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처음 만나 연애할 때는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그래서 눈에 콩깍지가 끼였다고 한다.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면 아주 부자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혼생활은 항상 행복으로 가득할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결혼하여 몇 해쯤은 그럭저럭 잘 지낸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 장점은 어디로 가 버리고, 단점만 눈에 들어오고, 말싸움과 시비가 잦아진다. 심한 경우에는 얼굴만 마주치면 밉게 보이고 원수처럼 대하기까지 한다. 잘 버티면서 사는 사람은 평생을 한 지붕 밑에서 산다. 갈라서자고 보따리 싸기를 여러 차례 친정집에 들락날락, 친구 집에서 머물기 등 이젠 눈치가 보여 가기가 싫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참고 지내다 보니 평생을 한솥밥 먹게 되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아이 지겨워,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남편(놈)과 사나?” 하소연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애들 때문에 참고 살아야지, 그 놈의 정 때문에 하면서 울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원망과 한탄을 하기도 하면서, “인연을 맺었으니 참고 살아야지” 라며 마음을 다지며 평생을 함께한다. 부부는 칼로 물베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사이가 틀어졌다가도 조금 있으면 다시 좋아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부부는 그렇게 그렇게 살아간다. 이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예일 것이다.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는 것은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다. 마치 부부는 길을 가는 나그네라고 생각해야 한다. 때로는 구름이 끼고 비가 오며,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한다. 더불어 혹한의 추위가 엄습하여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서로 신뢰하는 부부라면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정신과 혼 등이 渾然一體(생각, 행동, 의지 따위가 완전히 하나가 됨)가 되어 참고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가정생활 혹은 사회생활 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다. 남편과 아내, 모두 신뢰가 무너진다면 파탄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연애 시절부터 시작하여 결혼해서 지금까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말다툼 한번 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잘 지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설령 부부간에 금이가고 함께할 수 없을 경우에는 결단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다만, 한 가지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아이가 아직 어릴 경우이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여 어린아이에게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적어도 아이가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는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나 부부를 위해서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모두를 위해 바람직 한 것인지를 심사숙고 해서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 지혜롭게 결정하라는 말은 자신을 되볼아 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것인지, 혹은 그른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省察(성찰,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후회를 덜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가 성립되면, '천생연분(天生緣分)'이란 말을 많이 한다. 이는 하늘이 마련하여 준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겠는가? ‘인생은 한 번뿐이요, 하루살이는 하루뿐이요, 메뚜기는 오뉴월이 한철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메뚜기 날뛰듯 함부로 하지말고, 모든 것에는 그 시기가 정해져 있으니 조심 조심하며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말이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아내는 남편이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고,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응원과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는 살림만 하며 살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맞벌이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서로를 도와주라는 말이다. 설령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라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인연을 맺었으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인생을 잘 마무리 해야한다.
살아가면서 갈등이 없는 부부는 매우 드물것이다. 다만, 갈등이 있을 때(말싸움, 감정 대립...등)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부부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 관계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 이것도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