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아빠가 늦게 온 이유는 말이야
이치카와 노부코 글|하타 고시로 그림|김버들 옮김|한림|2012.5.14.|112쪽|9500원|외국동화|초중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은가 보다. 아빠는 집에 오는 길에 어떤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늦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겪은 일들이 환상적인 모험이다. 그래서 독자도 아들과 함께 아빠 앞에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빠는 백 년에 한 번씩 악몽을 꾸며 대지진을 일으키는 메기에게 악몽 대신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자장가를 불러주느라 늦었단다. 아빠는 또 길을 잃어버린 천둥번개신의 아들을 아버지 천둥번개신에게 데려다주느라 늦기도 하고, 맑은 밤하늘에 사라져 버린 별들을 다시 하늘 제자리로 올려 보내느라 늦었으며, 어디든 씌우면 꽃이 피어나는 마법 모자를 잃어버린 곰에게 모자를 찾아 주느라 늦었단다. 아빠의 터무니없는 ‘뻥’이 계속되는 동안 이야기의 공간도 깊고 깊은 땅 속, 하늘 위 구름 등으로 터무니없이 바뀌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도저히 진짜라고는 믿기지 않는 아빠의 이야기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사랑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키득거리며 ‘에이, 뻥이야.’ 하고 넘겨버리지 않고 다시 보며 흐뭇해진다.(오혜경)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노인경 글, 그림|문학동네|2012.7.5|56쪽|1만2000원|그림책|유아 6~7세
겉표지를 바로 넘기면 심한 가뭄에 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찾아 온 코끼리들로 꽉 들어찬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물방울을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거나 함부로 빼앗는 모습은 없다. 도리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이다. 그 중에 집에 있는 목마른 아기코끼리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와 열심히 양동이에 물을 담고 있는 주인공 뚜띠가 있다. 자, 이제 양동이에 100개의 물방울을 담았으니 집으로 출발!
이 책은 여러 모양의 물방울, 몇 줄의 선과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은 약간의 설명과 의성어뿐이지만 작가는 그림만으로 탄탄한 서사를 만들었다. 뚜띠는 그 귀한 물방울을 흘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다양하고 힘든 사건을 겪는다. 뙤약볕에 헉헉거리고, 절벽에 떨어져 놀라고, 벌떼에 쫓기는 등 그때그때 부딪치는 다양한 설정은 시간의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또한 사건에 따라 변하는 뚜띠의 표정은 보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면서도 재미까지 준다. 특히 물방울이 없어진 양동이를 코로 더듬다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그득해져 주르륵 흘리는 장면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로 다시 양동이가 채워지자 신이 나 연신 물줄기를 품어내는 장면에선 뚜띠의 감정이 파란색과 어우러져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서툴고 부족하지만 좌충우돌 부딪히는 뚜띠의 여정을 힘들게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게 그리고 있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런 일상처럼 담담하게 그렸다.(이효경)
○감은장아기
서정오 글|한태희 그림|봄봄|2012.6.20|40쪽|1만2000원|그림책|초저
가난했던 집에 셋째 딸로 태어나 검은 나무그릇에 담은 겨죽을 먹고 씩씩하게 자란 감은장아기는 옛이야기 속 여느 여자 주인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자기에게 닥친 고난을 수용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간다. 부모님 덕에 먹고 산다는 언니들과는 달리 내 덕에 먹고 산다고 말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지만 당당하게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주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룻밤 묵게 된 할머니 집에서 삼형제 중 효심이 지극하고 착한 막내아들을 알아보고 결혼을 청한다. 부자가 된 감은장아기는 부모님과 언니들을 다시 찾고 후에 사람의 운명을 다스리는 신이 된다.
