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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님'
쩍쩍 갈라지는 새 문제집의 첫 페이지를 폈다. 뻑뻑한 질감과 코끝을 찌르는 새 책의 향은 언제나 기분 좋은 느낌이다. 늘 그랬지만 시험이 코앞까지 다가온 날은 마음만 급해지기에 바빴다. 매일 그렇던‘미리 좀 해둘 걸’이라는 후회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말꼬리 표와도 같았다. 당최 이 많은 양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언제 어떻게 끝내버리나 하는 걱정과 동시에, 지렁이 같은 수학공식이 쭉 나열되어 있는 참고서만 멍하니 내려다보는 나였다. 정신을 차리라는 듯 경쾌하게 울리는 아침조례 종소리에 공부를 하기는커녕 시작도 못한 채,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낼까 탁한 한숨이 몰려왔다. 침착하게 이어폰을 끼고 음악 재생버튼을 눌렀다. 거지같게도 우중충하고 우울한 느낌의 노래만 랜덤 재생이 되는 거 아니겠냐. 공부를 할 조건은 아닌 듯 했다. 옅게 소리 없는 숨을 뱉으며 반포기 심정으로 책상 위로 고개를 파묻어버리는 나였다. 사실 이렇게 공부에 집중 못하는 이유라 하면 단순한 내 집중력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부수적인 문제가 있었다. 종이 치고 나서야 교실에 온 건지, 허했던 옆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에 굳이 고개를 들어 확인을 안 해도 놈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변백현 특유의 향이 있었다. 너무 달지도 않은, 그렇다고 너무 톡쏘지도 않는 옅게 퍼지는 사과향말이다.
“백현아, 조례해야 하니까 ○○이 좀 깨워 줄래?”
“네.”
선생님의 부탁이 끝나자마자 변백현은 내 쪽으로 손을 뻗어 작게 나를 흔들었다. 그에 여전히 시선을 내리고서 느릿하게 노곤한 몸을 일으켰다. 조례가 시작되고부터 끝날 때까지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난 문제집을 향해서, 놈은 휴대폰을 향해서만 눈동자를 움직였다. 눈과는 반대로 제 머리는 어제 일로 사방팔방 폭발할 지경이었다. 유일한 돌파구였던 선생님의 조례가 끝나자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다시 난리 통이 돼버린 교실 안이었다. 다시금 샤프를 들어 눈에 익지도 않을 문제집에 강제로 시선을 고정했다.
“뭐하냐.”
“…….”
“무슨 아침부터 공부야.”
“시험 일주일도 안 남았잖아.”
“그래서 뭐하는데?”
“……야!”
“아……,”
시니컬한 표정으로 휴대폰만 응시하던 변백현이 날 놀릴 구실을 찾은 건지 잽싸게 내 문제집을 뺏어가 사정없이 허공 위로 흔들어댔다. 내놓으라며 목에 핏줄까지 세우곤 발악을 하는 내 반응이 뭐가 그리도 웃긴지 한층 더 업신여기는 표정으로‘뺏어봐’라 말하는 게 아니겠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변백현 때문에 결국 화를 일으키고 만 것이었다.
“야, 괜찮아? 아, 미안……진짜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너 피……아, 진짜 미안해…….”
손톱, 손톱이 문제였다. 지겹게도 깎으려 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놓고 있었던 손톱에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다. 문제집만 생각하며 뻗은 손이 갑작스럽게 튀어 오른 변백현의 얼굴로 향했고, 그와 동시에 놈의 뺨을 그대로 할퀴어 버리고 만 나였다. 겉보기에도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꽤나 깊게 파인 흉터에 가슴까지 멍해져 연신 괜찮냐고 물어보는 내게 쨍하게 웃어 보이는 바보 같은 새끼였다. 놀란 가슴은 새파랗게 멍이 들 지경이었다. 초연한 눈으로 내 손톱이 남기고 간 상처만 바라봤다.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쭉하고 내려갔다. 애연한 마음은 나아질 리 없었다.
“보건실 갈까? 약 좀 바르자.”
