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교회 주보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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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다 制法利多
법으로 많은 이를 이롭게 한다
- 2017년 공익법센터 어필 연간보고서 중에서-
평화를 꿈꾸며 어필이 문을 연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난민신청자의 수는 약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난민인정률은 오히려 3분의 1로 줄었고, 외국인들을 무기한으로 구금할 수 있는 법은 여전하여 아직도 많은 외국인들이 기약 없이 구금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더 많이 해외로 진출하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필은 평화를 상상하며, 한국과 세계의 곳곳을 누비고 활동했습니다. 난민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와 제주까지 오가고, 아시아 이웃 나라에도 난민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염전에서 오랫동안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였던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내몰려 있는 이주어선원들의 상황을 국내외에 보고하였습니다. 제네바에서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노동자의 인권침해를 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했고, 이러한 활동들을 더 잘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고, 유투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도 열었습니다.
무엇보다 어필은, 고국에서의 어려움과 지난한 난민인정 절차로 인해 때로는 눈물도 흘리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희망을 잃지 않고 웃으며 삶을 일구어가는 난민들로부터, 오랜 착취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진 가운데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다지는 인신매매 피해자들로부터 평화를 일구어낼 수 있는 힘을 나누어 받았습니다. 그 힘으로 어필은 어려워진 현실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도록, 보다 더 풍성하고 힘있게 상상하며 평화를 일구어나가겠습니다.
‘난민 복서 이흑산’. 챔피언이 되어서 한국에 정착할 지위를 얻지 못하면 쫓겨나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권투선수.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가 알려진 아싼은 군대에서 지속적인 학대와 착취를 당하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차 한국에 도착하여 친구 에뚜비와 함께 탈출해 난민신청을 했던 친구입니다. 이후 아싼과 에뚜비는 어필의 조력과정을 통해 다행히도 난민지위를 인정받고 구금에서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에게 닥친 평범치 않은 위험에서 벗어나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어필의 법적 조력 속에서 아싼과 에뚜비는 죽음의 위협으로의 추방이 아닌, 한국에서의 안전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기쁜지요.
2017년 12월 31일 인천공항 국제선 터미널. 난민 모함메드는 ‘도착’으로 표시되었는데 아직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아내와 네 명의 자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헤어진 지 3년이 넘은 모함메드 가족이, 공항에서 그렇게나 길었던 한 시간반을 기다려 서로 얼싸 안은 그 장면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피고가 2015.12.28.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한다.’ 어필이 대리한 판결문의 이 한 문장을 통해 모함메드는 드디어 가족을 만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필은 이처럼 언제나 난민을 옹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는 그렇게나 어려운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에서 많은 승소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새롭게 정치권력이 교체된 지금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안전한 삶을 찾아 정착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2016년에는 전국 법원에서 난민승소 하급심 판결이 단 1건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필은 2017년에 난민승소 하급심 7건의 판결 중 4건의 승소판결을 만들었고, 그 밖에 중요한 법리가 담긴 난민귀화불허처분취소의 승소, 난민에 관한 형사사건에서의 무죄판결도 만들어냈습니다. 난민들에 대한 다양한 상담과 법적인 도움, 난민인정절차제도의 개선에 대한 연구사업, 해외단체를 통한 연대사업, 난민법 및 관련 법규 개정운동, 그리고 정부와의 협상에 이르기까지 어필은 난민들의 옆에서, 난민들을 돕고 법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와 권리를 한국사회에 번역해내는 일을 쉼 없이 기쁘게 해왔습니다.
▪ 공익법센터 어필 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 공익법센터 어필은 난민, 구금된 외국인, 무국적자, 인신매매피해 외국인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해외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비영리 공익변호사 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