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9. 27
청소년 도박, 마약문제 지금이 골든타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만든 사회현상 중 도박중독, 마약중독자 급증이다. 필자가 청소년 도박문제 심각성을 깨달은 시점도 이때부터다. 또 미디어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중독된 10대들이란 뉴스가 부쩍 증가한 시기와 대략 겹친다. 2020년 새해 벽두에 닥친 코로나19는 발생 이후 생활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직장인은 재택근무 바람, 교육기관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부분 전환하였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인터넷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었다.
청소년 사행성 인터넷 불법 도박중독 수렁으로 빠지다
먼저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부터 살펴보자. 청소년 사행성 인터넷 불법도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2020년 초 무렵 나에게 남자 고교생 여럿이 친구들의 도박중독에 대해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소식을 알려왔다. 첫 이메일이 “도박에 빠진 우리 친구를 구해주세요”였다. 당시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중. 고교생들과 소통은 잦은 편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듣긴 해도, 학생들로부터 불법도박문제에 대해 듣기는 처음이었다. 나의 반응은 “학생들이 무슨 도박을? 하더라도 적은 용돈으로 흥미삼아 하겠지. 학업 스트레스도 있으니까” 이랬다.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기성세대 대다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도 성인 불법도박 문제에 가려 청소년 도박은 뒷전이다.
학생들의 제보를 종합해보니 학교 불법도박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수업을 거의 온라인 전환하다보니 불법도박 사이트 접속은 너무도 용이했다. 스마트폰은 손바닥 위의 도박장과 다름없다. 부모는 자녀가 게임을 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도박을 한다. 가령 자녀가 폰으로 홀짝, 가위바위보, 사다리타기 게임을 하고 있으면 다들 합법적인 인터넷 게임으로 안다. 그렇지만 현금 입출금이 자유로운, 즉 돈내기 불법도박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2020년 3월~9월까지 청소년 약 30명 이상 대면 혹은 비대면 제보를 받아 분석 한 결과, 5명당 1명꼴로 온라인 도박 경험이 있었다. 판돈은 처음에는 1만원에서 시작하여 10~20만원 그리고 100만원까지였다. 도박은 빚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1백만 원 대에서 출발하여 많게는 1~2천만 원에 달한다고 전해왔다. 도박채무는 학생 간 고리사채, 불법대출, 대리입금 등 성인불법도박 행태와 다를 바 없었고, 근자에 학교폭력 발생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돈이 필요하면 친구나 후배를 강압적으로 도박 사이트에 가입시켜 배당금을 받거나, 돈을 갈취해도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학부모. 교사. 과외강사. 교육당국이나 공공기관, 수사기관까지 심각성을 제 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 도박 행위를 알아도 개인적인 일, 흥미삼아 잠깐 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또 전국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인해 교사들이 불법도박 계도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인권조례는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 자유 보장을 담고 있다. 등교 즉시 휴대폰을 걷더라도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는 학생들은 따로 공기계를 준비하여 낸다고 한다.
필자는 이 같은 청소년도박 실태 보고서 『도박에 빠진 청소년』을 출판하여 학부모, 정치권에 알리고자 노력하였으나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 불법도박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초등학생들까지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경험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 하기, 불법도박 사이트들의 꽁머니(공짜 게임머니), 꽁포(공짜 포인트) 유인책에 학생들은 경계심 없이 빠져들고 있다.
/ 파이낸셜뉴스 정기현 기자
10대 마약사범 3년 사이 3배 증가, '합성마약 끝판왕' 펜타닐 중독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이 한국 사회에 남긴 여러 문제 중 두 가지를 든다면 앞서 말했듯 불법도박 규모 약 4배 이상 증가, 마약사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물론 코로나 블루 영향이 일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을 가리켜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은 이미 옛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마약 밀수 단속 량 18.4배 증가, 마약범죄는 7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6.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10대 청소년 마약 사용 증가는 다음 세대를 이끌 계층이 뿌리 채 썩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5월에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된 10대 40여 명 적발되었다. 합성마약 펜타닐은 2~3년 전부터 국내 일부 가수들이 유행시키며, 그들 역시 중독과 싸우고 있는 영상은 유튜브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중독의 끔찍함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일명 마약좀비라 불리는 참상이다. 약 2년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켄싱턴 마약 거리는 비싼 필로폰, 코카인에 비해 단돈 5달러면 살 수 있는 합성마약 펜타닐 중독자로 넘쳐나는 충격적인 참상이 펼쳐지고 있다. 켄싱턴 약10블록 거리는 미국 경찰마저 포기한 지역으로 마약중독 노숙자들이 정말이지 좀비처럼 곳곳에 흐느적거리거나 고꾸라져 있다.
켄싱턴은 마약판매상들이 공짜로 나눠주기도 해 중독자로 만든다. 미국 전역의 마약 중독자들이 켄싱턴으로 몰려와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1년 동안 마약중독 사망자가 사상 최초로 10만 명을 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수치이며, 최근 5년간 2배에 가깝게 폭등했다. 마약중독자 약 80%가 펜타닐 오남용이며 미국 청장년층 사망원인 1위는 바로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진통제로 화학물질을 응용해서 제조하기 쉽다. 펜타닐은 중독성이 다른 마약보다 훨씬 강한데다, 병원 처방만으로 쉽게 살 수 있다. 호기심 많은 10대들은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호기심에 따라 하기,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무지함, 순간적인 쾌락을 위해 하루에 병원 7~8군데를 다니며 거짓으로 처방전을 받아 펜타닐을 모은다.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SNS에는 마약을 뜻하는 얼음, 아이스 등 은어를 사용하며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 그래픽 충청투데이 정연희 디자이너.
깨진 유리창 이론과 도박, 마약 사범 무관용 원칙
범죄학 관련 논문 중 유명한 글이 1982년 심리학자 윌슨과 경찰 관련 연구자 켈링이 발표한 <깨진 유리창 고치기>이다. 논문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아무렇게나 내버려진 물건들, 제멋대로 자란 잡초, 그리고 깨진 유리창들, 어른들은 난폭한 아이들을 훈계하는 일을 멈추고 아이들은 점점 더 대담하고 난폭해진다. 가족은 해체되고 소속감 없는 사람들만 드나든다. 쓰레기는 쌓여만 가고 사람들은 가게 앞에서 술주정을 벌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위법행위와 범죄 발생률을 줄이려면 작은 일부터 무질서하고 흉한 일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소한 위법행위라도 죄질이 나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더 큰 범죄행위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 켄싱턴 마약 거리도 깨진 유리창 이론 하나의 증명인 셈이다.
불법도박, 마약사범 급증은 한국사회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한다. 근자에 범죄행위 중 불법도박, 마약사범이 빠지지 않는다. ‘계곡살인’혐의로 구속되어 재판 중인 이은해. 조현수의 도피생활 자금도 불법도박사이트 관리와 홍보로 벌은 수익금이었다. 그런가하면 학교폭력 사건 주요 원인이 불법도박문제다.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들이 친구들 간 고리 금전거래, 대리베팅, 강제베팅, 금전 갈취를 하며 피해가 발생한다.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불법도박에 손을 대는 청소년도 있다.
청소년기 뇌는 성인보다 훨씬 중독에 민감하고 치명적이다. 청소년 도박문제는 성인도박문제와 같이 다루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따로 예방책과 중독치료소 확충 등이 필요하다. 청소년 마약문제도 마찬가지다. 도박중독, 마약중독은 질병임을 인식하고 성인과는 차별화된 솔루션이 요구된다. 정부 관계자들도 불법도박과 마약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해야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 다음은 상상하기 싫은 사회가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세라비 /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