“괜찮다니까.”
“또 고집 부리지 말고 가자니까?”
“아, 진짜 괜찮다고.”
“좀 가자고, 너 좀 봐봐. 흉터날 거 같다고…….”
“안 아프…….”
“좀 가까이 봐봐, 많이 깊나 보…….”
“……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주친 눈을 피하기 바쁜 우리였다. 침을 삼키는 소리 또한 너나 할 것 없었다. 목적을 잃은 동공을 이리저리 굴려댈 뿐이었다. 쓸데없는 고집은 참 많았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왜 보건실에 안 가려고 애를 쓰나 이 말이었다. 혼자라도 가서 작은 밴드라도 얻어올 생각이었다. 느릿하게 엉덩이를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밴, 밴드라도 가져올게.”
“…….”
“기다려…….”
“……응.”
죄인은 말이 없다. 그래서 침묵할 뿐이었다. 두 손에는 밴드가 한 가득이었다. 이게 바로 보건실 인심인가 싶었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은 잠시 집어치우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내 손톱에 의해 흉한 상처가 난 변백현이었다.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휴대폰 게임을 하는 놈의 등짝을 마구잡이로 때리기라도 하고 싶었다.
“야, 고개 들어 봐봐.”
“아, 존나 필요 없다니까?”
“진짜 고집 좀 작작 부리지? 흉터 진다니까?”
“…….”
참, 여자로 태어나 남자에게 밴드를 붙여주는 날이 오다니. 반지르르한 겉 포장지를 뜯어내고 놈의 뺨 위로 밴드를 부착시켰다. 딱 조이는 느낌에 조금 놀란 건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애써 태연한 척 턱을 괴는 모습을 보자 아까 전 생긴 덩어리가 더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됐냐.”
무신경하게 내게서 고개를 돌리는 놈의 행동에 삐죽 입술을 내밀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나였다. 챙겨줘도 신용을 못 받는 신세였다.
“쟤네 진짜 사귀는 것 같지 않아?”
“아니, 사귄다니까?”
“네가 어떻게 아는데.”
“야, 딱 보면 모르냐? 사귄다고 쟤네.”
TV에서나 보던 천송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방에서 놈과 내 사이를 의심하는 아우성들이 따갑게 내 귓가를 간질였다. 아마 나름대로 저들의 추론 끝에, 우리는 이미 사귀는 사이가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어제에 이어 왜 자꾸 이런 오해가 생기나 이 말이었다. 연인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렇다 할 스킨십을 한 것도 아닌데. 이곳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뭐라고 하기에도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들어도 못들은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세상에서 제일 뻔뻔한 승부수를 띄우며 심드렁하게 고개를 돌리는데.
“변백현 쟤는 이제 하다하다 같은 반 여자애도 사귀냐?”
“그런가 보지.”
“여자를 뭐로 아는 거야, 쟤는.”
“장난감으로 알잖아.”
“아, 진짜? 여자를 장난감으로 안다고? 존나 개새끼네.”
“몰랐어, 쟤 개새끼인거?”
“아니지, 알았지 진작부터.”
이번에는 그럴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일부러 비아냥스러운 말투로 놈을 비꼬며 교실 뒤쪽에 서서 우리를 삐딱한 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두 여자아이들이었다. 그 악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변백현의 표정이 점점 상기되어 가는 게 눈에 들어오자 거기까지는 참을 수가 없는 거였다. 그렇다고 내가 놈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분명 변백현이 나쁘거나 못된 놈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물론 나 또한 오해한 적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홧김에 화가 나서 몰아붙였을 때 일이다.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게 분명했다. 평소 놈의 성격대로라면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졌을텐데, 이상하게도 못들은 척 게임만 하고 있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갸우뚱 돌아갔다. 그럼에도 지독한 악에 찬 말들은 끊길 기세가 없이 단계가 심해지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놈을 자꾸만 벼랑 끝으로 몰고 가니 욱하는 성질이 또 제어를 할 수가 없는 거였다.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허공 위로 팔을 들었다. 삿대질이라도 하며 한 판을 제대로 뜰 심산이었다. 대체 네가 뭘 안다고 변백현에 대해서 그렇게 떠드느냐고, 네가 변백현하고 친구라도 해본 적 있냐고. 끊어오는 온도차를 이기지 못하고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면, 갑자기 내 팔을 끌어당겨 다시 자리에 앉혀버리는 눈치 없는 변백현 아니겠냐.
