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새벽
어제 새벽은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 오늘 점심까지만 해도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비는,
오늘 밤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네요.
새벽이 되니
우박같은 비가
아침을 몰아내고
어둠을 차지하려는 듯이
내리고 있어요.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이 새벽에,
9회말은 보지 못하고
자미 들어
버리는 나.
不 行 人
그는 권투를 하다
팔이 부러졌읍니다.
그는 원래 이ᄈᆞᆯ이 썩어
거의 다 틀니입니다.
그는 또
너무나 열성적인
노력가로써
공부를 하다가
창밖에서
날아오는 공이
유리창을 깨뜨리고
다시
그의 안경에 맞아
눈마저 잃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안과에 가려다
개천에 빠져,
다리도 잃었고
기어코 그는
정신병에 수용돠었읍니다.
그의 길은
이제
어두운 방 밝히는
가로등,
모두 사라졌읍니다.
1989. 12.2. 土
집 념
오직 너를 향하여
나는 나의 이 방을
아름다운 꽃으로
수 놓으련다.
다만 너를 위하여
이런 고통의 밤에
미래를 꿈꾸며
헤쳐가련다.
오직 하나의 너를
이러헌 고통의 세계에서
내 안에 데려오련다.
희망과 슬픔의 교차로,
태양과 달이 만나는 곳.
바다와 땅이 맞닿은 곳.
하늘과 바람의 다리.
그러한 세계에…….
1989년 12월 9일
고통의 밤
밤은
새벽으로 이어지려
그 기나긴 고통을
참아가며
찬바람의 노래를
한량없이 부른다.
그대가
오지 않은 자리,
촛불만이
기나긴
고통의 밤을 지새우는데,
나의 자리
입김에
초불을 공기에 날려버리고
편안의 한숨을 자네.
찬바람의 노래가
그대의 마음을
나에게 전하기도 전에.
1989년 12월 8일
빗 물
1989년 <12월 8일 23시 ~12월 9일 1시> - 0시
쏟아진다, 쏟아진다.
나의 그리움을 항백담아
사람을 적셔주는 굵은 빗물.
소리없는 빗물의 승천
쏟아지는 빗물에
내맘 적셔,
소리없는 빗물에
살며시 전하고픈
사랑의 빗물.
1989년 12월 30일 토요일
1980년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이틀,
내가 지었던
이런 시에서도 자그마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하루하루
시적 능력이 향상되어 가면서
나의 또다른 면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하나의 경이로움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내가 이루고,
이루려 했던 것.
하루하루 발전을 꾀하며
나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
이러한 모든 것이
오늘, 하나의 추억으로 가슴깊이 와 닿는 건
어찌하는지?
1990년대를 맞이하며
이제 나는 삶의 첫 출발점을 맞이하였다
새로운 맘.
새로운 희망
으로
나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오늘도 펜을 긁적이며
하루를 지켜간다.
아무쪼록
이 한건의 작품의
결코 헛된 작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 위해
나의 발걸음을
한시도 멈추지 못하고
자꾸만 재촉해 가며,
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려 한다.
1990년 1월 5일
1월의 아침
신선한 1월의 아침
가만히 눈을 감아
명상의 그림을 그려봐요.
구름도 없는
검푸른 하늘 아래,
기와지붕 한 모퉁이
쌀을 바라듯
참새가 지자귀고
참새들 지저귀는
그 집 앞
눈꺼풀을 뒤집어 쓴
허수아비 한 마리.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농부 아저씨들의
땀들이
하나의 열매로 모여들어
신선함을 이루네.
바람도 신선한
우리의 전원(田園)에서
가만히 눈을 떠
신선한 겨울의 아침공기를
느껴봐요.
우리모두는.
1월 5일
추상화 115
허이야, 돈다.
술 취한 김
세상살이
글게 돌아가네
목마른 김에
술 한 모금
허이야, 마시고 돈다.
하늘도 동글동글
땅도 동글동글
사랑은 무심도 하지.
주정뱅이는
홀로 남아.
허이야, 돈다
술 취한 김
술 한 모금
더 마시고
허이야, 돈다
1990년 모월 모일
묵주알
한 방울,
건드릴 때마다
터져 버릴 듯
이슬을 닮은 그
더듬더듬
디디는
묵주 하나에
나의 가슴을
내면을
속속 집어 넣어
한 방울 집고
한 방울 건널 때마다
담겨지는
나의 소중함
1월 19일
시나브로
하나 하나
나의 사랑,
차곡 차곡 쌓여 갔고
눈에 틔는 불꽃
정녕 잊지 않았다,
지난 어느 날.
그러나 지금,
경멸의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지나간
시간의 씨앗이
분노와
서러움에 겨워
이제는
보상 받으려
너를 욕한다.
붉은 열매가
시나브로
피어 내가 있기까지.
1990년 1월
얕은 연못에서
얕은 연못에
금붕어들이 기웃기웃.
그들은 서로
물을 나누어 숨을 쉰다.
물위엔 종이배가
평화롭게 떠다니고
연못에 비친
너와 나의 모습.
우리는 웃으며
먹이를 뿌린다.
몰려드는 금붕어들의
치열한 경쟁과
연못의 흔들림에
너와 나의 얼굴.
그리고
못 속으로 침몰하는
햇살을 가득 안은
배.
비에 젖은 밤길
밤.
그 아득한 암흑을
비추어 가며
나의 길은 서로이 태어나자.
