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와 다른 독특한 팬·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팬들의 열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K리그는 타 종목을 압도하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전북현대모터스는 축구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이른바 '축구문화기행' K리그 팬,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
그 첫 번째 시간은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유럽 최고의 축제 'UEFA EURO 2016'을 즐기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팬들의 이야기다.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유로2016, 과연 유럽인들은 유로2016을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유로2016을 다함께 즐기는 축제로 여기는 유럽인들
유럽인들이 대표팀보다 지역 클럽팀에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그렇다고 유럽인들이 대표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유럽선수권대회 개최국을 찾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실제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등 파리의 명소에는 자국 레플리카를 입고 파리로 축구관광을 온 축구팬, 특히 파리에서 맞대결을 가진 독일과 폴란드 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가 맞대결을 펼친 18일 파리 셍제르망의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는 이른 시간부터 양 팀 팬들로 붉은 물결을 이뤘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펍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유로2016 개막 초기 난동을 일으킨 잉글랜드와 러시아 팬들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 유로2016 직관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훌리건들의 난동이었지만, 생각과 다른 분위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펍에 모여있는 포르투갈 팬(앞쪽 녹색, 빨강 머플러 국기)들과 오스트리아 팬(뒷쪽 흰색 빨강 모자)들의 모습
경기장 주변 펍에서 만난 포르투갈 축구팬은 양 팀 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프랑스에 온 것은 유로2016을 즐기기 위함이다. 유로2016은 유럽인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벤피카)는 우승을 한 만큼 이번 대회는 승부를 떠나 즐기려고 한다. 잉글랜드와 러시아 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리그 3연패를 달성한 벤피카 팬의 여유를 보여줌과 동시에 난동을 일으킨 잉글랜드와 러시아 팬들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실제 매 경기 수만 명의 양 팀 축구팬들이 찾고 있는 유로2016에 상대팀 서포터들과 싸우기 위해 프랑스를 찾은 축구팬은 극 소수. 다수의 팬들은 맞대결을 앞둔 상황에서도 상대 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실 정도로 유로2016을 축제로 즐기고 있었다.
펍문화가 만든 풍경 '축구는 경기장 안팎 모두에서 즐기는 것'
파리 생제르망의 홈구장으로도 유명한 파르크 데 프랭스 주변은 크고 작은 펍이 많았다. 경기장 주변의 펍은 매치데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모두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흡사 경기장 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 펍에서 만난 포르투갈 팬의 “축구를 경기장 내에서만 즐기는 것은 아쉽다. 이렇게 경기장 안팎 모두에서 즐겨야 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주변이 허허벌판인 전주성의 상황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경기 후에도 펍의 역할은 이어졌다. 경기 전 만큼 많은 팬들이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펍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축구 토크쇼를 시청하는 팬들로 늦은시간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소수였지만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유럽인들에게 펍은 매치데이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축구문화의 중심이었다.
경기 종료 후에도 파르크 데 프랭스 주변 펍을 가득 체우고 있는 포르투갈 축구팬들
직접 본 유로2016의 경기장 풍경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승부에 대한 집착이 아닌 하나의 축제로 즐기는 유럽인들의 모습 이는 분명 월드컵을 즐기는 우리나라의 문화와도 크게 다른 것이었다. 특히 응원가가 돌고 도는 탓에 여러나라의 팬들이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은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패배가 탈락을 의미하는 토너먼트에서도 승부보다는 축제!
문뜩 “조별리그야 뭐... 16강 올라가기도 쉬워진 탓에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겠지”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번 유로2016은 참가팀이 24개로 확대되면서 토너먼트 진출 기존이 기존 8팀에서 16팀으로 두 배 많아졌다. 그만큼 조별리그 통과가 쉬워진 것이다. 그래서 패배가 곧 탈락을 의미하는 토너먼트에서는 마냥 승부를 떠나 즐기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포르투갈 팬이 필자에게 해준 이야기를 검증하기 위해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은 경기 종료 후 보기좋게 빗나갔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경기를 관전한 팬파크에서 본 프랑스 팬들과 아일랜드 팬들은 누가 8강에 올라가고 누가 떨어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데 뒤엉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중계 후 울려퍼지는 EDM 음악에 맞춰 프랑스 팬들과 어울리고 있었던 것. 포르투갈 팬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매이저대회 탈락 후에도 즐기는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국 리그보다는 대표팀 축구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탓에 길거리 응원문화라는 전 세계 유례없는 응원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경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수들은 전 국민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만다. 심지어 원정 16강에 진출한 2010년에도 박수보다는 'IF'를 내세우며 비판이 이어졌다.
16강 종료 후 파란 옷을 입은 프랑스 팬들 사이에서 녹색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흔드는 아일랜드 팬의 모습
유로2016을 통해 본 축구 문화는 필자에게 승부에 대한 집착이 아닌 즐기는 스포츠의 매력을 알려준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