“○○○, 죽고 싶지.”
“뭐가 죽고 싶어, 짜증나니까 그런…….”
“너 밴드 처음 붙어보냐? 존나 아파죽겠네.”
“뭐?”
“야, 이걸 이렇게 붙이면 어쩌라고. 봐봐, 이렇게 상처에 맞게 잘 붙이던가.”
“…….”
괜히 불만병이 걸렸나 싶었다. 제 상처에 맞춰 예쁘게 잘 붙여진 멀쩡한 밴드를 떼어내고 덕지덕지 아무렇게나 밴드를 붙이는 거였다. 대체 이 어이없는 행동에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눈만 깜빡이며 힘 빠진 한숨만 토해낼 뿐이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내 앞에 다가와 내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이는 변백현에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면.
“저 중에 한 명 내 전 여친이야.”
“뭐?”
“전 여친이라고.”
“전 여친인데 저런다고? 진짜 찌질하게 뭐하는……!”
“괜찮아.”
“…….”
“가만히 있어.”
“○○아, 너 먼저 나가있어! 나 이거만 하고 갈게!”
“응,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음악시간 바로 다음인 한국사 숙제를 까먹었다며 열심히 내 숙제를 베끼고 있는 민예와 다른 친구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숙제 해오지 말걸. 언제나 개인의 성실함은 남에게 더 행복을, 그리고 나에게는 손해를 주곤 했다. 내가 성실하면 뭐하나 이거였다. 결국 숙제의 내용은 다 똑같을 텐데. 필요 없는 씁쓸한 후회를 깊게 삼켰다. 그래도 결국 덕을 쌓는 건 나라고 위안을 하며 발을 떼는데, 그런 내 발목을 붙잡는 불쾌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거였다.
“아, 진짜 짜증나 그 새끼.”
“변백현 걔 어장하는 거 한 두 번이야?”
“어장하니까 여자를 그렇게 많이 사귀지.”
“미친놈, 진짜로.”
“아까 걔 여자친구겠지?”
“딱 보면 모르냐?”
참, 의미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아까 전, 내 성질을 단단히 자극한 여자 아이들이었다. 놈 앞에서 대놓고 험담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없는 곳에서 까지 욕을 하는 꼴에 진득한 악에 빠질 지경이었다.
“욕할 거면 직접 가서 욕 하던가 왜 여기서 지랄인데.”
“……김종인.”
그때였다.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목각인형처럼 서 있던 내 답답함을 단번에 타파해주는 김종인의 반가운 목소리였다. 역시나 놈도 제 친구 욕을 하는 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있는 대로 난 건지, 낮고도 깊은 음성으로 불쾌한 두 사람을 마주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뒤돌아 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변백현이 여자 많이 사귀는 건 맞는데 너네한테 욕먹을 정도는 아니거든 시발, 너희들이 변백현 친구야? 걔가 어장을 해? 제대로 알고나 떠들어.”
“제대로? 이보다 어떻게 제대로 말해? 솔직히 변백현 여자 많이 사귀는 거 맞잖아.”
“그래, 근데 그게 뭐 너네한테 피해준 거 있냐고.”
“너 윤현수맞지.”
“……도경수?”
“너 변백현이랑 작년에 일주일정도 사귀었잖아, 맞지.”
“……응, 맞는데?”
“그래서 지금 남자한테 차였다고 이렇게 짜증나게 복수하는 거야?”
“……도경수 너 변백현이랑 싸우지 않았어? 지금 싸운 애 편 들어주는 거야?”
“내가 걔랑 싸웠다고 네 편 들어줄 이유는 있어?”
