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류가 여덟 번 가량 연달아 재채기하며 말했다. 변명하는 듯한 문장에 크게 관심 가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꽃을 선물할 것도 아니고, 고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봄이 지나면 나을 병증에 말을 덧붙여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 창문 바깥에서 벚꽃잎이 날렸다. 류가 한 번 더 콜록거렸다.
봄이 되면 벚꽃이 피고 사람들은 재채기를 한다. 특히 벚꽃나무가 가득한 학교 앞 사거리에선 더. 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거대한 나무의 가지들은 너무나 무거운 나머지 축 처지기에 이르렀다. 손을 뻗으면 벚꽃이 잡힌다. 연한 분홍빛이 시야에 아른거렸다.
그 자리에 멈춰 서 가장 아래 피어 있는 꽃 하나를 잡아 힘주어 당겼다. 낱낱이 흩어져 떨어지는 꽃잎이 아닌 꽃가루가 묻어 있는 온전한 한 송이를 가져 보고 싶었다. 툭,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휘어진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고, 제자리를 되찾으며 가벼운 진동을 만들었다. 벚꽃잎이 한순간에 낙하한다. 머리 위로 꽃가루와 꽃잎이 흩날린다. 한참을 멍하니 그곳에 선 채.
그 날 학교를 가지 않았다. 류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봄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첫댓글 묘사된 표현이 구체적이라 상상이 잘 가서 좋아요.
꽃가루알레르기를 대수롭지 않게여기던 류의 친구가 흩날리는 꽃잎과 꽃가루를 보고 류의 말을 떠올리는게 소설가분들의 소설에 나오는 감동적인 장면같아 단편소설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