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立冬이다.
어젯밤에는 서울에 첫눈까지 내리고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도 여름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출근길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서 차를 타고 사무실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가서 주차후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오늘은 점심도 사무실내에서 때우는 등 오늘 내내 사무실 안에 머물 생각이니, 코끝에 찬바람 맞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도회지 샐러리맨의 생활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찬바람이 스을슬 불고 입김이 부서지는 겨울 분위기가 나면 먹는 것도 그 분위기를 살려야 제맛이다. 촌놈 출신은 좀 촌스러운 게 제격이지.
오늘은 남당리의 파라솔아래서 생굴 구워먹는 얘기를 할까 한다.
‘남당리’ 또는 ‘남당항’은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의 조그만 어촌을 말한다.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건너는 안면도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홍성IC'에서 내려서 ’남당항, 안면도‘ 이정표를 따르다가 ’남당항‘ 가는 길 표시를 따라 30~40분가량 가면 된다.
여기서는 매년 가을과 겨울철이면 두차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번 가을엔 이미 지나 갔지만 10월 중순까지 ‘대하(大蝦 : 왕새우)축제’가 열리고, 겨울이 오면 ‘굴 축제’가 열린다.
바닷가로 나가면 횟집들이 대부분 「000 파라솔」「** 파라솔」이라는 간판을 걸고 길 양쪽으로 빼곡히 늘어서 있는 것이 독특하다.
목로주점같은 분위기라고 하면 좋을까?
어수선하거나 시끄러운 느낌은 없는 것이, 아무튼 처음 보면 조금은 웃음도 나오고,
더러는 묘한 친밀감도 배어 나오는 포구에 걸맞는 편안한 마음이 생기는 분위기이다.
그 중 어느 집이 좋으냐고? 아무데나 마음 끌리는 대로 들어가면 된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 겨울에도 가서 굴을 2만 5천원어치(1관) 사니까 우리집 네 식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근대로 새조개는 4~5만원인 것 같았는데, 분명 굴이 훨~ 맛있다. 새조개는 굴에 비해 돈 아깝다는게 우리 가족의 합창!
어떻게 먹냐고?
그게 낭만적이다.
화덕 주위로 삐잉 둘러 앉아서 손바닥에 황칠한 공사장용 목장갑을 끼고 집게, 굴을 헤집는 果刀 하나, 나무젓가락, 겨자 섞은 초장, 그리고 酒.
이러면 먹을 준비 끝!
화덕에서 톡톡 소리 나면서 굴이 다물었던 입을 열면 냉큼 잡아채서 초장 살짝 찍어 입속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입안 가득 그 향, 죽여준다.
그새 쐬줏병은 그냥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지러진다!
굴이 어디에 좋으냐고?
껍질에서 갓 까낸 굴의 색깔은 말 그대로 투명한 우유빛. 그리고 촉감은 백일지나 젖살 오른 어린애의 볼살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그러하니 여인네가 먹으면 굴빛 투명한 건강한 피부를 지니고, 남정네가 먹으면,,, 그 뭐냐! 깜깜한 동굴 속을 후라쉬 안 켜고도 밤새도록 쫓아 다녀도 좋다는구만,,,,^^
결국 굴을 많이 먹으면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다. 특히 여인네의 기쁨은 두우 배~^^
안면도에도 하는데,,,, 추천을 받아서 지난 10월 대하를 먹으러 ‘백사장항’엘 갔는데, 한마디로 “백사장항엔 백사장이 없더이다” 였다.
뭔 소리냐고? 어시장을 끼고 시껄벅쩍 비린내만 진동하면서 분위기가 별로라는 것이 또한 우리 가족들의 의견일치!
다만, 드르니항 가는 쪽 소나무로 둘러쳐진 바닷가에 내려 지은 ‘드르니 오션 리조트’ (www.deureuni.com 041-675-2565)나 항구 들어가는 초입의 언덕 위에 서구풍으로 멋을 내어 지은 모텔은 하룻밤 유숙하고 싶었다.