“그래도 싸웠잖아!”
“내가 알기론 네가 먼저 고백하고 네가 매달린 거야, 변백현은 처음부터 너 알지도 못했고, 그저 고백만 받아주고 찬 거겠지.”
“…….”
“다시 말해봐.”
“…….”
“이래도 변백현이 너네한테 잘못한 거 있어?”
“…….”
“변백현 얼굴만 보고 사귀자고 했으면서 지금 뭐가 그렇게 화나는데 너네는, 너네는 화낼 자격도 속상해 할 자격도 없잖아.”
“……야, 나쁜 건 변백현이야! 이제 하다하다 같은 반 짝꿍도 꼬셨다니까?”
“…….”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내가 나오는 이야기를 뒤에서 그대로 듣고 있는 상황이란. 자연스럽게 아랫입술을 깨물어 저릿한 신음을 뱉어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비릿한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눈치 없이 저 상황에 끼어들었다간 자잘했던 루머가 또다시 풍선처럼 커질 게 분명했다.
“짝꿍? 변백현 지금 짝꿍 ○○○ 아니야?”
“…….”
“둘이 사귄다고?”
“그래, 사귄다고. 뭐 더 필요해?”
“……언제 사귄 건데, 그 새끼 왜 말 안 했지? 야, 도경수 너 알……시발, 당연히 몰랐겠지.”
“그래서 그게 뭐가 중요한데?”
“……응?”
“……니들 한번만 더 내 앞에서 그딴 이유로 변백현 욕하는 거 들리기만 해봐.”
“야, 도경수 같이 가! 아, 시발 너네 때문에 진짜.”
날이 선 얼굴로 뾰족한 말을 뱉곤 먼저 여자아이들을 지나치는 도경수를 놓칠세라 뒤따라가는 김종인이 보였다. 혹시나 내가 듣고 있다는 걸 들킬까 빠르게 제 고개를 돌리고 가쁜 호흡을 들이셨다. 죄인마냥 뛰고 있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아, 이제 음악실가자!”
“응? 아, 응…….”
“오늘 ○○○ 때문에 한국사한테 안 혼난다, ○○○ 진짜 최고!”
주변에선 포근한 공기가 사방팔방 나를 감쌌지만, 그럴수록 어느 모를 곳이 시려지는 건 뭘까 싶었다. 도경수가 내게서 멀어질수록 궁금한 의문증 하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눈을 마주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피하기를 먼저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편을 들어주는 이유가 뭘까 했다. 도경수나 변백현 둘 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분명 저들이 가지고 있는 말 못할 비밀은 한 보따리는 족히 될 거라 생각했다. 아직 그 이야기를 꺼낼 이는 아무도 없다. 애석하고 갑갑한 상황이었다. 포근했던 공기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보다, 여러 번이고 두 눈을 비벼봐도 뭐 하나 변하지 않는 상황에 기막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해? 앉아.”
“…… 변백현 너 집 안가? 학교 끝났는데?”
“안갈 건데? 나 야자할 거야.”
“……아니, 왜?”
“뭐가 왜? 시험기간이니까.”
“네가 언제부터 시험기간에 야자를 했다고.”
“그래서 오늘부터 하려고.”
“…….”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도 같은 자리에 앉아 30분 째, 국어 문제집을 펼쳐놓은 채로 뚫어져라 필기를 하는 변백현이 있었다. 정말로 해가 서쪽에서 뜰까 싶었다. 내가 보는 놈의 모습이 혹여나 지어낸 환상일까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볼도 꼬집어 봐도 야속할만큼 이 상황은 가상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었다. 당혹스러운 기분에 괴상한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눈썹 사이를 좁힌 채로 자리에 앉으니, 그런 나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여전히 입을 다문 채로 필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는 놈의 모습에 허한 웃음이 나올 뻔한 순간이었다.
“야, 너 어디 아파? 아까 내가 손톱으로 긁어서 화났어?”
“아, 뭔 소리야.”
“혹시 변백현 분신이야? 맞네, 분신!”
