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03/ 하나님께서는 남자가 여자의 옷을 입고 여자가 남자의 옷을 입는 것을 가증하다 하셨는가?
여자는 남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요 남자는 여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라 이같이 하는 자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자니라(신 22:5)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이런 패션 구분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아니, 고대 근동 지방에서 여자의 옷과 남자의 옷은 어떻게 구분되었을까? 통옷으로 입으면 어차피 성별에 따른 의복 구분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하기야 중동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감각과 기준으로 남자 의복과 여자 의복이 구분되겠지만. 여하튼 지금은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남자가 여장을 하는 유니섹스(unisex) 패션 시대가 아닌가? 더 나아가 수술에 의한 성전환자들도 어렵지 않게 듣고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이 규례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이 규례의 목적이 무엇일까? 바른 '옷 입기일까? 아니다. 이 규례의 목적은 '성의 구별이다. '복'은 그런 구별을 위한 하나의 외적 표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지방이나 성별을 구별하는 나름의 기준과 문화가 있다. 바울 시대에는 "남자에게 긴 머리가 있으면 자기에게 부끄러움”(고전 11:14)이 되었다. 그런 문화적 규범을 따라 여하튼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것이 창조주의 뜻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남자의 의복을 입은 여자, 여자의 의복을 입은 남자에 대해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하다”는 반응은 지나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을 통해 오히려 이 구절에 사용된 다른 성의 의복을 입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 '가증'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히브리어로 토에바이다. 그런데 오경에서 이 단어가 인간의 행위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사용된 경우가 '성적 음행과 '우상숭배'이다.
성적 음행 중에서도 토에바가 집중적으로 사용된 경우가 동성애이다. 레위기 18장 22절은 "너는 여자와 동침함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고 말한다. 또 20장 13절도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고 하였다. 토에바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또 다른 단어가 테벨이다. 이 단어는 한글로 '문란한 일'이나 '가증한 일'로 번역된다. 수간(獸)에 대해 언급하는 레위기 18장 23절은 “너는 짐승과 교합하여 자기를 더럽히지 말며 여자가 된 자는 짐승 앞에 서서 그것과 교접하지 말라 이는 문란한 일이니라"고 하였다. 이 단어가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패륜적 성행위를 언급하는 레위기 20한 12절에서는 "누구든지 그의 며느리와 동침하거든 둘 다 반드시 죽일지니 그들이 가능한 일을 행하였음이라"고 번역되었다.
레위기 18장은 동성애와 수간 등 성적 음행에 대해 언급한 다음, 가나안 거민들이 바로 "이 모든 일로 인하여 더러워졌고 그 땅도 더러워졌으므로"(24~25절) 여호와가 그들을 벌하고 그 땅이 스스로 그 거민을 토하여 낸다고 하였다. 이어서 이스라엘을 향해 "무릇 이 가증한 일을 하나라도 행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라" (29절)고 경고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가증한 풍속을 하나라도 따름으로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30절)고 경고한다. 이 마지막 구절에서 이런 성적 음행을 가나안의 가증한 풍속이라고 표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음행에 적용되는 토에바가 본문에서 다른 성별의 의복을 입은 경우에 적용되었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 의복을 입고 남자가 여자 의복을 입는다'는 것이 결코 단순히 현대적 개념의 유니섹스 복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일종의 동성애적 행위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구절이 언급하는 의미는 동성애와 연관된 성적 음행인 트랜스베스티즘(transvestism), 즉 '복장도착'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아스다롯을 섬기는 가나안의 종교 의식에는 이런 방식의 복장을 하는 음란한 가장 무도회의 풍속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