어느날,
기나긴 비바람이
밤을 휩쓸며 지나가도
나의 길은 어둠지 말아야.
혼자만의 방황으로
비에 젖은 밤길은
깊어만 가는데.
2月中
저녁놀 속 영광
저녁놀이 벌겋게
저물어 간
지평선 따라
쓰러지는
나의 길 그림자.
한 번의 실태를 곱씹으며
붉디붉게 물들어 간
하늘 아래
영광을 맞으며 사는 그림자.
유리구슬 속의 방에서
3月 11日 日
봄비는 창밖
발자국,
소리 죽이고
아무런
느낌없는 난
무표정의
얼굴들
창밖에 내던지며
미끈해지는ㄴ
코끝의 찡함을
느껴보는
유리구슬 속
숨소리.
내 방 가득
채우는
구슬꽃 미소.
진실의 꽃방울
1. 5월 28일 월요일
언덕 아래
홀로 남은
꽃을 잃은
가시 넝쿨
2. 6월 8일 금요일
쏟는
비바람에
가시 한 알
꺾이으며
3. 6. 20. 수요일
떨어지는 땅에,
부슬부슬
끓고 있는 빗방울.
소박한 이별
기댄 창
안으로 들이치는 (or 들이쳐오는)
소박한 바람
구름,
어두워져
오는 하늘
멀어져 가는
나의
얼굴
1990년 9월 10일
월요일 날의
괴로운 아침
친구야, 우린 서로를
친구야, 우린 서로
욕만 하고 사나 봐.
사라진 구름
뒤
떠도는
그들의
소리.
친구야, 우린 아직
인간이 되기 위한
머나먼 길은
아직
이르지 않았나 봐.
허공을
가로지른
우리들의
외침은.
10월 1일
월요일
두 파멸
나와 너
어두움 속에
변화하는
깊은 자아
달이 둘
뜨고,
검은 햇살에
파괴되는 빛
집집마다
잠드는 별
사라진 빛으로
더욱 더 괴로운
나의 밤길.
어둠과
어둠의 교차로
매어진
나와 너
나 → 너 → 깊은 자아 어두움 변화 → ¤ → 나
발전 방향 : 고독 → 아픔 → 사랑
이상
나의 맘
떠나는 나그네.
바람에 떠밀린
허앾한 구름
굴절된 빛
깊은 물
바람에 흔들린
일관의
파도
내 마음의 파라다이스
난,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 헤맨 것을.
한때는 회의도 해 보았지만.
난,
사랑합니다.
내 마음의 섬을.
이제는 쉴 자리를
찾아 헤메이는
나의 마지막 삶을.
죽은후에야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내 마음의
파라다이스를……
1991. 12. 3
너로
나
너로
다가선다
너로
나
돌아선다
나 이제
나로
돌이켠다
다만 너로
아픈 상처
감싼 채
나의 나로
나의 너로
이제야
다가선다
1991. 11.27
둘 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고
바다에 돌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바다는 벙글
하늘은 잠잠
시인의 장난감
창문을 마주 앉고 비 오는 세계를 그리는
여기 이 집에 한 시인이 있다.
시인은 아득한 상상을 그리워하며
건조한 공기의 신선함을 맛보고 있따
처량한 여인의 장난감을 생각해 본다
태엽을 돌리는 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오는 것 같다. 그는 소리를 듣고 있다.
시인은 일어선다, 여인의 장난감처럼
그는 빗길을 뚫고, 여인의 집으로 ‘삐그덕’거리면서 달려갔다.
그녀를 안는다. 장난감은 소리도 없이 돌더니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시인은 여인과 마주 앉는다.
동경의 세계를 찬양하는 마음으로
그녀는 태엽을 감는다. 장난감은 또다시 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시인의 장난감처럼
왜
밤은 왜
그리움
반짝이는 별
사람들의 허무
가슴 스미는
차가운 바람
잠드는 도시
밤은 왜
서러움
홀로 선 달빛
비추인 골목
마음 스미는
꺼진 가로등
고독한 밤
밤은
왜
외로움.
1991. 12. 2..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나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러나, 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
그것은
죽은 후에야
의미를 갖는다
나는
나에게로 접근해야 한다
오직!
나의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그것을 위하여…
젊은 시인
백발에는 백발의 바람
젊은 시인은
저편 기슭에서 나를 부른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응답할 수 없었다.
나의 음성은
내면으로 되돌아오고
어쩔 수 없이 나도
흔들리고 있었다
펭귄
뒤로 막은
거대한 얼음덩이
앞은 출렁이는
푸르름
끝내
녹지 않는
바닥 위에 존재한
나의 一日.
문득
흔들리는 고개에
동무들 지나가고
하늘을 우러르는
나의 一讀.
조금
조금
나아가는
나의 걸음은
뒤뚱이기만 하고.
1991. 11. 28. 목요일
비 둘 기
자유를 바라며
날으는
새우리 안의
비둘기.
누군가,
열은 문을
차고 나오려는
날개짓.
푸른 허공
문 사이
흩어지는 그들의
한 맺힌
지저귐.
먹구름 몰려들어
그들을 버린
하늘.
마 음
맑은 하늘,
눈이 내리고
그 안에
떨어지는 나라면
흐린 하늘,
눈이 내렸고
그 속에 묻혀 사는
그것도 나.
바람 부는 허공.
우뚝 선 눈사람.
거기에
떨고 있는 나라면
밝은 햇살,
시간의 눈빛에
침묵으로 사라지는
그것조차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