“분신 아니거든? 입 다물고 공부나 하지?”
“……아니, 이해가 안 가잖아. 이해가.”
“나 공부하니까 말 시키지 마라.”
“…….”
젠장, 전교 1등의 귀한 공부 시간을 방해한 사람이라도 된 듯했다. 느릿하게 고개를 저으며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겼다. 신경 쓰면 나만 피곤한 거다. 쓸데없는 신경은 접어두자. 얼마나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뻐근해진 몸을 풀어주기 위해 꽂은 이어폰을 빼고 자연스럽게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힘 빠진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공부를 한다는 게 누구였더라. 말 시키지 말라던 게 누구였더라. 공부할 거라고 입 다물라는 게 누구였더라. 아, 맞다 변백현이었지! 그런데 지금 그 변백현은 어디 있지? 아, 여기 있구나! 그런데 그 변백현은 지금 뭐하고 있지? 아, 자고 있구나! 공부는 무슨……. 밤새 컴퓨터 게임이라도 한 사람처럼 깊은 잠에 빠진 놈을 지긋이 쳐다봤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잠을 청하는 얼굴을 바라보다 실수로 긁어버린 상처가 눈에 띄어 자동적으로 안타까운 인상도 찌푸려졌다. 아까보단 조금 아물긴 했는데…….
“……아, ○○○ 너 콧바람 완전 쎄.”
“뭐야, 안 잤어?”
“자고 있었는데 너 콧바람에 놀라서 깼잖아.”
“……야, 너 보는 게 아니라 상처 본거거든? 상처?”
“상처 낸 거 미안은 해?”
“……아, 아니거든.”
“……○○○.”
“왜…….”
“왜 안 물어봐?”
“뭐를.”
“아까 그 여자애들이 했던 말.”
이건 꽤나 의외의 말이었다. 턱 끝까지 차오른 질문은 몇 번이고 제 모습을 드러낼 생각조차 없었다. 그걸 변백현이 꺼낼 거라곤 내 예상 밖에 일이었다. 괜히 심각하고 신중했게 고민했던 내 생각을 관통당한 것 같아 머쓱해진 기분에 아랫입술을 축였다. 목이 바짝 갈라지기까지 했다.
“안 궁금하거든…….”
“거짓말하네, 바보야.”
“진짜거든?”
“진짜? 마지막 기회다?”
“아, 그……음.”
“전 여자친구야.”
“……그건 아까 말했잖아.“
“거봐, 궁금했네. 존나 집중하는 거 봐라.”
“야, 진짜.”
“우리 밥통 다루기 너무 쉬워서 탈이네.”
“……야, 말 나온 김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넌 여자 왜 그렇게 많이 사귀어?”
“질문이 그거야?”
“…….”
이번엔 놈의 당황한 얼굴이 눈에 비쳤다. 책상 위에 엎드려 내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건조하게 갈라진 음성과 함께 눈을 지긋이 감는 변백현이 가득 들어왔다. 한참을 말이 없었다. 심장은 진동했고, 변백현은 살짝 미소를 지은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사귀지도 않고서 여자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사귀고 나서 내가 걔랑 맞을 수도 있고, 그 여자애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그러다 안 맞으면 상대방한테 상처가 되니까 되도록 빨리 헤어지려는 거고……그렇게 일단 여자를 많이 사귀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여자를 많이 알게 된 거고, 내가 걔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내 기준은 남자가 좋아해야 뭐든지 수월해진다고 생각하거든. 내가……누구를 바라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늘 진득한 장난만 치던 놈이 맞지도 않게 진지한 행동을 하곤 하면 어색함에 눈을 피하기 일쑤였다. 그동안 묵혀뒀던 진심을 내보내는 것 같은 간절하고도 절실한 목소리에 난잡한 시선이 이리저리 놈만 피해 움직였다. 주황빛의 초저녁 하늘에 검정색 물감이 얼룩진 건, 지금 내 감정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 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놈의 말에 동조했다. 이어 살짝 입꼬리도 올렸다. 큰 공감은 못해도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준 부분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의미였다.
