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소리가 다르더라 >
건각 10명이 모였다.
길없는 산길을 간다. 길 없는 중간에 우뚝 선 이정표.
이리저리 산짐승처럼 헤매다.
길아닌 길을 가니
제초 작업 꺠끗이 된 산성 표지석이 나온다.
바지 춤 동여매고 무명 저고리 여미고
돌지게 졌을 먼 나라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다.
여름 나뭇잎은 물기을 머금고 무겁고 싱싱하다..
가을 나뭇잎은 물기가 없고. 가볍고 차갑다.
마른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으시시하다.
촉촉한 사람이 좋더라.
바람 소리가 다르더라ㆍ
대둘 8구간 걷기(2024년 10월20일)
매여 있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일요산행은 간다. 늘상 가는 산행이지만 언제나 기대가 크다. 아침을 조금 일찍 먹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봉산동으로 간다. 시내 버스를 타는 것이 서울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휴일은 배차 시간이 길다. 환승을 두번이나 해야 한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이삽십분 정도가 틀어진다. 대중교통의 애로 사항이다. 그런대로 시간 맞춰 어득운리 정류장에 도착한다. 벌써 서네명이 와 있었다. 와이님이 새로 참석을 했다. 반가웠다.
팀장이 인사와 체조를 하고 출발한다. 예전에 혼자 왔을떄는 마을을 지나 갔었는데 오늘은 산 방향으로 올라 간다. 가는 도중에 길이 없어졌다. 낙엽이 길을 덮어 버렸다. 짐승처럼 거슬렁거리며 길을 찾았다. 주변 제초작업이 잘 되어있는 안산산성에 도착한다. 안성산성은 유성구 안산동과 공주시 반포면 사이에 있는 고조산에 돌로 쌓은 테뫼식 석축산성이다.둘레는 600~800M 정도이고 백제식 으로 추정되는 계단식 산성이다. 바지춤 동여매고 옷고름 여미고 돌지게 지고 다녔을 선조들을 상상해 본다.
우산봉을 향하는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많이 분다. 물기를 듬뿍 앉은 싱싱한 나뭇잎을 뒤흔드는 답답한 바람은 지나갔다. 이제 나뭇잎이 말라 부딪치는 싸 ~싸~싹 소리가 바람에 썩여 겨울을 예고 하는 것같다. 바람에 모자가 날릴까 모자를 고쳐 스는 사람, 모자를 손으로 잡고 걸어가는 사람등 모두 조심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계룡산을 본다. 멀리보이는 산세가 기가찬다. 향적봉을 용의 머리로 박정자 삼거리 방향을 꼬리로 하고 용틀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누워 있는 계룡산 옆으로 벼가 익은 황금빛 들판은 한장의 그림같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능선 곳곳에 돌로 만든 표토존 표시는 너무 인공적인 뺀질거림에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산하여 점심을 먹자와 도시락은 산에서 먹고 가야 한다는 두 의견에 팀장이 신선봉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둘러 앉아 먹는 점심은 항상 과식을 한다. 시끌 벅적하게 점심을 먹고 비탈길을 내려간다. 삽재 방향으로 간다. 갑하산 기슭에서 삽재를 향하는 다리를 건너 간다. 삽재에 도착하여 안내판 앞에서 다음달 산행을 팀장이 간략히 설명한다.
대로변 차들이 달리는 소리를 듣지 않고 개울을 따라 걸어 현충원까지 간다. .현충원에서 버스를 타고 구암역으로 간다. 역주변 아구식당에서 주인 아주머니 착각으로 아구탕과 아구찜이 반복하는사이 안주없이 소맥을 마신다. 시원한 맥주의 계절은 지나갔나 보다. 다음 달은 따끈한 오뎅국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야우소회(夜雨小懷) - 최경봉
캄캄한 비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피고
면바루 개가 짓는 밤은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이다.
캄캄한 비 속에
새빨간 달이 뜨고
하아얀 꽃이 피고
면바루 개가 짖고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은
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등이
노랑나비 바구지꽃 메밀국수 남치마 자개짚세기
그리고 천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 지는 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