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1) 가장 좋았던 캐릭터: 차무식, 소정
- 무식: 캐릭터 중에서 제일 행동의 개연성이 있던 사람.
과거 서사들을 차곡히 쌓은 덕분에, 돈을 향한 탐욕이 커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었다. 현실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는데, 이러한 캐릭터가 어려움을 헤쳐가며 뒤집기를 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지점이 이 드라마의 시청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다소 빌런적이지만 16회차동안 극을 이끌고 시청자를 잡아둘 수 있던 지점이 모두 캐릭터 빌드업을 잘한 덕분같아 좋았다.
* 또, 주변 인물을 처리할 때마다, 초라함을 증폭시키는 배경음을 깐다거나, 최민식의 연기덕분에, 선악을 이익에 의해 오가는 인물이지만, 믿게만 그려지지 않아 좋았다.
다만 시즌 2로 갈수록 조금씩 캐릭터 붕괴가 된다는 말이 많은데.. 손 안묻히고 사람을 죽이던 캐릭터가 아버지의 사촌을 죽이는 장면에서! 이 지점은 돈에 미친 사람이 절박해졌을 때를 보여주며 파멸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아 개연성 있었다 생각한다.
- 소정: 시즌 1의 흐름을 바꾼 캐릭터다 보니 인상깊었다. 무식과 마찬가지로 소정이 왜 고회장의 돈을 훔칠 수 밖에 없었는지, 서사가 나와서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아, 이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2)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
- 오승훈: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이었던, 고구마스러웠던 캐릭터. 먼저, 시즌 2에 들어가서 분량도 실종되고, 차무식과 민회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보이는 행동이 모두 수동적이었다. 심계장의 신문 도움을 받는다거나, 상구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반면 능력치는 없다보니, 무식에 대척점에 존재하기에는 한없이 나약해보였다. 그렇다 보니, 극에서의 존재감이 시즌 1(수수밭 살인사건 용의자로 무식과 대립)을 지나 시즌 2로 없어졌던 것 같다.
*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욕망에 충실한 현실적인 캐릭터였던 반면, 이를 쫓는 승훈은 다소 정의감에 똘똘뭉친 사람이어서 아쉬웠던 감도 있었다. 어찌보면 무식의 대척점에 선 캐릭터였는데, 너무나도 패가 잘 보이는 캐릭터다보니 행동이 모두 예측이 가서 재미가 없었다. 소정처럼 반전을 주던가, 시즌 2에서 무식에 붙는 듯 하다가 사실 무식을 잡으려고 했던 걸 반전으로 보여주거나 했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12~14회차 정도로 압축하거나, 매번 무식에게 배당금을 받으며 도박하는 정대표? 서사 삭제 등)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1) 인상 깊었던 연출: <범죄도시> 감독님이어서 그런지, 액션씬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웬만한 느와르 영화만큼의 재미는 보장했던 것 같다. 특히, 16회차에 '무식vs승훈-마크-상구-정판v존'의 총씬을 긴장감 있게 참 잘 찍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부분은 평이 나뉠 것 같은데, 음악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고 톤앤매너가 굉장히 옛스럽고 관습적인데 이 부분이 공감대 형성에 유용했다 생각한다. '카지노와 필리핀'에 대한 대중들의 관습을 답습하고도 있는 것 같고, 피카레스크인 '차무식'이라는 중장년층을 지지하는 시청층의 연령을 고려했을 때, 익숙한 모습들 덕분에 더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게 했지 않나 싶다.
2) 아쉬웠던 연출: 초반부에 보여준 차무식의 연대기적 연출? 거의 3회 정도가 무식의 과거 배경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초반부의 템포를 지나치게 느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지점이 길다보니, 로그라인에서 보면 핵심 주축을 차지하는 오승훈 캐릭터를 비롯해 본극의 스토리 라인이 늦게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과거 배경을 2회차 정도로 압축하고, 부작수도 조금 더 줄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장점: 신선한 소재 선점과 흡인력을 유도하는 현실적인 캐릭터 퍼레이드.
먼저, '한국인 출신 카지노계 거물'이라는 흔치 인물과 그의 일대기를 그리는 지점이 신선했던 것 같다. 다만, 그의 서사를 쌓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기는 했지만, 선악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밉게만 그려지지 않게끔 캐릭터 설정을 구축한 지점도 캐릭터가 굉장히 촘촘하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또한, 돈을 위해서 배신을 하는 등,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상구, 정팔, 소정, 필립, 태석 등)가 거의 없다는 지점도 극에 몰입감을 유도했던 것 같다.
단점: 캐릭터 비중의 아쉬움. 로그라인을 봤을 때 메인서사는 오승훈이 차무식을 추적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점이, 너무나도 늦게 나온 지점이 극을 루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7회야 들어, 승훈이 무식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전까지는 지나치게 차무식의 일대기 형식으로만 극이 이뤄져, 다소 루즈한 감이 있었다. 차무식의 파멸이 메인서사라고 하더라도, 서브서사인 오승훈의 추적역시 어느정도의 텐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시즌 2부터는 승훈의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무식을 추적하는 행동을 하기보다 장애물이 생기고 도움만 받다보니, 극의 텐션이 떨어졌던 것 같아 아쉬웠다.
또한, 캐릭터의 행동의 개연성이 없는 지점이 많아, 급발진스러운 캐릭터가 많았다. 일단, 상구는 언제부터 필립을 그렇게 챙겼는가? 정팔은 왜 갑자기 소정과 필립을 용서하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시즌3가 만들어진다면, 정팔이 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연출이나 극본의 공백때문인지, 간사한 캐릭터가 왜 갑자기 변화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마크도 마찬가지였기는 한데, 차무식의 비중을 조금만 줄이고, 타 주인공들의 서사만 좀 더 추가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 장르 적합성: 서로를 믿지 못하며 아군과 적군이 혼재하는 캐릭터들로 배치한 지점들이, 범죄물로서의 재미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장르 특성상 남성 시청자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관심사를 차지하는 카지노같은 소재와 개천에서 용난 차무식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잡은 지점이 현명했던 것같다. 이 부분이 시청층과의 공감대 형성을 유용하게 만들었다 생각한다.
- 캐스팅: 다만, 청년시절의 무식의 연기는 다른 배우가 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디즈니+로 남성 시청자들을 많이 유입시킨, 킬러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작품. 마블 드라마 시청용이나 애니매이션 시청용 ott의 한계로 시청자가 한정적이었는데, 좀 더 다양한 연령대를 유입시킨 작품같았다. 확실히, ott 콘텐츠의 경우 <안나>, <술꾼 도시 여자들>도 그랬듯이 차라리 한 성별만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기획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리는 시즌 1의 차무식 배경 설명 부분은 많이 덜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좀 많이 산만하기도 했고, 몇 줄로 설명되는 부분들을 지나치게 늘어놓아 텐션이 떨어졌다. 그 대신에 승훈의 등장을 빠르게 넣는다거나, 정팔, 나회장 등 꽤나 무식에 대적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서사를 조금 더 채워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