티는 이중 동부 알프스 지역에 속한다.
서부 알프스는 주로 프랑스에 속해
있다. 샤모니를 중심으로 근대 등산의 발원지인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07m)을 중심으로 드류, 그랑드 조라스,
에귀 디 미디, 에귀제앙을 비롯해 수많은 침봉을 거느리고 있는 몽블랑 산군과 프랑스 남부의 라 메이쥬, 바르 데 제크랑(4101m) 산군과 이탈리아의
그랑 파라디소(4061m) 산군도 포함한다.
중부 알프스는 주로 스위스에 속해 있으며 발리저 알프스, 베르너 알프스, 베르니나 알프스로 나뉜다. 발리저 알프스는 체르마트를 중심으로 마터호른(4478m),
바이스호른(4505m), 몬테로자 산군 등 4,000미터가 넘는 빼어난 경관의 고봉들이 32개나 있다.
베르너 알프스는 그린델발트가 중심지이며 베터호른, 슈레크호른(Schreckhorn, 4078m), 아이거, 묀히(4107m), 융프라우(4158m),
브라이트호른(Breithorn) 연봉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산군에는 9개의 4,000미터급 산들이 있다. 또 스위스의 동남쪽에는 피츠베르니나(4049m)를
맹주로 하는 베르니나 산군이 있다.
동부 알프스는 주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북부에 걸쳐 있으며, 인스브루크와 티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바바이라 알프스, 찰스부르크 알프스, 치베타, 마몰라타 등의 대석회암벽을 거느리고 있는 돌로미테 산군, 슬로베니아의 율리안 알프스 등이 있다.
돌로미티라는 지명은 돌로마이트라는 암석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는데, 1789년 이 돌을 처음 발견한 프랑스 지질학자 디외도네 돌로미외(Dieudonne Dolomieu)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돌로마이트는 백운석으로 순수석회암과 칼슘, 마그네슘, 카보네이트가 층을 이루면서 형성된 돌이며 이것들이 오랫동안 침식되면서 기기묘묘한 형상의 암봉을 만들어 놓았다. 돌로미티 독특한 풍경은 이러한 백운석과 석회암의 경관적 특징에서 나온다. 바위들이 침식작용과 산사태·눈사태·홍수 같은 동적인 과정을 통해 기묘한 형상을 띠게 되었는데 여러 종류의 봉우리와 수직으로 형성된 높은 기암절벽 등 다양한 석회암 지형이 한 곳에 밀집된 곳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돌로미티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산악 전쟁의 격전지였던 돌로미티가 위치한 남티롤 지역은 원래 오스트리아 영토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후 생제르망 조약에 의해 1919년 이탈리아에 귀속되었다. 이후 군사목적으로 만들어진 산길들을 산악인들이 트레킹루트로 개척하면서 세계인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었다. 또한 세계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이룬 전설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고향이기도 하며, 영화 <클리프행어>의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오늘날에도 돌로미티에는 독어와 이태리어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돌로미티는 침식, 지각변동과 빙하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색채로 펼쳐지는 암봉의 파노라마, 화성 한가운데 있는 듯한 황량함, 드넓게 펼쳐지는 목초지, 다채로운 종류의 야생화, 에메랄드 및 호수, 알프스의 야생동물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트레커라면 한번쯤 꼭 오고싶은 트레킹 명소로 꼽힌다.
돌로미티는 크게 트렌티노, 베네토, 알토아디제 3개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유명한 산군과 트레킹 코스,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고개(Passo)는 알토아디제와 베테토 지역에 주로 있다.
수백개가 넘는 트레킹코스 중 돌로미테의 대표적인 트레킹코스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알타비아(Alta Via)’ 트레일이다. 알타비아는 영어로 High Route라고 하며 이탈리아어로 ‘높은 길’이라는 뜻이다. 알타비아 1,2,3… 로 번호가 매겨진 코스가 10개 정도 있으며, 각각의 코스를 종주하는데 7~10일 이상 소요된다. 알타비아 숫자가 클수록 트레킹 수준이 어려운 코스라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클래식 코스는 돌로미티 중심지역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종주하는 ‘알타비아1’ 코스로 거리는 약 150km에 달한다. 알타비아1코스는 돌로미티의 유명한 산장과 가장 아름다운 곳을 지나는 전통적인 트레킹 루트이다. 해발 2000~3000m 대를 고원을 오르내리며 걷기 때문에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지만 걷는 내내 돌로미티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만발한 야생화들, 소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푸른 초원 위로 ‘5개의 탑’이란 이름이 잿빛 바위 첨봉들이 솟아난 모습은 다른지역에선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알타비아2 코스는 브레사노네(Bressanone)에서 시작하여 돌로미테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르몰라다(Marmolada, 3343m)를 거쳐 크로체다우네 고개(Passo di Croce d'Aune)에서 끝난다. 알타비아2는 코스에 따라 거리가170~180km 정도 되고, 특히 중간에 여러개의 비아페라타(Via Ferrata, 와이어 등반) 코스가 있기 때문에 훨씬 다채롭고 스펙터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돌로미티 대부분의 트레일이 남북으로 종단하는데 반해,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트레일은동서 방향으로 횡단한다. 롤러코스터 트레일은 론니플래닛紙 'Hiking in Italy'에 소개된 트레일인데, 오르티세이(Ortisei)에서 출발하여 트리치메까지 약 70km를 말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트레일을 찾는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볼차노(Blozano)에서 약 40km정도 떨어진 카레차(Carezza)마을에서 시작하여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의 방목지인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를 거쳐 돌로미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위산인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에서 끝내는 약 120km 구간을 선호한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위험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등반장비를 잘 갖추어야 하고 반드시 산장의 오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통적인 알타비아 트레일과 롤러코스터 트레일 외에도 수많은 트레킹 코스가 세계의 트레커 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국내 몇몇 여행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멋진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면서 국내 트레커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체다 (Seceda) 트레킹
