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ds**** 작성일2022.01.14
안녕하세요 친구 부모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병원에서 수술해도 99 프로 식물인간이 된다고 하네요
친구는 그래도 수술해드리고 싶은데 식물인간이 된다면 병원에서 쓰는 비용은 얼마나 할지 그리고 집에 모셔온다고 하면
어떻게 챙겨 드려야 할지 여러가지로 고민되어서 검색하던 와중에 댓글 보고 문의 드려요 시간 되시면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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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네이버 지식인에 제가 식물인간 관련 답변을 단 것을 보신 분 같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옆에서 지켜본 친구분이 제게 도움을 요청하셔서 답변을 써봅니다
우선 친구부모님인데도 신경써 주는 친구분의 마음이 너무 따뜻하네요
사실 제게도 이런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나중 기회되면 이 친구의 이야기도 한번 올릴께요)
사실 가족들은 현재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이기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긴 힘들겁니다
이때 주변에서 따스한 한마디 그리고 옆에 누군가 있어주는 것만 해도 마음의 큰 위안이 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조언 및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 계시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일단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식물인간 상태로 판정되면 더이상 치료법은 없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으셨다면 최소 의식은 돌아오셨을텐데 ...
글로 보니 의료진이 식물인간 99%라고 단언했다면 골든타임(발병후 3시간이내 치료) 타이밍을 놓친거 같습니다
그 다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입니다 (이 말은 제 모친 신경외과 주치의가 늘 하셨던 말씀이기도 해요)
고 이건희 삼성회장도 식물인간 상태에서 다년간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죠
잘아시다시피 삼성병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의료진을 보유한 최고 수준의 병원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이건희 회장도
단 한번의 기적(?)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즉 수술이나 치료비의 문제가 아니라는거죠
현재 의료수준에서는 식물인간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언제가는 ... 아니 영원히 ...)
간혹 주변에 종교인이나 무속인, 그리고 일부 의료진들(?)이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 치유하겠다고
환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기는 하지만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오히려 그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만 더 깊어집니다
그 다음에 겪는 현실적 문제는 간병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죠
뇌사상태 환자와는 다르게 식물인간 환자는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즉 치료는 더 이상 없지만 스스로 거동이 불가하기에 누군가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환자입니다
때문에 대형병원(3차)에서는 수술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중소병원(2차)이나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시키죠
하지만 중소병원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도 식물인간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시설을 가진 곳이 주변에 그리 많지는 않고요
설사 그런 요양병원을 구해도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왠만한 경제력을 가진 가정이라도 선뜻 감당하기 쉽지 않을꺼 같네요
(과거 기준이지만 최소 월 300~400만원 정도)
게다가 종종 TV 뉴스에서도 나오지만 요양병원에서 식물인간 환자의 간호는 ... ... (노 코멘트 할께요)
최근엔 코로나로 인해 요양병원 환자의 경우 면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런 이유로 저처럼 직접 집에서 간병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간병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추천해드리기도 어려운 문제 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모신다면 아래 사항을 검토해 보세요
1. 어느 방에 환자분을 모실껀가
2. 가족 중 메인으로 간병할 사람은 누가 할 것인가
3. 발생하는 간병비용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4. 요양보호사를 쓴다면 몇시간 쓸것인가
5. 물품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침대, 욕창매트리스, 석션기, 그린비아 등)
6. 비상시 모시고 갈 병원은 주변에 있는가
자식된 도리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요양병원보다는 적게 들지만 이 역시 적잖은 비용지출도 감수해야 하구요
무엇보다도 간병하는 가족의 생활은 ... ... (갑자기 과거 일이 불현듯 생각나 울컥하네요 ㅠ)
시간이 지날 수록 가족간의 충돌도 잦아지고 지쳐가고
특히 가족중에서도 주로 간병하는 가족 분은
상상이상으로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끝이 없는 터널
창살 없는 감옥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우니까요
P.S 혹시라도 제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olo - 9l26 - lo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