그리고 안면도에서 나오는 길목, 간월도의 영양굴밥집「맛동산」(041-669-1910)도 괜찮은 집인 것 같다. 굴밥과 함께 나오는 그집 특허냈다는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은 그런대로 인상적이었다. 오는 길에 청국장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끓여 먹고 있는데, 집안에 냄새가 일반된장 끓이는 정도도 안 나면서 맛은 먹을수록 괜찮다는 생각.
먹는 것 말고 시간 나면 주위에 가볼만한 곳에 대한 Tip!
예산 수덕사가 서울 오는 방향에 있으니 다녀오시는 것도 좋다. 아니면, 수덕사 뒷산인 덕숭산 등산도 가볍게 겸하시던지.....
또 하나,
거기서 덕산온천이 멀지 않으니 온천 좋아하시는 분은 굴먹고 나오다 온천까지 하고 온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거기까지 간 김에 하나 더!
천하 명당자리 ‘남영군묘’도 둘러보고 오시라.
덕산온천지구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이정표를 따라 20여분쯤 더 가면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영군의 묘를 볼 수 있다.
‘파락호’, ‘상갓집의 개’라고 괄시를 받던 대원군이 지관에게 아버지의 묘자리를 잡아 달라고 하자, 지관은 두자리를 놓고 대원군에게 선택하라고 하였다.
하나는 왕재는 못 나와도 대대로 자손이 번창하고 부귀를 누릴 수 있는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아래로 두 명의 임금이 나오나 후손이 큰 번영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리.
한이 맺히고 큰 뜻을 품고 있던 대원군은 후자를 택하였고, 그후 작은 아들은 고종황제가 되었고, 손자는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황제가 나왔다.
가보면, '과연 이런 곳이 명당이라고 하는구나'하는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정치철이 가까워지면 대권을 꿈꾸는 거물급 정치인에서부터 뭐라도 해보고 싶은 정치꾼에 이르기까지 조상의 묘를 옮겨 볼려는 많은 순례자(?)가 다녀간다고 합니다.
Tip! Tip! tip!,,,, 이건 명당 이야기 하다보니 문득 생각난 건데.
함양땅 서상면에 가면 논개(論介)의 묘가 있는데, 그 자리는 죽은 후에 그 이름이 더 빛나는 터랍니다.
이제껏 살아온 것이란게 시원찮고 더 해볼 것도 없는데,,, 그래도 후세에 이름 석자라도 좀 남기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면 그곳을 가 보세여. 참고가 될지도 모르제. ^0^ 3년쯤 전에 우연히 지나다 들렀는데,,, 지금은 묘 주위가 잘 단장되어 있을 것 같네요.
가는 길에 북상을 지나거든 [민들레 울]에 들러 허브차 한잔도 해보세요. 짙은 허브향이 늦가을 개울물소리와 잘 어울릴 것 같군요. 그리고,,,가을하늘만큼이나 머리도 맑아질 것이고요.....
첫댓글 달작지근한 굴맛보담도 님의 글맛이 더 자지러 지긋소~~~~푹 빠져 놀다 감니다. 자주좀 먹여 주삼
모서리 글솜씨도 엔간하구마. '작지근하다'는 말을 듣고 내가 무릎을 탁 쳤는디, 코 부러진 쪽을 때려 부렀구마
대간돌이님 체육대회 한번하고 다시 참가해서 뽈 한번더 차며안될까요?... 시방 가슴이 답답하재 산행 못해!...방콕에 않자 수준높은 글만올리는구먼 다리 나살때 까지 그리해라?...
핵교시절 거식이 실력이 나올지 시방은 몰라도 한번 해 봄세...그 까지것
나 지난토요일에 남당리 가서 새조개먹고 고도에서 미역감고 남영군묘 좋고 수덕사물론 해미읍성을 둘러서 가을 개암사 동백은 또 어떻고 넘 좋아요 함 같이가자
즐거웠어요? 늦게 답글 올리려니 미안하고,,,,,또...., 한심하네.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글 올린 보람인데,,,,,,,,,,,,,,,,,,
요즘 서해안에 쭈꾸미가. 남당리에도 알이 탱글탱글한 쭈꾸미가 한창이라네요 거운 주말계획 세우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