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월님의 글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책을 완독했다고 나옵니다. <타임>을 오랫동안 구독했슴다. 앞 페이지에 기자들의 짧은 낙수 같은 글들이 실리는데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너도 나도 사보길래, 나도 사봤다. 노력했으나 이해 불가였고 1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 어려운 책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는가? 그래서 인기는 있었지만 가장 안 읽힌 책의 하나라고 결정했다.” 그것을 아직 기억해서 여기에 슬쩍 끼워넣는 저는 기억력이 얼마나 쌈빡한가요!
딱 고전의 정의에 부합하는 책이네요. “누구나 좋다는 책인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 타임지 기자들의 내공은 거의 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들이 쓰는 책들은 읽으면 무조건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인문학 쪽 내공일 것이고 그러다가 보니 물리학 쪽은 아무래도 준비가 덜 되어있겠죠. 인문학을 읽다가 보면 필연적으로 물리학 쪽으로 기웃거리는데 그럴 때마다 중간 포기. 수학이 뒷받침 안되니...쯧쯧... Physics 물리학, Meta-physics 형이상학. 글자 자체로는 meta라는 접두어가 ~너머 이니까 물리학 너머가 형이상학이다. 논리적 조직의 왕,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 분류를 하다가 물리학 다음에 형이상학을 위치하면서 나온 용어.
그 글을 접하고는 아예 그 책의 근처를 가지않았는데 그 후 그 책의 마지막 부분이 자주 인용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만큼 본인이 지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구덩이를 깊이 팔 사람은 일단 넓게 파야한다.” 넓은 지식의 확장이 깊은 지혜로 전환된다고 생각합니다. “양을 축척하라. 많은 양은 결국 질의 일종이다.”
“우주의 원리를 총괄하는 이론을 찾아낸다면, 그때 우리는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의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이고 그때 우린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 그 때 우린 신의 마음을 알게될 것이다. 이 마지막 부분이 절묘한 표현입니다. 많이 인용됩니다.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은 자기를 취재온 기자에게 미적분을 아느냐고 묻고선, 모른다고 하자,
“신은 인간에게 미적분으로 말을 겁니다. 신이 하는 말을 알아들려면 미적분을 공부하시요.” 그 말에 절절히 동의를 했던 나는 한국 시골 구석에서 저녁 무렵 장을 보러 가면 장바구니 막걸리 한 통도 사 담고서는 즐비한 수학학원들의 간판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적분으로 향한 나의 짝사랑은, 홍수가 나서 건너갈 수 없게 된 개울 너머의 막걸리 주모네 집의 불빛 마냥 깜박이면서, 제삿날 형님집으로 모인 불빛같이, 묘한 상념을 주는 것이었다.
한동안 지인들을 만나면, 그가 명문 학교 출신이면 꼭 물어보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때 미적분 책 주면 지금 풀수 있어?
껌이지요, 당장 풀지요 부터 아휴, 그걸 지금 어떻게 풀어요 라는 겸손 모드부터 다양했고, 나는 왠지 겸손한 자가 더 잘 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겸손 모드 그 자는 S대 공대 출신이었다. 오만했던 자는 S대 물리학과를 쳐서 낙방, 바로 미국으로 유학 온 자였다.
“신의 뜻은 숫자로 되어있다. 갈릴레오”
겨울답게 바람이 아주 차가와졌고 눈이 내렸습니다. 눈도 치우고, 눈을 바라보면서 내리는 모든 눈송이의 이름을 알 것 같은 겨울 한복판의 날이었습니다.
-검사는 양성으로 나왔다. 양성, 음성을 구분하지 못했고 양성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대답해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공포가 느껴졌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6년 전에 담배를 끊었으며 먹고 마시는 것에 절제로 통제했으며, 달렸으며, 근육 운동을 하고, 매일 수영을 했다. 그리고 지금 암 선고를 받았다. 이것보다 안 건강한 사람이 있을까?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 는 케네디가 즐겨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것을 되뇌었으나 마음은 위로되지 않았다.
