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챔피언십 갤러리 후기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은 가까운 남촌CC에서 열렸지만 이후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과 ADT캡스 챔피언십은 거제도와 해운대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애초에 갤러리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올 시즌 대회도 몇 개 안 남았고 김 프로님 플레이 하는거 직접 볼 기회도 몇 번 안 남았네 싶으니까 또 갤러리 가볼까 하는 맘이 심장 저 끝자락 관상동맥 어딘가에서부터 꿈틀꿈틀 일어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죄송합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과장된 표현..-_-),
거기까지 어떻게 가 -> 갈수 있을까? -> 함 가볼까? -> 가자! 이렇게 기승전갤(러리)로 마음이 정해졌습니다.
거제도는 이미 끝났고, 부산 대회(ADT)를 볼 수 있는 때가 11월 7일 아니면 8일인데 7일은 라운딩이 잡혀있어서 이틀 연속 골프장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번 써먹던 이민호 딜 역시 이번에 먹힐지 의문스러웠구요. 그런데 ㅎㅎ 하늘이 도우셨는지 금욜 오후부터 비가 내리더니 토욜 아침에도 줄기차게 내리면서 라운딩이 캔슬되네요
(라운딩 못 간게 이렇게 기쁘기도 첨입니다 ㅋㅋ)
애써 희열을 속으로 삼키면서 엄청 아쉬운 척 또 연기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슬쩍 운을 띄우기를,
‘내일 부산에서 대회 있는데 혹시 내가 집에 있어도 도움이 안될거면 거기나 갔다올까?..’
(반응이 영 마뜩찮으면 접어야 되겠다 싶었지요^^)
근데 웬일?
와이프 : 또 근질근질하구나?
나 : 아니 뭐, 오늘 골프도 캔슬되고 기분이 좀 그러네..
와이프 : 근데 부산까지 어떻게 가려구?
(ㅎㅎ 갈수 있으면 보내주게?)
나 : 뭐, 안 막히면 쉬엄쉬엄 운전하면서 혼자서 생각도 하는 시간도 되고 괜찮지 않을까? 요즘 회사 일도 신경 많이 쓰이는 게 머리가 좀 아프긴 해서…
(점점 연기력만 느는 게 이러다 중견 신인 연기자로 바로 데뷔하겠어요)
와이프 : 알아서 해 그럼. 그 대신 이번엔 좀 큰 건이니까 나도 다음에 큰 걸로 써먹겠어.
나 : 응..좀 생각을 더 해보고…
(앗싸!! 생각은 무신..마음은 이미 저기 해운대비치CC 1번홀 티박스에 ㅎㅎ)
저녁에 다음날 김프로님 티오프 시간이 몇시인지 확인해 보니 아침 9시 20분 1번홀 출발.
동반 플레이어는 정예나 이민영2.
일요일 아침, 아니 새벽 3시반에 장도(^^)에 오릅니다.
전날 일찍 자야 되는데 괜시리 들떠서 그런지 잠을 좀 설쳐서 몇시간 못자고 나왔는데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조심운전 하느라 더 긴장되더군요.
그래도 날씨 때문에 나들이 차량이 적어서 막히지 않고 4시간반만에 갤러리 주차장에 도착. 8시가 좀 넘었더군요.
티켓 사면서 받은 볼마커와 모자를 받아 들고 대회장 안으로 입장.
퍼팅 연습장에 가보니 아직 김 프로님은 안 나와 있네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거기서 인사 나누고 아침밥도 얻어 먹었습니다.
(오면서 요기를 좀 하긴 했는데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막상 시켜서는 다 먹었네요^^;)
다시 나와서 퍼팅연습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김 프로님이 짜잔~ 핑크색 레인자켓에 진회색 우비 바지를 입고 걸어오면서 저를 보더니 씨익 웃어주네요.
(ㅎㅎ 제가 저 웃는 모습 보려고 이 먼 거리를 달려온 것도 있지요^^;)
지난번에 잠깐 얘기할 때 부산 갤러리는 못 갈 것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막상 와 있으니까 약간은 놀라기도 했나 봅니다.
부슬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서 갤러리들도 차분한 가운데 1번홀 티샷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잘 날아갑니다.
파5 써드 샷을 가깝게 붙였으나 아깝게 지나가서 파로 마무리.
2번 홀 파4 역시 티샷이 정중앙으로 똑바로 날아가면서 세컨 샷도 핀에 한 3미터 정도로 붙이더니 금세 버디를 잡아냅니다. 왠지 조짐이 좋아 보였습니다.
(음..그치만, 이게 오늘의 첫 버디이자 마지막 버디..-_-)
이후 파로 이어지다가 6번 홀에서 세컨 샷이 그린 엣지에 떨어지면서 어프로치로 붙이기 시도했으나 파펏이 살짝 빗나가면서 보기를 기록했습니다.
그 사이에 이민영 프로도 세컨샷 오비도 나고 정예나 프로도 샷이 좀 흔들리더군요. 아무래도 날씨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한편, 정예나 프로 캐디가 덩치가 엄청난 외국인이더군요. 다들 추워서 옷 껴입고 있는데 혼자서 반팔에 반바지로 캐디백 메고 날아 다닙니다.
