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6. 30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 이뤄졌다. 30일 오후 3시 4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그것도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과 같은 외국이 아니라 한반도 분단의 상징 비무장지대(DMZ)의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났다.
물론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만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벌써 3번째로,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이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같은 흥분이나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평화의 악수는 그동안 정체되었던 북미간의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판문점은 지난 1953년 7월 27일 오전 정전협정 서명이 이뤄진 곳. 당시 미국군인 마크 클라크(Mark Wayne Clark)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인 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하면서 6·25전쟁이 멈췄다. 당시 협정의 당사자인 클라크 사령관과 김일성 최고사령관이 직접 만나 서명을 한 것은 아니다. 협정 조인식에는 클라크 사령관만 참석하고, 서류만을 이동시켜 이날 오후10시 평양에서 김일성이, 다음달 28일 개성에서 펑더화이가 서명되었다. 이로부터 66년간 한반도는 전쟁아닌 전쟁지대가 되었고, 국민들은 늘 북한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아야했다.
국내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방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체류하는 동안 경제 이슈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30일 오전에는 숙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삼성, 현대차, SK, CJ, 두산 등의 재계총수들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와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감사와 함께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미국의 경제가 얼마나 되살아났고, 주가가 올랐는 지를 설명하였다.
미국이 지난 100년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한 것은 군사적 힘과 경제적 힘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미국과의 협상에 신경을 곧두세우는 것도 미국의 외교 뒤에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에게 밉보이면 경제적 제재를 먼저 가하고 여차하면 군사작전도 병행한다. 이라크 후세인 정권과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그렇게 무너졌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세계 최강국은 여러 국가가 아니라, 미국 단 하나의 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문제와 군사이슈는 소외당하고 있다. 국내 수출이 둔화되고 경기가 악화되지만 대통령의 대화에서 경제문제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많이 옹호하다보니 지난 3월 야당으로부터 "북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또한 군의 경계태세도 소홀해지면서 지난달 15일에는 북한의 목선이 해군의 아무런 제재없이 강원도 삼척항에는 입항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자체에만 몰두하면 오히려 북·미 대화로부터 소외당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이미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고, 대화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계속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이후 한국과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 역시 그 연장선이다. 지난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다"라며 거의 면박 수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으로 북미 대화는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외교적 역량을 집중,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군사적, 경제적 역량 키우기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의존하고 존중하는 것은 단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쌀과 물자를 제공하고, 전기와 철도량을 공급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군사력을 갖고 있기에 존중하는 것이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