-닥터가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을 때, 작년에 그것을 했고 그후 직장에 염증이 생겨서 오래 고생했다. 그래서 하기 싫다고 했을 때, 그는 내 형제라면 하라고 강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편집인이고 작가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책부터 찾아본다. 락커펠러 건물 아래에 있는 서점에 내려가서, 가벼운 주제의 책을 찾는 이들에게 화나는 비이성성에 부끄러워 하면서 책을 찾았다. 전립선암에 대한 책은 서가의 제일 아랫 구석에 딱 두 종류가 있었다. 줄을 서서 책을 들쳐보다가 마지막 장이 “어떻게 하면 환자가 죽어갈 때 고통을 덜어줄 것인가?”였다.
-내 상황을 사장에게 얘기하니까, 동료들에게 얘기하지 말라, 암 걸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당신을 투명인간 시하면서 없는 셈 칠 것이다. 라고 조언을 했다. “넘의 병은 100년 이라도 앓을 수 있다.”라는 우리 속담이 생각남. 누가 내 병을 신경 쓸 것인가. 그러니 병 걸리지 말아야. 60 넘으면 건강한 자 최고 부자. 삼성 한국 최고 부자도 70에 죽어. 그 많은 돈이 무신 소용이람. 이건희는 서울사대부고 레슬링 선수였습니다. 그의 목과 어깨부분이 좀 부자연스러운데 그 레슬링 후유증일 수도.
250 페이지 책에서 목하 11 페이지에 있습니다. 그 페이지에는 옛날 1998년에 어느 사이트에 필요한 암호를 적어놨는데 적어두고는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절대 신뢰할 수 없는 것을 증거.
16세기는 스페인 포르투갈의 시대였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많은 탐험으로 지도 제작이 활발하고 그 지도들은 국가의 극비였습니다. “비밀은 비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밀로 지켜질 때 가장 효율적이다.”
길게 쓰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습니다. 절제의 미학, 무소유의 미학이랄까.
첫댓글 지금 상황도 곧 쓰시겠죠? 어려운 글 즐겁게 읽었습니다 ^^
예, 제 수술 상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또한 제 소개로 가면 깍아줍니다.
그 깍은 값으로 저하고 막걸리 한잔 하면 됩니다.
' 암 걸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당신을 투명인간 시 하면서 없는 셈 칠 것이다. ' 정말 신기하게 사람들은 주변에 누가 병에 걸리거나 죽으면 금방 객관화하고 자신에게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더욱 기뻐하기만 합니다. 악착같이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차가운 남의 불행으로 치부당하기 싫음에도 있습니다.
나의 불행은 나의 약점이고
나의 행운은 남의 시기의 대상이라는 말이 생각나요 ㅎ
"인간은 저열하다. 남의 불행에 묘한 쾌감을 느낀다. 마크 트웨인"
길게 쓰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한다는것을 글을 읽으면서 느낍니다. 더 나갈수도 있는곳에서 멈춘다는 느낌, 다쓰지않은 글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
그 정도 심오함이 있지 않으나, 역시 "모든 독자는 저자."
시골구석에도 수학학원이 즐비하다니
그 학구열은 아랫목 따끈하게 지켜주던 삼천리표 연탄만큼 방방곡곡에 열병처럼 퍼져있군요. ㅎ
장보러 가는 길은 두 군데가 있습니다. 이 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수학학원 즐비.
해변가 조개껍질 주으러 온 아그처럼 이리저리 회회 두리번 두리번...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늘 머릿속 궁리.
아마도 영원히 가지 않으면서 영원히 궁리만 할 듯.
제겐 어나더레벨인 스피노자님의 심오하고 방대한 지식의 글을
접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주체하지 못할만큼의 지식의 양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둘러가도 한양은 가는 거죠?
저의 글 쓰는 목적은 지식의 전달입니다.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량의 언어를 사용한다." 가 모토입니다.
오늘도 하나 건졌습니다. “누구나 좋다는 책인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이 바로 고전 ..ㅎㅎ
닭이 천 마리면 봉이 한 마리 있다는 한국의 속담이 서양에도 있음을 알게 되었구요.
전에 신문 칼럼을 쓰던 이태규 씨인가...암에 걸려서 펜을 놓고 붓을 잡아라 는 의사의 권고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완치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부교감 신경인가가 활성화 되면서 스트레스를 낮추고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높인다고 하네요
오늘 글, 이기자님의 잡초의 고뇌로 시작했습니다.
막걸리 한잔 얻어마실 크레딧을 축척했다고 스스로 치하합니다.
@Spinoza44 제 잡문 으로 스피노자님의 글을 이끌어 내다니...지렁이로 잉어를 건져 올린 기분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