홀 이동 하면서 안되는 영어로 정 프로랑 캐디 얼마나 오래 했냐 물어보니까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날씨 참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환타스틱이라는 답변.ㅎㅎ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분 서희경 프로 캐디를 했었던 딘 허든 이더군요. 얼마 전 전인지 프로가 US오픈 우승할 때 캐디도 봐 줬었던. 진작 알았더라면 몇 마디 얘기도 더 해보고 사인이라도 받을 걸 그랬어요.(영어 울렁증은 여전 ㅎㅎ)
8번 홀은 약간 좌 도그렉인데 굽어지는 쪽에 조그만 워터 해저드가 가로지르고 있고 나무가 왼쪽으로 크게 서있는 홀이었습니다.
여기서 세컨 샷이 나무에 맞으면서 바로 아래에 있는 벙커로 낙하. 나이스 아웃 하기는 했으나 핀에서 10미터 지나 서면서 파펏 또한 어려워졌고 결국은 다시 보기를 기록합니다.
해운대비치 코스는 갤러리 하기에 나쁘진 않았습니다.
거리가 길지 않고 홀 간 거리도 비교적 적당했구요.
그런데 9번 홀 그린 옆 산 중턱에 집들이 몇 채 있는데 여기서 개들이 짖어대는 게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로 짖어대니 그 소음이 참..
(티비로 들었을 땐 무슨 방송사고라도 난 줄 알았어요)
이후 9번 홀부터 18번 홀까지는 10개 홀 모두 파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 한 5개 홀 정도는 버디 트라이 거리(2~5미터) 이내로 잘 붙였으나 계속 조금씩 아깝게 벗어나거나 돌아 나오곤 해서 많이 아쉬웠었어요. 그게 다 들어갔더라면..
ㅎㅎ 다 지난 얘기지만요.
후반 홀 막바지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체력적으로 다들 부담이 됐는지 특히 이민영 프로는 티샷이 산 중턱으로 가기도 하고 어이 없는 탑볼도 치더군요.
그나마 김 프로님은 티샷과 세컨샷이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특히 드라이버 샷이 거의 백프로 페어웨이를 지키더군요.
조용하다가 또 16번 홀부터 개들이 다시 짖어대는데 이번엔 닭까지 합세해서 울어 제끼더군요. 거기에 까마귀까지
아주 콜라보레이션이 ㅎㅎ...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골프장 만들 때 주변 토지 수용 문제로 땅 주인들이 작심하고 개를 키우면서 일부러 짖게 한다 그러네요. 암튼 특이한 광경이긴 했어요.
부산이다 보니 갤러리들이 선수들을 접할 기회가 아무래도 많지 않고 해서 경기 끝나고 김 프로님 주위로 많이 에워싸고 모자에 사인을 요청들 하시더군요.
일일이 다 해 주고 나서 그제서야 클럽하우스로 들어갑니다.
근처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LF포인트 왕중왕전 출전 여부, 챔피언스 트로피 대회 출전 가능성, 그리고 그 다음주 있을 조선일보 포스코 챔피언십 때 팬카페 차원에서 응원문구 정하는 등의 얘기를 나눴습니다.
(두 대회 모두 출전할 수 있어서 정말 잘됐어요^^)
식당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서울로.
근데 좀 신기했던게, 18홀 갤러리 하면서 도중에 신발 탓에 양 새끼발가락 끝부분이 벗겨지고 따끔거리는데도(새로 산 신발 길 들이기도 전에 신고 나오는 이 무모함이란..-_-), 올라오는 길 운전하기가 오히려 내려갈 때보다 덜 힘들었어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
차도 안 막히기도 했지만, 암튼 힘들거라 맘을 먹고 출발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맛난 걸 든든히 먹어서 그런건지(어머님, 맛있는 식사 감사합니다^^).
집에 오니까 9시가 좀 넘었더라구요.
이 날의 무모한, 그러나 해볼만한 도전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 대회 후기도 곧 올릴게요~^^
(헉헉.. 숨차다..ㅎㅎ)
첫댓글 ㅋ 데이먼님의 후기는 제가 갔다온듯한 착각을 불러오네요^^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ㅋ 김프로님 동계훈련 가고나면 편하게 약주한잔 하시게요^^
ㅎㅎ 꼭 그러시죠 흑석동 근처도 좋고요^^
저 지금 신천역 근처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네요..
감사합니다 데따구래님~^^
김프로님 싸인을 받으려면 우찌해야 하나요
지금 사인 모자를 논의중에 있습니다 진전이 있는대로 글을 다시 올릴게요^^
싸인 모자 말구요
직접 싸인 받는거요
아, 갤러리 오시면 받으실수 있는데 당분간은 안되실거고.. 제가 함 알아보고 말씀 드릴게요^^
대단한 열정이구
후기글 생생 합니다..
느낌이 팍! 팍! 오는 굉장한 후기 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버디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졸필임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