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제물론: 만물은 동등하다
11-7 “삶을 좋아함이 미혹된 것이 아님을 내 어찌 알겠는가! 죽음을 싫어함이 어릴 때 고향을 잃고 돌아갈 줄 모르는 것이 아님을 내 어찌 알겠는가!
8 여희는 애읍 국경 수비대장의 딸이었는데, 진(晉)나라에서 처음 그녀를 데려갈 때는 눈물로 옷깃을 적실 정도로 울었으나, 마침내 왕의 궁궐에 이르러 왕과 화려한 침실을 함께 쓰고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자 울었던 것을 후회했다.
9 그렇다면 죽은 자가 죽기 전에 살기를 바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내 어찌 알겠는가!1)
10 꿈속에서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던 자가 아침에 일어나 슬피 울 수도 있고, 꿈속에서 슬피 울던 자가 아침에 일어나 사냥놀이를 하러 갈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꿈을 꾸고 있는 그때는 그것이 꿈인 줄 알지 못한다.
11 꿈을 꾸고 있으면서 심지어 그것이 꿈이라고 헤아려보는 꿈까지 꾸지만, 깨어나서야 비로소 그 모든 것이 꿈임을 안다. 따라서 큰 깨달음이 있은 후에야 그 모든 것이 깊은 꿈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어리석은 자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여기고 똑똑한 체하면서 ‘임금이시여.’ 혹은 ‘아랫것들아.’ 하니 참으로 답답하구나!2)
12 구(丘)도 자네도 모두 꿈을 꾸고 있고, 지금 자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 역시 꿈을 꾸고 있네. 지금 내가 하는 이런 말을 수수께끼라고 부르는데, 만세 후에 이 수수께끼를 풀이할 줄 아는 성인을 한번 만난다 하더라도 후딱 지나가는 한나절 안에 만나는 것과 같네.3)”
주1) 구작자의 질문에 계속 장오자가 답변하고 있다. 여기서 장자는 장오자의 입을 통해 본문처럼 불투명한 우리의 상식적 앎을 기준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쉽게 확정하고, 나아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무반성적으로 투입하는 행위가 큰 착오를 일으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앎의 기준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주관적이고 상대적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앎은 대부분 바깥을 향하는 대상적 앎[小知]인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부를 향한 앎, 즉 앎 자체를 되비추어 보는 ‘깨달음’이라는 큰 앎[大知]이다. 외부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를 지속적으로 분열시켜 나가는 작은 앎들의 혼돈 속에서 헤매는 한, 우리는 한바탕의 긴 꿈을 꾸면서 그것이 꿈인지 알지 못한다.
주2)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은 대상적 지식(일상적 지식: 小知)이 아니라, 자기관조적 의식활동(깨달음: 大知)이다. 장오자는 이름 그대로 긴 꿈에서 깨어난 자이므로, 그는 더 이상 말의 한계나 지식의 혼돈 속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주3) 공자와 구작자 혹은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의 의식세계가 꿈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모두 그 당사자의 마음 안에서 결정될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자라고 해서 남의 꿈에 끼어들 수도 없고, 남의 꿈을 깨울 수도 없다.
한편 장오자는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어쩌면 깊은 꿈속을 헤맬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이 아무리 바르고 마땅한 말이라 해도, 그것은 어찌 됐든 말로 표현된 것이므로 망령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말이라는 수단을 통하지 않고 실현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는 이러한 역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말을 통해 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역설의 길을, 앎을 통해 앎의 독단성을 해체할 수 있는 자기변증의 길을 기꺼이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장오자는 이 길을 ‘수수께끼’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큰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이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장자강의> 246~253쪽, 이효걸 지음, 홍익출판사, 2013)
11-7 “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
8 麗之姬,艾封人之子也。 晉國之始得之也,涕泣沾襟; 及其至於王所, 與王同筐床, 食芻豢, 而後悔其泣也。
9 予惡乎知夫死者不悔其始之蘄生乎!
10 夢飲酒者, 旦而哭泣; 夢哭泣者, 旦而田獵。 方其夢也, 不知其夢也。
11 夢之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 而愚者自以為覺, 竊竊然知之。 君乎, 牧乎, 固哉!
12 丘也, 與女皆夢也; 予謂女夢, 亦夢也。 是其言也, 其名為弔詭。 萬世之後, 而一遇大聖知其解者, 是旦暮遇之也。”
** 沾(점): 젖다, 적시다; 더하다(첨); 경망하다(접)
** 襟(금): 옷깃; 마음, 생각
** 筐(광): 침상; 광주리
** 芻豢(추환): 고기
** 蘄(기): 바라다
** 竊竊然(절절연): 또릿또릿 살피는 모양
** 弔詭(적궤): 수수께끼<문자적 의미는 ‘최고의 속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