“어색하잖아, 그딴 질문해서.”
“아니야, 이해했어 다.”
“아, 이런 이야기하기 싫다. 피곤하다, 자자.”
“응?”
“너 요즘 시험기간에 공부하느라 못잔 거 아니까 자자고.”
“괜찮아, 너 혼자 자.”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안 졸리다니까?”
“하여튼 말은 존나게 안 들어 쳐먹어요.”
“아, 싫……!”
“자라면 좀 자.”
시답잖은 이야기로 영 소득 없는 눈싸움을 하고 있던 내 목덜미를 잡아 챈 변백현이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빠르게 책상 위로 날 끌어당겼다.
“이거 안 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실을 찾기 위해 눈에 힘까지 주지만, 그런 내 허세 따위는 씨알도 안 먹힌다는 표정으로 더 강하게 힘을 주는 놈이었다.
“아, 진짜 뭐 하는데!”
“…….”
“아프다고, 아파!”
“누가 떠들어!”
“……헐.”
“누구야, 누가 떠들어!”
“야, 변백현 너 때문이잖아 어떡…….”
“눈 감아, 멍청아.”
“응?”
“아, 얼른.”
“…….”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드라마 속 나쁜 짓을 하다 걸린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등 뒤에 서늘한 긴장감 또한 제대로 한 몫 했다. 양 입술을 앙다물고 들어오는 호흡을 참았다. 이상하게도 놈의 말을 순순히 따라야 할 것 같아 빠르게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나였다.
“○○○, 자지 말고 공부해.”
등 뒤로 들리던 음성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의지할 건 소리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미간 사이가 좁혀졌다. 집중을 할 때 마다 인상이 쓰이는 건, 내 유별난 버릇이다.
“눈 떠, 쫄보야.”
“……갔어? 선생님 갔어?”
“아까 갔어, 바보야. 개쫄았네 바보같이.”
“……아, 무서웠다고 진짜.”
“쫄보, 개웃기다 진짜.”
“야……!”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나와 같이 엎드려 눈을 마주하고 있는 변백현이 그대로 눈앞에 새어 들어왔다. 그 모습에 잔잔하던 파도가 이상한 바람이 불며 굉음까지 나기 시작했다. 뒤이어 말간 손길로 잔잔하게 내 앞머리 사이를 느슨해진 가슴이 단단하게 말렸다. 말랑거리던 심장이 제 기능을 멈추는 듯, 저릿한 고통 또한 느껴졌다. 정상이 아니구나 싶었다. 요즘 들어 변백현이 내 머릿속에 있어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도 그랬다. 당혹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개를 돌리고 무늬 하나 없는 벽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정상이 아니었다. 나도, 변백현도. 지금 이 상황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도경수와 같이 집에 가는 건 거의 일반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경수와 난 집 방향도 같았고, 무엇보다 우리와 같은 방향에 살고 있는 친구가 없으니 마침 잘됐다, 딱 이짝이었다. 아, 마침이라는 말이 붙는 건 물론 경수한테만 해당이다. 난 최고라는 단어를 붙여야 충분하려나. 야자가 끝나자마자 먼저 가보겠다며 교실 밖으로 나간 변백현을 뒤로하고 경수네 반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내딛었다. 고막이 나갈듯한 아이들의 지방방송에도 세상모르게 같은 자세로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 도경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놈들은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 책상 위로 곯아떨어졌나 이거였다. 자욱한 한숨을 내쉬며 느긋하게 다가가 놈의 어깨를 흔드니, 그제야 정리가 덜 된 부스스한 머리와 반쯤 감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놈이었다.
“도경수, 야자 끝났어.”
“……응?”
“많이 피곤해?”
“……야자 끝났어?”
“애들 지금 다 가고 있어, 많이 졸려?”
“아, 나 잤다……미안해, 기다렸어?”
“아니야, 나 1분도 안 기다렸어!”
“기다린 건 맞네.”
