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낚시 용 베이트캐스팅 릴. 감각적인 낚시를 위해 많은 배스낚시인이 선호하고 있다.
베이트릴(베이트캐스팅 릴)의 위상은 어떤 장르의 낚시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난다. 바다루어낚시에서 베이트릴은 한마디로 ‘계륵’이다. 선상낚시, 그것도 작년에야 히트를 치기 시작한 참돔지깅 같은 극히 협소한 영역의 장르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장비로 여긴다.
반대로 배스로 대표되는 민물 루어낚시에서 베이트릴은 그야말로 ‘로망’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배스낚시에서 ‘초보는 스피닝, 전문꾼은 베이트’라는 공식이 서있을 정도다. 장비를 두고 초보, 전문꾼을 나누는 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다루기가 다소 어렵고, 관리에도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이 베이트릴인 만큼 전문꾼에게 어울리는 릴이라는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베이트릴이 전문꾼에게 어울릴 만한 장비라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는 것이다.
출조가 뜸한 겨울에는 릴 수리가 많다. 스피닝릴이 대부분 베어링 노후나 윤활제 부족으로 인한 소음을 없애기 위해 수리하는 반면 베이트릴은 유난히 부품이 파손되어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것일까?
◀분해를 마친 베이트릴. 스피닝릴에 비해 많은 양의 부품이 들어있다.
직선 구동방식의 베이트릴
스피닝릴은 조절이 편리한 드랙과 캐스팅 시의 라인풀림이 구조적으로 트러블을 방지해 주기 때문에 사용이 쉽고 안정적인 캐스팅 비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 많은 낚시꾼들이 선택하고 있다.
스피닝릴은 핸들의 회전운동을 로터의 회전운동으로 변환시켜 라인을 감아 들이는 방식이다. 따라서 힘의 전달이 캠이나 기어를 통해 방향이 바뀌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힘의 전달 효율로 따지자면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아무래도 힘의 방향이 바뀜으로 인해서 고기와 밀고 당길 때의 섬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바로 이러한 간접적인 힘의 전달 방식으로 인해 스피닝릴은 부품의 직접적인 손실이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베이트릴은 힘의 전달 방식에서 스피닝릴과 구분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것이다. 핸들을 돌리는 방향, 그리고 핸들과 직결된 스풀이 직접 똑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라인을 감아 들이기 때문에 힘이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이러한 방식은 손실 없이 사용자의 힘을 조력으로 전달할 수 있어 같은 크기의 스피닝릴에 비해 우수한 실조력을 가지게 된다. 또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보다 작은 크기, 경량화된 몸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성이 좋으며 대상어와의 승부에서 보다 감각적인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마니아들에게 베이트릴은 선호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직접 힘을 전달하는 방식의 장점은 ‘양날의 검’처럼 릴의 내구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클러치로 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베이트릴은 클러치를 잡고 있지 않았을 때 갑자기 큰 힘이 가해질 경우 피니언 기어가 파손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베이트릴에도 완충장치와 같은 드랙이 있지만 직접 힘이 전달된다는 점 때문에 스피닝릴에 비해서 부품 파손 비율이 높다.
이런 경우는 봄철 가물치낚시 시즌에 많이 발생한다. 전용장비를 사용하지 않거나 전용장비를 사용했음에도 워낙 힘이 좋은 어종을 상대하다보니 순식간에 피니언 기어가 파손되는 황당한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낭패를 예방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대물을 상대할 때는 드랙을 충분히 풀어 놓고 여유를 가지고 상대하는 것이 ‘견적’을 내지 않는 지름길이다.
▲a는 웜기어, b는 피니언기어로 갑자기 큰 힘을 받으면 치형(이빨)이 어긋난다. 그 결과 c(클러치 버튼)와 d(레벨와인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계요소의 집합체 베이트릴
베이트릴 수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또 한 가지 사례는 바로 재조립이다. 비수기를 맞아 릴 점검에 소매를 걷어붙인 꾼들이 직접 릴을 분해했다가 결국 어찌할 바를 모르고 겸연쩍은 말투로 재조립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본 수리점의 스피닝릴의 완전 분해 세척 및 점검 비용은 2만원, 베이트릴은 3만원이다. 똑같은 수리인데 릴 종류에 따라 1만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사진1>처럼 베이트릴을 분해해보면 스피닝릴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스피닝릴은 구동장치에 의해 작동되는 로터나 베일, 축 같은 부품이 주종인 반면, 베이트릴은 직접 힘을 전달하는 구동에 관련된 기어나 베어링, 와셔, 캠 같은 기계요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즉 각 기계요소와의 밀접한 운동에 의해 릴이 작동되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도 없이 각 부품들을 맞물리게 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섣불리 나사를 풀고 부품을 해체했다가 너무 많은 부품으로 인해 두 손을 들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또 똑바로 분해한 후에 점검을 마치고 조립을 했다하더라도 처음처럼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경우는 ‘과잉보호’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데, 이는 십중팔구 릴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오일이나 그리스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입했거나 오일을 넣어야 하는 곳에 점성이 큰 그리스를 넣었다든가, 그리스를 넣어야 하는 곳에 오일을 넣어 윤활성이 떨어져 고장이 난 것이 대부분이다.
스피닝릴의 경우 내부 공간이 어느 정도 있어 윤활제에 의한 고장이 적고 발생한다고 해도 간단한 세척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베이트릴은 워낙 많은 기계 부품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잘못된 윤활제를 뿌리면 순식간에 다른 부품들이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릴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만약 용감하게 베이트릴을 분해했다 하더라도 조립에 자신이 없어졌다면 수리 전문점으로 곧장 의뢰하는 것이 나중의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덧붙여 일부 베이트릴에는 워셔블 기능이 있어 ‘물세척이 가능하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이 선전만 믿고 릴을 아예 물세탁해버리는 꾼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릴의 워셔블 기능이란 살짝 물을 적셔 닦아주는 정도의 방수 기능이니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광고만큼의 방수가 되는 릴이라면 바닷물에 빠져도 끄떡없을 것이나 아직 필자는 물에 빠지고도 멀쩡한 릴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