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살짝 빼먹은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오랜 기간 침체돼 있는 국내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플라워 버킷 첼린지’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2020.11)
‘플라워 버킷 첼린지’에 참여한 정의선 회장은 전국 145개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공기정화 식물을 전달했습니다. 정 회장이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습니다.
“아이들이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길 바란다.”
아이들을 보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쁜 꽃입니다.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습니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김혜자 배우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이 회자됐습니다.
MBC-TV의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안방마님 역할로 유명한 배우 김혜자 씨는 2004년부터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르완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 세계 곳곳으로 날아가 질병과 기아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 중인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그때 경험하고 느꼈던 것을 담은 에세이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입니다. 사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타이틀은 2002년 국내에도 출간된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평전(評傳)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의 평전에서는 아이들을 권위로 억압해선 결코 안 된다는 내용의 교육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소말리아에 갔을 때는 피부가 거의 백 살이나 된 것처럼 쭈그러든 소년을 보았습니다. 사고를 주니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더군요. 거기에는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소년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동생한테 사고를 주고 먹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들려운 이야기로는 결국 소년은 동생을 살리고 숨졌다는군요.
이는 김혜자 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사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제목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때리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도대체 누구를 때리지 말라는 것인지 ‘목적어’가 빠져 있습니다.
남편, 아내, 애인, 학생, 자식, 흉악범, 강아지, 고양이… 도대체 때려선 안 될 절대적인 대상은 무엇일까요? 그것도 결코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꽃’으로도 말입니다. 사라진 목적어는 ‘아이들’입니다. 싸리가지 회초리든, 아름다운 꽃이든 ‘아이들’을 때리는 것은 그 자체가 폭력입니다. 꽃으로 때렸다하여 꽃처럼 미화될 순 없습니다.
“만일 내가 옷이라면 세상의 헐벗은 아이들에게 먼저 갈 겁니다. 만일 내가 음식이라면 모드 ㄴ배고픈 아이들에게 맨 먼저 갈 겁니다.” 굶주린 아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행사에서 김혜자 씨가 한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가난과 식수난으로 고통 받던 인도의 소녀 수미트라의 말을 차용한 것입니다. “만일 내가 비라면 물이 없는 곳으로 갈 거야. 그곳 사람들에게 ‘내가 곧 갈게’하고 말할 거야. 그래서 그들이 내미는 그릇들을 물로 가득 채워줄 거야.”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인물은 소파 방정환입니다.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했던 소파의 집념으로 인해 5월 1일이 ‘어린이 날’로 제정됐습니다. 그가 제1회 ‘어린이 날’ 기념식장에서 나눠 주었던 홍보 전단지의 첫 구절이 의미심장합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웃음꽃만큼 아름다운 꽃도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웃음꽃 군락입니다.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2. 흐르는 강물은 결코 썩지 않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