1978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푸에즈-오들러 국립공원에 있는 푸에즈-오들러 산군은 바늘처럼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한폭의 수채화 같은 정경을 연출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세체다 정상부에 올라 장엄하게 펼쳐지는 수직절벽 오들러 산군의 경이로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세체다 트레킹 루트는 오들러 산군의 옆면의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함께 드넓은 초원, 셀라산군, 사소롱고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나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알페디 시우시 트레킹 (Alpe di Siusi)
아침에는 하늘과 구름을 받들고, 저녁엔 별빛을 담아내는 거대한 초록빛 융단, 알페디 시우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고원지대이다. 2350m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사소피아토와 사소룽고, 스칠리아르 등 거대한 산들에 둘러 쌓여 있는데, 면적은 57km2에 달한다.
사스 포르도이 (Sass Pordoi) 트레킹
돌로미티의 중심에 위치한 셀라(Sella) 산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피츠보에(Piz Boe, 3152m) 아랫길을 걷는 포르도이 트레킹은 케이블카를 타고 2950m에 올라가서 시작하므로 힘들이지 않고 약 3000m 고도에 올라서서 돌로미테 최고봉 마르몰라다(Marmolada)를 비롯하여 발 디 파사(Val di Fassa), 로젠가르텐(Rogengarten), 사소룽고(Sasso Lungo) 산군들의 웅장한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다. 마리아 산장에서 보에 산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돌로미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햇빛에 반사된 백운석이 신비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수 있는 구간이다.
마르몰라다 (Marmolada) 트레킹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를 바라보며 걷는 마르몰라다 트레킹은 제1봉 푼타 페니아(Punta Penia, 3343m)와 제2봉 푼타 로카(Punta Rocca, 3309m) 등 여러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아주 가까이에서 빙하를 구경할 수 있다. 돌로미테의 유명 트레킹 코스인 알타비아 No.2 의 일부구간이디도 하다.
라가주오이(Lagazuoi) 트레킹
토파니 산군에 자리한 라가주오이 산장(2835m)은 돌로미테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산장이자 놓쳐서는 안될 명소이다.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가는 코스는 장엄한 뷰의 연속이다. 파소 발파롤라에서 시작하여 푸른 숲과 오르막길을 지나면 웅장한 토파네 산군을 만날 수 있다. 황량한 암봉들 사이를 지나 라가주오이 산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장으로 가는 길 주변의 바위 곳곳에서 1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트레킹 (Trecime di Lavaredo)
돌로미티 산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드라이 친넨)는 직벽 높이면 약 1000m 이상인 치마피콜로(2856m), 치마그란데(3003m), 치마오베스트(2972m) 이렇게 세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봉이다. 암벽 등반의 성지로도 불리는 웅장한 세 봉우리 아래에 서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저절로 생길 정도이다.
아피트레일(Adige-Pieve connection Trail, APT)
돌로미테 중심부를 횡단하는 트레일로서 돌로미테 서부지역을 구분 짓는 아디제(Adige) 강 볼차노 살로르노(Salorno)를 들머리로 하여 몬테코르노~로젠가르텐~피츠보에~라가주오이~크리스탈로~트레치메를 거치며 돌로미테 동부지역을 구분 짓는 피에베(Pieve) 강 산토 스테파노(Santo Stefano di Cadore)를 날머리로 하는 트레일이다. 거리는 약 245km이고, 완주하는데 16일 정도 걸린다. 아피트레일의 특징은 돌로미테 중심부를 끝에서 끝까지 완벽히 횡단한다는 것, 유네스코 지정 돌로미테중심부 자연공원 7개중 3개가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비아페라타(Via Ferrata) 코스가 10개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볼거리와 등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트레일이다.
돌로미티 트레킹 시기는 6월부터 10월까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장이 6월 중순에 오픈하여 9월 중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의 피서기간인 7월 마지막 주~ 8월 둘째주 기간을 피한다면, 알타비아1 트레킹은 6월중순~7월중순, 8월하순~9월초순이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7~8월의 돌로미테 평균기온은 20도 정도이다. 돌로미티에서는 야영을 할 수 없으며, 취사를 할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인 만큼 곳곳에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산장이 많다. 2~4성급의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로 샤워시설과 매식이 가능하며, 침구까지 잘 갖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