감은장아기는 제주에서 전해 내려오는 굿노래 ‘삼공본풀이’를 바탕으로 다시 쓴 옛이야기다. 기본 줄거리와 주제는 그대로 두고 어린이들이 쉽게 알 수 있는 글로 다듬어 썼다.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이나 생김새를 굳이 글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말이나 행동으로 인물들의 성격이나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잘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과는 다른 우리만의 새로운 신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듯 은은한 색감의 밑바탕에 검은 실루엣으로 인물과 배경을 표현하여 마치 그림자극을 보는 것 같다. 장면마다 다양한 밑바탕의 색깔 표현과 검은 이미지 속 인물들의 세심한 표정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준다. 검은 나무그릇이란 뜻을 가진 감은장아기의 이름과 검은 그림의 이미지가 겹쳐져 이야기가 더욱 잘 어우러진다. (김정희)
◎신기한 새집 이야기
스즈키 마모루 글, 그림|김해창 옮김|사계절|2012.3.15|40쪽|1만800원|과학·환경|초저
《신기한 새집 이야기》,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표지에 실린 여러 가지 새집 모양 또한 눈길을 끈다.
거미줄이나 나방고치 실을 접착제나 실처럼 이용하여 집을 짓는 오목눈이와 긴꼬리재봉새. 여러 마리가 함께 길이 9미터 정도의 큰 집을 짓고 사는 배너맨베짜기새. 혼자서 8,000여개의 온갖 재료를 모아 큰 집을 짓는 망치머리황새 등 세계각지에 살고 있는 19종류의 신기한 새집을 소개한다.
알을 낳아 품지 않고, 집 속에 넣어 두기만 하는 무덤새는 집 안의 온도만으로 알을 부화시킨다. 흙이나 마른 잎, 나무 부스러기를 모아 산처럼 쌓아 만든 집 안에는 발효열이 발생하여 알을 따뜻하게 한다. 윗부분 땅을 파서 혀와 부리 안쪽으로 집 안 온도를 확인하는 무덤새에 대한 설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낸다. 새집의 재료, 모양, 만드는 방법을 알다보면 저마다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작은 새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꾸준한 관찰을 통해 그린 섬세한 그림은 각각 다른 재료의 새집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면지 그림은 책을 읽기 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물음을 통해 독자와 소통을 꾀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우리들로 하여금 한 발짝 더 책 속으로 다가가게 한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우리는 먼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새에 대해선 모르고 있는 것이 많다. 작가는 새집의 신비를 아는 것이 생명의 신비와 지구의 신비를 아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심히 지나치던 나무숲에서 작은 새들의 삶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강민옥)
◎하리하라의 과학 24시
이은희 글|김명호 그림|비룡소|2012.3.9|276쪽|1만3000원|과학·환경|청소년
오전 6시 30분. 요란한 자명종 소리를 들은 열다섯 살 훈이. 천근만근 몸은 무거운데 엄마는 일어나라고만 한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도 정신이 차려지질 않는다. ‘뇌 속에 스위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훈이의 엉뚱한 생각으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사람의 기상과 취침시간은 일정한 편이다.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자명종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몸 안에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손목시계처럼 정교한 기계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24시간을 기준으로 일정하게 움직인다. 계절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데 여름에는 겨울보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럼 생체시계는 빛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질문을 반복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까지 설명한다.
작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따라가며 엘리베이터 안 CCTV로 악용될 수 있는 과학의 양면을 설명하고, 채소 가득한 급식에서는 식량 문제를 들춰낸다. 혈액형별 성격, 환경호르몬, 달콤한 음식과 비만, 게임 중독처럼 누구나 한 번쯤 호기심을 느꼈을 법한 것들을 24개의 꼭지로 나눠 훈이의 호기심과 설명을 반복해서 쉽게 풀어냈다.
사실 꼭지별로 글을 나눠 가볍게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많다.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알려주려 욕심을 부리는 책도 너무 많아졌다. 과학을 지식으로만 대하다보니 일어난 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에 흥미를 잃은 훈이의 고민을 통해 과학연구의 이유를 말하고, ‘쉰들러리스트’를 통해 과학자의 윤리까지 다룬다. 중학생의 24시간을 쫓아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궁금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과학을 대하는 자세까지 이야기한다. 과학을 말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해야 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이은숙)
첫댓글 재향씨는 참 특별한 책들을 어케 이리도 잘 아는지 감사히 잘 접수하께요
저야 카페에서 퍼 나를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