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는 레지스탕스 저격수가 나오는 전쟁영화 같지만, 아니다.
이 영화는 지독하다.
헬조선 플레이 년차 2N년이 다 되어가는 나도, 이 영화는 학을 떼게 만들었다. 아니, 오히려 헬조선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이 영화는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한 남자(주인공 루카스)가 철저히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평생 살아온 고향에서, 유치원 교사가, 가장 친한 친구의 딸(클라라)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하의 개쌍놈이 따로 없다.
유치원 아이들은 그의 지하실에서 비밀리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증언했으나, 루카스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본인 또한 무죄를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딜 가든 수십년간 안면을 트고 지내온 사람들이 적으로 돌변하여 도사리고 있고, 폭행과 테러에 시달린다. 헬조선에 비하면 너무나 적절한 인과응보다. 한 가지 중대한 문제를 빼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루카스가 아니라 클라라는 것.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이미지만 봐도 암이 재발할 것이다.
더 헌트는 2012년 개봉한 덴마크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영화다.
내 인생 최고의 발암영화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이 뻔한 클리셰와 답답한 연출로 발암을 일으켰다면, 이 영화는 그냥 손 쓸 수 없는 무력감으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
이러한 발암력을 인정 받았는지 2012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유럽영화상 각본상, 벤쿠버 영화제 로저스 관객상, 영국 인디 영화제 최우수 국제 영화상을 수상한다.
특히 주인공 루카스 역인 매즈 미켈슨의 미친 억울함 연기가 일품. 얼마나 연기가 쩔었는지, 그의 팬들은 여기서 걸린 암을 한니발에서 치료하러 간다 카더라(...) 차라리 인간백정의 먹방쇼(...)가 더 볼만하다는 거니 말 다했지 뭐.
저기 프라이팬에 구워지는 것은 '누구'일까.
어쨌든 영화의 대략적인 전개는 다음과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장면도 석연치 않을걸(...)
주인공 루카스는 평생 자신의 고향인 작은 마을에서 살아온 유치원 교사이다. 이혼은 했지만 아들인 마쿠스와 늙은 개 패니, 그리고 수십년간 절친하게 지내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다.
중년의 아재들이 다같이 겨울 호수에서 이러고 노는 걸 보면 얼마나 친한지 알만 하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인기도 좋고, 아내와 양육권 분쟁이 있지만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살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같은 유치원의 동료 교사 나디아와 썸도 타며 한창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존나 인생이 행복하지? 내가 널 부셔버릴꺼야. (진짜 이렇게 느껴짐.)
한편, 그의 가장 친한 친구 테오에게는 한창 성에 관심많은 아들 토스튼과, 유치원생 막내딸 클라라가 있다. 클라라는 금이 그어진 길도 잘 못 건너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인데, 루카스는 그런 클라라를 특히 신경쓰고 챙겨준다. 그리고 클라라는 이런 루카스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같이 유치원에도 가 주고 산책도 한다. 늙은 개 패니와 함께.
헌데 어느 날,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때 토스튼이 친구와 함께 아이패드로 음란물을 보며 히히덕거리던 중 방으로 달려가다가, 길목에 있던 클라라에게 발기된 남자의 성기와 구강성교를 하고 있는 여성의 사진을 보며주며 "이거 완전 막대기 같지 않냐?"라며 놀리듯이 말하며 지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후에 클라라가 루카스에 대해 꾸며내는 진술에 영향을 준다.
난 니가 더 싫어 이년아...
루카스에게 호감을 느낀 클라라는 그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장난을 치다 죽은 척 하던 루카스에게 다가가 키스를 한다. 하지만 루카스는 이에 대해 입에 하는 뽀뽀는 부모님하고만 하고, 선물을 다시 가져가라며 엄중하게 타이른다.
그리고 실연을 당한 클라라는, 밤늦게 부모를 기다리다 함께 있던 원장 선생에게 "루카스 선생님이 싫어요. 멍청하고 못생겼어요. 고추도 있어요." 라고 말한다. 그러자 원장은 "니네 오빠와 아빠도 있잖니"라고 되묻는다. 이에 클라라가 상당히 중요한 언급을 하는데 "선생님 고추는 앞으로 뻗어 있었어요.막대기처럼" 이라고 말한다.
먹이를 바라보는 매의 눈빛. (두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니발이냐 성범죄자냐...)
그리고 우리의 발암 여정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존나..그냥 존나... 힘든 영화다. 헌데 정말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야! 이 발암놈의 새끼들아! 니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 지금 사냥총을 들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이 영화가 개같은 이유는, 탓할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다. 유치원생 어린 아이의 거짓말을 탓할까? 아동성범죄자에게 가혹한 마을 사람들을 탓할까? 오히려 알고 지냈던 사람이라도 가차없는 그들의 태도를 칭찬해야 할지도.
그렇다고 해서 마을을 떠나지 않는 루카스의 태도를 탓해야할까? 도망치면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을.
이런꼴이 되면서도 꿋꿋하게 마트에서 장을 보려고 한다.
관객들은 그가 무죄인 것을 알고 있지만, 도대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루카스는 그저 존나게 운이 없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하 씨발.. 다른 영화였으면 이새기들 전부 정육점행인데...
이 영화는 마녀 사냥의 위험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꿋꿋히 저항하는 개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평생 살아온 고향에서조차 모든 사람이 나에게 등 돌리고 혼자 되었을 때, 절망하지 않고 싸워나갈 수 있을 것인가?
너는 목살이 좋겠군.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이야기 모두를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단 한장면. 나는 이 한 장면이 모든 것을 완성했다고 본다.
아들아.. 유치원 교사는 하지 말거라..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나는 세가지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클라라가 말하는 '선'의 의미와 클라라를 대하는 루카스의 태도, 그리고 루카스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
루카스의 태도와 마을사람들의 태도는 그렇다 쳐도, 선의 의미는 내가 주관적으로 판단했던 내용이라 안 와닿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을 시각적인 의미가 아닌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루카스와 클라라 사이를 잘 고려하며 관람한다면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즐거운 발암 되시길 바라며, 본 리뷰를 마친다.
첫댓글 한니발을 보고 이 영화를 봤었는데 정말 발암... 차라리 한니발이 낫단 말이 절로 나온다. 공동체의 폭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됨.
ㄹㅇ 인간백정의 먹방쇼가 차라리 나음...
영화를 본지 좀 돼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보면서 대체 왜? 그랬던거 같아요... 아무리 애라지만 대체 왜..ㅠ
어린애의 기억조작은 심리학자들도 속아넘어갈만큼 정교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함..
하지만 루카스의 행동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듯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세모자 쇼가 떠오름..
어린애 ㄹㅇ 개썅년..
저도 이영화 리뷰하려고했는데 개인적으로 되돌아보게되는 영화였습니다
아 맞다, 나 이거 봤다. 마녀사냥이라고 해야되나, 어 이거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게 미스트에 나오거든?
미스트보면 기독교인 아줌마가 몰아가면서 난리치는데 발암... 하
클래식 축하드립니다! 아직 못 본 영화인데, 얼른 보고 싶네요...
미즈 미켈슨의 언제나 믿고 보는 연기 기대됩니다ㅎㅎ
클래식 축하드립니다
영화도 명작인 영화이지만
필력이 정말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ㅠ
잘 읽었어~~~굿!!!
ㅋㅋㅌㅌㅋㅋㅋㅌ아리뷰는웃긴데 영화가빡쳐!!!!엔딩도 굉장하다고 알고있음 해석도 엄청나게 나뉘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