보는 이도 우중충해질정도로 많이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건조해진 피부 또한 눈에 들어온다. 아직 제대로 된 정신을 못 차린 탓에 간간이 필통과 노트를 떨어뜨리거나, 또 휴대폰을 들고서 휴대폰을 찾는 모습까지. 망가진 모습을 아주 그랜드 슬램으로 보여주시는 도경수의 인간적인 모습에 이상한 귀여운 정이 드는 기분이었다. 잠이 덜 깬 까끌한 목소리로 나긋하게‘가자’라고 말하는 음성에 온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했다. 걸음 열 번을 옮길 때마다 하품을 족히 한 번을 하는 모양새에 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커져갔다.
“아, 나 왜 이렇게 졸리지.”
“어제 늦게 잤어?”
“아니, 일찍 잤는데……잠시만 카페 좀 들려서 뭐 좀 사먹고 가자.”
“아, 그래.”
학교 앞 작은 카페였다. 유명한 체인점의 카페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주머니들이 단골손님인 억척스러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이 학교에 다닌지 벌써 2년이 되었지만 이곳에 오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꽤나 앤티크한 가구들로 꾸며진 카페에 놀란 내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돌리며 카페를 살피고 있는데.
“너 뭐 먹을래.”
“응?”
“여기서 먹고 갈 거야, 잠 좀 깨고 가자.”
“아, 그럼 나는……코코아.”
“코코아 두 잔 주세요.”
“야, 내거 내가 살 거야.”
“아, 원래 남자가 사줄 땐 아무 말 말고 먹는 거야. 너 그거 남자 자존심에 상처 내는 일이다?”
“무슨 말도 안…….”
“뭐가 말이 안 돼, 사줄 때 먹어.”
“너 여기 자주 왔어?”
“응, 엄청 자주 왔는데.”
“나 여기 처음 와보는데.”
“우리 학교 애들 여기 잘 안와, 작아서.”
“김종인이랑 오는 거야?”
“왜, 여자랑 올까봐?”
“아, 그런 거 아니거든.”
아마 꿈이 저격수세요? 내 마음의 저격수. 어쩜 그리도 제 속마음을 딱딱 소름 돋게 잘 맞추세요? 초라해진 내 표정을 확인한 도경수가 애써 졸린 눈을 비비고 쨍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왜 제 말에는 대답을 안 해주는 거죠? 여자랑 왔냐고 여자랑.
“넌 남자친구 몇 명 사귀어봤어?”
“응?”
“그냥 궁금하잖아.”
“아…….”
눈만 깜빡이는 일밖에 못하는 금붕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그뿐이니 텅 빈 머리로 뭘 하겠나 이 말이었다. 지금의 내 상태도 그랬다. 뜻밖의 질문을 건네 오는 도경수에 버젓이 무감각해진 머릿속이 어색한 가식 웃음을 만들기에 바빴다. 남들처럼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반이 짝사랑이라 그럴 테지만. 순박한 시골소년처럼 나를 응시하고 있는 놈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현명한 여자라고 소문이 날까라는 되도 않는 잔머리를 굴리기 나였다. 한 번은 너무 적지? 남자한테 매력 없는 애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여덟 번? 그건 너무 많은데, 정 떨어질지도 몰라. 좋아, 세 번이 좋겠다.
“세 번!”
“세 번?”
“응, 딱 세 번!”
“적게 했네.”
“세 번이 적다고? 넌 몇 번인데?”
“나?”
“응, 세 번이 적다며!”
“나 엄청 많은데,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
엄마, 내 쿠크 좀 붙여줘요. 지금 내 심장 쪼그라들다 못해 부서져서 가루가 될 것 같으니까.
“대부분 여자애들이 고백하면 어쩔 수없이 받아줬어, 미안해서 거절을 못했거든.”
“…….”
“거절하면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하는 게 보기가 싫은 거야.”
“…….”
“그러다가 내가 걔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뭐 해줄 게 없잖아. 놀러가도 재미없고, 문자도 안 하고, 이야기도 잘 안 하니까 결국엔 다 차였지.”
“……아.”
“어떻게 보면 나 진짜 나쁜 놈이다, 그치.”
