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들의 웃음을 뺏지 마소서…
잇단 사망·체포 외국인근로자의 '슬픈 X-마스'
대구평화교회 베트남계 등 신자 70명 성탄예배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25일 정오 대구평화교회에서 성탄예배를 마친 박순종 목사와 베트남·중국계 엄마와 아이들이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슬픈 크리스마스였다.
베트남출신 빈 아줌마(33)는 천식을 앓으면서 일하다 사망했고, 또다른 베트남사람인 반과 흥은 지난 주 대구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체포됐다. 요란하고, 화려한 성탄절 이면에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춥고 쓸쓸한 사연이 가슴을 적신다.
25일 낮 12시 대구평화교회(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주택가 건물을 이용한 작은 교회는 성탄 예배를 올리려는 베트남, 중국계 신자 70여명으로 북적였다. 낯선 이방인의 신세, 가난한 살림살이 등으로 삶의 무게는 여전히 힘겹지만 그래도 세상을 구원하러 온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인류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했다.
대구평화교회는 외국인근로자의 인권보호 및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사랑을 나누기 위해 설립됐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를 운영하던 박순종·고경수 목사를 주축으로 한글교실, 노동상담, 의료진료 등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활동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예배는 모두 3개 국어로 진행됐다. 박순종 목사는 한국어와 서툰 중국·베트남어 등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예배를 했다. 찬송가 1~3절이 각기 다른 언어로 불리고, 설교도 다국적이다. 신자들은 설교를 깊이 이해하기보다는 앞뒤 정황으로 내용을 짐작한다.
특히 이날 예배에는 갓 태어난 영아들이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이제 3개월된 중국의 아위팡을 비롯해 수잉칭양, 베트남의 풍하, 피엔앙 등 5~6명의 아기들이 나와 아기예수 탄생을 떠올렸다.
박 목사는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가장 낮고, 가난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다"면서 "불법체류,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아이 얼굴에서 어쩌면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자들은 이날 예배를 마친 뒤 함께 준비한 음식을 서로 나누고, 대구시내 장애아 보육시설을 찾아 십시일반 모은 헌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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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공단에서 성탄캐럴송과 외국인에게 선물 나누기
24일 오후 5시부터 9시 까지
약 300여명에게 성탄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