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국수.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다. 안동이 국수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건진국수는 그리 많이 알려진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풍스런 한옥이 떠오르는 안동.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후루룩 맛보는 건진국수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 고택 옥연정사에 마실 온 박재숙 할머니가 옛 맛을 살려 반죽을 밀고, 국수를 삶아 안동 국수를 선보였다. 한 그릇의 건진국수가 나오기까지 오랜 인내와 정성이 들어간다. 옥연정사 대청마루에서 맛 본, 건진국수. 그 반죽만들기부터 후루룩 국수를 맛보기까지의 여정에 동참해 보심은 어떨는지
“스물 두 살, 시집와서 여태 42년 동안 몸서리치게 살았지." 안동 저우리 마을 반장님, 박재숙(63) 할머니에게 언제부터 이곳에 살았느냐 물었더니 돌아 온 대답이다. 꽃다운 젊음을 이 곳에서 보낸 박씨는 어릴 때부터 건진국수를 먹고 자랐다며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무더운 여름날 들로, 밭으로 나가 놀다가 해가 어둑어둑 질 때 쯤이면, 박씨의 할머니는 건진국수를 해 놓고 손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땀이 나고 입이 깔깔한 여름 저녁, 박씨의 할머니가 해 준 건진국수는 술술 잘도 넘어갔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인다. 건진국수를 먹던 그 소녀가 이젠 할머니가 되어 농가민박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국수를 만들어 내놓는다. 오늘은 박씨가 저우리 마을에 자리한 고택 옥연정사에 마실 왔다. 이유인 즉은, 고택 스테이를 운영하는 옥연정사 지킴이 김정희(43), 김상철(43)씨 부부네서 건진국수를 해 먹기 위해서다. 사실, 안동에 내려오기 전 안동에 내려가면, 어느 국수집에서든 주문만하면 건진국수를 쉽사리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건진국수를 하는 음식점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리 흔하지 않았다. 국수가 유명한 안동에서 건진국수를 맛보기를 당연스레 생각했던 것이 경솔했다. 그래도 먹고자 하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은 옥연정사 김씨 부부로부터 박씨와 건진국수를 만들어 먹기로 한 소식을 듣고 옥연정사로 향했다.
“손국수는 얇아야 맛있지.” 박씨는 1미터가 넘는 긴 암반 위에 반죽을 올려놓고 손으로 주무르고, 치대고 또 주무르기를 한 참. “홍두깨랑 암반은 길어야 해. 그래야 긴 면을 뽑아내지” 두 팔을 벌린 길이만큼이나 긴 홍두깨를 암반 위 반죽 위로 슥슥 문지르며 박씨는 이 같이 말한다. 또한 홍두깨는 박달나무 혹은 대추나무 등으로 만든다. 그래야만 무거워서 반죽을 밀 때 힘이 더해지기 때문. 홍두깨를 양손에 잡고 반죽을 밀기 시작하는 박씨.
“여름이라 반죽을 야물게 했는데도, 금새 더워져서 반죽이 물러져. 그래서 밀가루를 뿌려가며 밀어야 돼.” 박씨는 반죽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며 밀면서 한 차례 밀가루를 고슬고슬 뿌리고, 그 와 같은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김정희씨도 반죽이 넓고 얇아지자, 찢어질까 걱정스런 눈빛으로 박씨를 거든다. 얼마나 밀고 또 밀가루를 뿌렸을까. 밀가루 반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얇은 종잇장 같은 반죽이 탄생했다. 건진국수의 반죽은 콩가루와 밀가루를 섞되, 콩가루의 비율을 밀가루보다 많이 하고 계란과 물을 섞어 완성한다. 콩가루를 넣으면, 밀가루만 넣었을 때보다 점성이 강해져 반죽에 힘이 들어가서 더욱 얇게 밀 수 있다고. 또한 여름에 미는 반죽이기 때문에 반죽을 좀더 단단하게 해야만 반죽이 홍두깨에 덜 달라붙는다고 박씨는 반죽을 밀며 귀띔한다. 완성된 반죽을 길게 차곡차곡 접은 후 칼질이 시작되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칼은 암반 위를 유유히 지나간다. 박씨의 정갈한 칼 솜씨가 지나간 자리에 얇고 가지런한 건진국수 면발이 남았다. 이 면을 풀어헤쳐서 채반에 얹은 후 팔팔 끓는 물에 삶는다. 다 삶아진 면을 차디 찬 물에 여러 번 헹궈 건져 낸다. 이렇게 면이 완성된다. 그럼 육수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예전엔 여기 은어가 많이 잡혔대요. 근데 지금은 은어 구경하기는 힘들다고 하대요.” 김정희씨가 폭우로 밤새 불어난 낙동강 물을 보며 은어 이야기를 꺼낸다. 예전엔 낙동강에은어가 많이 살아서 은어를 석빙고에 저장했다가 임금님께 진상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석빙고란 안동에 자리한 저장고로서, 여름에 얼음을 보관할 수 있을만큼 차가운 장소이다. 그래서 본래 안동 건진국수의 육수는 은어를 푹 고아 만들었다. 안동의 여느 음식점에서는 아직도 은어 말린 것을 고아 육수를 낸다고도 하지만, 요즘엔 은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그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닭이나, 다시마,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다. 박씨는 닭과 무, 다시마 등을 푹 삶았다. 언제까지? 닭이 흐물흐물해 질 때까지. 이렇게 우려 낸 물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힌다.
