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항공기 탑승은 여행지의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고 마음이 설렌다.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입국차 탑승한 항공기는 예기치 못한 기류에 휩싸여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많이 흔들렸다. 이러다가 비행기가 뒤집혀 추락하는건 아닐까.
하늘길에서 듣던 익숙한 안내방송이 이날 만큼은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 기분 좋게 불러보던 떴다 떴다 비행기가 아니다. 거의 1시간 동안 요동치는 항공기는 승객들의 마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았다. 순간 눈앞으로 스쳐가는 얼굴 하나가 필름처럼 지나간다. 남편이 아닌 아들이다.
사람이 살면서 본의 아니게 최후의 시간을 절감할 경우가 있다. 아마도 지금 상황이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란 초조함이 온 몸을 엄습한다. 안내방송이 점점 잦아진다.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통화도 할 수 없다. 진즉 제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살 것을. 때 늦은 후회로 가슴을 친다. 고개를 떨구고 기도를 한다.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긴박감 속에 시간이 꽤 지났다. 여기저기서 승객들의 안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흔들리던 항공기가 고요하다. 비행기가 안전 궤도에 들어왔다는 안내방송이 귓가에 맴돈다. 눈물이 핑 돈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몸의 긴장을 푼다.
김해공항이다.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뜬금 없이 사랑한다며 울먹이는 나에게 아들도 한마디 한다. "어머니 저도 사랑해요." 잠시 후 휴대폰에 남편의 문자가 날아든다. "여보! 무사귀환을 축하하오. 보고 싶소."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 왜 일까. 남편보다 아들을 사랑한 죄, 그대는 용서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