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눈구경 제대로 못했는데 소백산 가면 설경을 볼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가지고 미맥산악회 회원님들과 함께 거북선을 탔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운전기사분이 친절하여 마음편하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나서인지 히터 온기가 들어오자 금새 꾸벅이기 시작했다. 현풍휴게소에 들린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풍기읍에 도착했다. 풍기에서 비로사 주차장까지 15분 남짓한 거린데 찻창밖 사과밭 풍경이 인상적이다. 삼가리 三街里 마을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쯤 되었다. 흰눈은 소백산 주능선을 따라 쌓여있고 비로사를 거쳐 오르는 등산로는 남서향이라 흰눈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벌거벗은 산과 주차장을 바삐오가는 등산객들의 울긋 불긋한 옷차림이 대조적이었다.
올해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어 사찰문화재 관람료만 받는다고 했는데 오늘 산행 시작 장소인 비로사 매표소에는 그 말많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는 모양이다. 시멘트포장도로를 20분쯤 오르자 전나무 숲뒤로 비로사毘盧寺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 2007.1.21 비로사 비로전 앞뜰에서 바라본 비로봉 - 흰꼬깔 씌운듯 희끗한 비로봉 정상>
식수를 뜰겸 비로사에 들러 절집 구경을 하였다. 비로전에 봉안되어 있는 통일신라시대 석조불상. 아미타불좌상과 비로자나불좌상이 팔각연화대석 위에 놓여져 있었다. 비로자나불좌상은 전형적인 지권인(智拳印)을 짓고 결가부좌로 앉아 있는데, 아미타불좌상은 두 손은 배꼽 앞에 모아 아미타정인(阿彌陀定印)을 취하였다.
때마침 예불중인 스님이 법당에 있어 낭낭한 목소리로 울리는 독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뭇중생들이 아미타물의 무량광명을 받아 정토에 왕생하여 깨달음을 얻기를 바랬다. .... 나무아미타불
공양주 보살께 물을 얻어 마시고 비로사 앞다리를 건너 달밭재쪽 능선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능선을 휘돌아 오르는 길에는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오르고 있어 남부여대한 피난민 행렬같기도 했다. 11시를 를 한참 지난 시간이라 속이 출출해서 기타산악회장님과 먼지 풀풀거리는 등산로를 벗어나 쵸콜렛을 베어물고 잠시 쉬고 있는데 조재천 미백등반대장님이 무슨 등짐을 졌는지 비지땀을 흘리고 뒤따라 오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등반대장님이 굴국밥 특선을 준비했는데 밥가진분이 휠씬 먼저 올라간 바람에 따로국밥이 될것 같았다. 잠시 같이 능선을 오르다 앞지르기 옆지르기하는 무질서한 등산객들 틈에 두분을 놓치고 에스컬레이트 타듯 등산행렬에 몸을 맡겼다. 점심은 정상부 아래 8부 능선 쯤에서 하기로 했는데 몇몇 그룹이 떨어져있어 따로 나누어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버너 꺼내어 물을 한참 끓이고 있는데 왠者가 " 국립공원직원이 지금 저 아래에서 취사행위단속하면서 스티커를 끊고 있다"고 했다. 안믿자니 미련떠는것 같아 버너를 급히 꺼고 덜 퍼진 라면과 식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으니 미백등반대장님과 기타산악회장님이 올라오셨다. 국과 밥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예쁜분들이 권하는 음식을 거절할 수 없어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양의 음식을 먹었던지 정말 만삭의 몸이 되었다. 배가 빵빵한 상태로 오르막길을 오르는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기면서 절실히 느꼈다.
< 비로봉 정상을 오르는 白頭翁을 비롯한 미백회원님들 ... >
정상에는 바람 한점없이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마음 따뜻한 미맥회원님들이 오셔서 그런지 봄날같이 포근한 날씨였다. 정상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대형마트에서 에스켤레이트 타고 오르는 주말 쇼핑객들의 모습이었지만 중중첩첩한 백두대간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대자연의 웅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이산중을 찾아든 많은 사람들중 하나지만 사람 귀한산에서 사람 대접받으며 가는 산행이 그리웠다.
주목군락지를 지나 천동쪽으로는 5km 남짓한 거리였다. 북사면이라 눈이 잘다저져 있어 미끄러지듯
하산하였다. 계곡길을 한참내려오자 단양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허영호"씨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었는데 "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정상을 향한다는 구절이 맘에 들었다.
천동 매표소에는 매표하는 국립공원대신 탐방객들을 위해 시와 차가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이색적인 소품을 구경하는 여유를 가지면서 국립공원직원에 대해 매표원이나 감시자로만 생각했던 부적정인 인식이 국립공원의 가치를 알리는 친절한 안내자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고산자 김정호의 유적이 있는 천동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하자 거북선장께서 어묵을 따뜻하게 끓여 놓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한 문어 안주에 매실주 한잔 쭉 들이켜 마시니 산행의 피로가 싹 풀렸다.
..... 미백산악회원님들의 따신 인심에 감사드립니다( 2007. 1. 21 소백산 산행)
첫댓글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수고많이 했읍니다. 미백홈피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