이제 고명을 얹을 차례. 고명은 네 다섯 가지로 하되, 이왕이면 색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한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갈라 지져내고, 쇠고기, 당근 혹은 김치 등 오색을 낼 수 있는 것을 고명으로 얹어 눈부터 입맛을 돋운다. 이제 남은 것은 건진국수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고명을 얹은 후, 찬 육수를 고명이 흐트러지지 않게 붓는 일. 고택 옥연정사에 박씨와 김상철씨 부부, 그리고 기자가 상을 펴고 앉았다. 마침 간 밤에 내린 비 덕분에 시원한 바람이 상머리에 머물다 간다. 건진국수 앞에 앉은 그들, 담담한 대화에 별 특별할 것 없는 언변일지라도, 후루룩 국수 먹는 소리로 이웃의 정을 나눈다. 우선 젓가락을 들어 사리로 만들어진 국수를 헤집어 국물에 잘 섞는다. 그리고는 후루룩 입 속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냉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얇고 고운 면이 냉면만큼은 아니지만, 입 안에서 제법 쫄깃하다. 시원한 육수와 고명 그리고 국수. 그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졌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이 맛, 바로 정성이다.
옥연정사는 420여 년 된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고택으로서, 서애 선생이 기거하던 곳이다. 고택 지킴이 김정희씨, 김상철씨 부부는 이 곳 옥연정사에서 3년여 동안 살아왔다. 그러다가 문중의 권유로 1년 여 전부터 고택 스테이를 시작했다. 고택 체험은 고택에서 숙박을 하면서 고즈넉한 한옥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 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고, 위치 또한 화천서원에서도 더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고즈넉함을 즐기기엔 그만이다. 고택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살은 지친 마음도 그 물살에 실어 보낼 수 있을 것처럼 평안하다. 이 곳이 특이한 점은, 아침은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한다는 점이다. 각각 다른 사연으로 다른 경로를 통해 온 낯선 손님들이 아침에는 모두 한 가족처럼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이 곳에는 방마다 방명록이 마련돼 있다. 하고싶은말, 느낀 점 등을 일기처럼, 또는 낙서처럼 편안하게 끄적일 수 있는 지면을 김씨 부부가 배려한 것. 여름에는 김상철씨가 고택을 찾은 가족 중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반딧불이를 보러 가거나, 이름 모를 들풀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첫댓글 국수맛 좋습니다
맛있다고들 하더군요
먹은듯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맛있을 것같네요 흉내 내 봐야겠습니다
맛있게 해서 드세요.국수는 양념 맛이자나요
우~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국수인데, 정말 맛나게 생겼네요. 으~음, 눈으로라도....
오늘 같은날 건진국수가 딱일것 같군요
집에서두 해보구싶은데 요 넘 힘들것 같군요 귀한음식소개 감사드려요
시간나실때 한번 해보세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감솨~~ ^^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 입니다
어릴적에 할머니나 엄마께서 해주시던 흔한 음식으로 여겼는데
이제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친정엄마는 그시절 할머니처럼
늙으셨고 그시절 편하게 먹곤했던 그때 그 국수는 먹기 힘들어졌다.
결혼 하면서 혹시나 해서 홍두깨를 사놓긴 했는데..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간편히 해먹거나 사먹는 음식에 길들어져버린 것..ㅠㅠ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들어서 한그릇
대접해 드려야 할텐데..(음...)
예전에는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요즘에는 먹거리가 많아서
별미로 먹는 음식이 되었는것 같습니다, 시간 나실때 옛날 추억도
생각하면서 맛있게 만들어서 드세요,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건진국수
한 그릇이 더위를 날려버리는데는 아주 좋을것 같군요, 삼복이 지난지도
여러날이 되었지만 무더위는 여전한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딱맞는
건진국수 드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이거 자주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그 손맛을 느낄 곳이 없었는데 아직 전통이 살아 있네요 국수 꼬랑지로 불에 튀겨 먹던 시절 ..........진짜로 군침 도네요
시어머님 특기이신 건진국수 ,,,,,,,,,,,,,,
안동 양반가 특식이구요 정말담백하구 맛나요
정성이 마니들어간 힘든국수예요
청량리가믄 안동분이 칼국수 하는집 있는데 가끔 간답니다,건진국수는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