“응? 아니야, 진짜 아니야!”
“거짓말, 지금 나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진짜 아니라니까?”
“거짓말.”
“진짜라고, 너 나쁜 거 아니야.”
“…….”
“진짜라니까…….”
“만날 나 혼자 자책했는데 왠지 네가 아니라고 말해주니까 진짜 아닌 거 같잖아.”
“…….”
“고마워.”
“……아니야.”
“너 근데 변백현이랑…….”
“응?”
“……아니, 그래서 지금은 남자친구 있어?”
“나? 나 지금 남자친구 없…….”
아뿔싸. 놈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해버린 나였다. 그 여자아이들이 했던 이야기를 듣고 분명 나와 변백현을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고 있구나. 그렇지만 내가 아까 전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걸 경수는 모르고 있으니 나서서 해명하기에도 어딘가 웃기지 않느냐. 그저 남자친구가 없다며 소리 없는 부정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
“그렇다면 다행이고.”
참, 오랜만에 느끼는 노곤함과 공존하는 포근함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동적으로 손톱을 깎고 뜨듯한 물에 찝찝한 기분들을 다 씻어낸 뒤, 두툼한 이불 속에 누워 나른하게 눈을 감아버린다. 단연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일 당장 어떤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두렵고 삭막한 상황 속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를 찾는다는 건 어려운 문제였다. 그저 내일을 기다린다는 건 습관이었다. 아침이 온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참을 캄캄한 앞만 바라보고 옅은 숨을 뱉어냈다. 그 적막을 깬 건, 다름 아닌 메신저 진동음이었다. 젠장, 나만의 순간을 방해한 놈이 누군가 싶었다.
들어갔어?
괴상한 비명과 함께 용수철을 놓은 듯, 침대에서 튀어 오르는 나였다. 맙소사, 도경수가 먼저 연락이 올 줄이야. 요즘 들어 믿기 힘든 일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진다 했다.
[응으으응 들어왔어!]
나도 오늘 일찍자려고 피곤해
[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 너 오늘 엄청 피곤해보이더라]
너 지금 잘 거야?
[아니 나 휴대폰 조금 하다가!]
밤에 휴대폰 오래하면 바보된대
[바보? 괜찮아 이미 충분히 바보라서!]
ㅋㅋㅋㅋㅋ아 뭐야
웃겨ㅋㅋㅋㅋㅋㅋ
[아 잠깐만!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다녀와
[나 왔어!]
[애ㅑ]
[야애 야]
[야...ㅠㅠㅠ자?]
[흑흑...잘자...]
늦게 봤다 미안해
좋은 꿈
hidden ep.
야 나 한국사 187쪽 보충학습 그거 뭔지 몰라
야
너 자?
[아닝 화장실가는중]
똥싸?
[진짜 뒤진다 ㅅㅂ]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나 자라 무슨 이 밤에 화장실
[그럼 너는 무슨 이 밤에 공부야? 왜 그래 너 진짜...ㅎ]
야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하고있거든?
그러니까 소원 꼭 들어주셈
[아 그거 실수라고...]
뭐하지? 아 존나 뭐해
치킨사달라할까 아 그거 존나 흔해
야 결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비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캐비어사줘
[미쳤구나 니가...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 존나 열심히 해야겠네 진짜
아 존나우셬ㅋㅋㅋㅋㅋㅋㅋ캐비어시밬ㅋㅋㅋㅋㅋㅋ
[죽일거다 진짜]
아 왜 죽여
[야 잠깐만]
누구?
도경수?
아
뭐하냐고
[도경수 아니라 다른애거든ㅋㅋㅋㅋㅋ]
아 질추난다고
[질추? 질추~? 손가락에 살찌셨어요~?]
ㅡㅡ질추가 아니라 질추
아 시발 왜이래 질추
아 및ㄴ 미친 질추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빡쳨ㅋㅋㅋㅋㅋㅋ
아 나 잘래
내일봐
[응 잘자 내일봐]
질추가 아니라 질투다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