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2~16.05.04] 습관의 힘
단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도모한 까닭에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_ p. 177.
운동을 매일 해 건강한 신체를 지니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계획을 세울 때마다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은 힘들었고 며칠 내에 그만두기 일쑤였다. 차라리 강제적으로나마 특정 시간에 누가 내 몸을 흔들어 운동을 하게 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 때 ‘습관’에 주목했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면 아무 생각 없이, 나도 모르게 운동을 하지 않을까. 계획을 세우고 시작할 때마다 힘들 바에는 그 작심삼일을 한 데 모아 습관으로 만들어 평생 큰 힘 안들이고 운동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했고 3주하고 끝났다. 약해져 가는 결심을 모으고, 모으고 또 모았는데도 3주였다.
『습관의 힘』은 습관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알려준다. 단순히 공식을 제시하고 그 공식을 그대로 이행한 사람들의 사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론적인 부분, 즉 습관의 특성을 규명하는데 쓰였던 실험 방법과 결과 및 해석을 알려준다. 진짜 이 부분이 정말 재밌어서 집중력이 부족한 나도 책을 3일 만에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 온갖 잡생각이 떠올라 제대로 집중을 못한다. 그래서 웬만큼 재밌는 책 아니면 끝까지 못 읽고 포기한다.)
책은 개인, 기업, 사회의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신호-반복 행동-보상’(홉킨슨의 법칙)이다. 습관은 이 알고리즘으로 설명되며 일단 습관이 정착되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뇌가 관여하기 전에 행동이 이루어진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건 하루를 습관으로 보내기 때문이다”는 글귀를 본 적 있다. 확실히 공부를 하면서 1시간을 보내면 (뇌가 사용되므로) 시간이 느리게 가지만 샤워하고 이 닦고 빈둥빈둥대면 1시간은 금방이다. 나는 이번 휴학기간동안 기상, 운동, 독서, 공부 습관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한꺼번에 시작하면 다 망하므로 운동과 독서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이런 기본적인 공식을 사용하면 누구나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운동을 더 하고 싶은가? 눈을 뜨자마자 체육관으로 직행하는 등의 신호와, 운동을 끝낸 후에 마시는 스무디 같은 보상을 선택하라. 그리고 스무디에 대해서, 혹은 운동에 끝낸 후에 밀려오는 엔도르핀에 대해 생각하라. 그런 보상을 기대하라. 결국에는 그 열망이 당신을 매일 체육관으로 끌어갈 테니까.
_ p. 94.
운동의 경우 나는 이미 3주 동안 의지력을 끌어 모으는 경험 속에 보상인 예쁜 옷에 대한 갈망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누가 내게 운동을 끝낼 때마다 매일 10,000원을 준다면 100일이든 1,000일이든 할 것 같았다. 근데 대체 누가 주겠는가. 한참을 궁리한 끝에 아빠와 내기를 해 투자금을 유치했고 엄마가 운동을 끝낼 때마다 돈을 주시기로 했다. 나는 이 돈으로 내가 살 빼면 입고 싶은 옷들에 탕진하기로 했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살을 빼기 전에 옷을 사봤자 절대 못 입는다는 걸 알지만 운동에 대한 보상으로 예쁜 옷이라면 아까워서라도, 입고 싶어서라도 운동을 계속하지 않을까?
기업파트에서는 꽤 흥미로웠다. 한 알루미늄 회사는 잦은 사고와 저하되는 품질로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급감하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CEO는 품질 향상, 비용 축소 등 보통의 경영자가 말하는 목표대신 ‘가장 안전한 회사’를 외쳤다. 이사회는 경악했고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지인들에게 전화했다. 놀랍게도 높은 온도의 쇳물을 다루는 이 회사는 1년 후에 어떤 사무직의 회사보다도 낮은 사고율과 동시에 순이익은 5배 늘었으며 기업 역사상 최고의 이익을 달성했다. 회사는 CEO의 목표인 안전을 위해 사고 발생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위험한 노후된 기계를 교체하며 품질은 향상되었고 사고가 일어날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직속 상사 혹은 CEO에게라도 연락하며 수직적인 계급구조가 바뀌었다. 경영 측면에서도 바뀌었다. 노조에서 오랫동안 반대했던 생산성 평가가 곧바로 승인됐다. 생산성 평가가 생산 공정에서 어떤 부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파악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데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간부들이 반대했던 노동자에게 생산 라인을 멈출 자율권을 부여하는 정책 또한 쉽게 승인됐다. 모두 ‘안전’을 위해서였다. 즉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쾌적하고 능률적인 회사가 되어야 했다.
보는 내내 세월호 사건이 머리에 떠올랐다. 세월호사건 때 똑같이 대처했더라면. 해경을 없애지 않고 네트워크를 정비했더라면. 누가 책임을 지니는 가에 대한 토론 대신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를 토론했더라면 안전도 면에서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기업 뿐 아니라 국가도 위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더 좋지 않을까.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행복한 국민들’에 목표를 두면 더 좋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시민의식이 높고, 교양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힘든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맨 아랫단계인 교육에서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되지 않나. 실제로 중학교 때 질문을 많이 하시던 과학 선생님이 계셨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었는데 선생님이 한 마디 하셨다. “왜 꼭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맞추면 스스로 기분이 좋고 틀리면 다른 친구들에게 ‘나만 모르는 게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을 줄 수 있잖아.” 그 이후로 과학 시간만큼은 내가 틀렸을 때 부끄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경제학은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학문이다. 경쟁과 합리성을 강조하고 윤리와 배려를 ‘비용’으로 말한다. (ex 오염폐수를 강에 흘려보내는 것) 이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한 우월감과 열등감, 갑을 문제, 경제적 계급 문제는 사라질 수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기업 파트의 또 다른 사례인 대형마트의 마케팅 전략도 놀라웠다.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개개인에게 맞는 광고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는데 들어는 봤지만 이렇게 자세히 전개되는 건 처음이라 신선했다. 내가 살면서 남긴 모든 흔적들을 추적하는 게 섬뜩하다.
오렌지 주스를 구입한 두 고객이 일반인들에게는 똑같아 보인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식을 위해 주스를 구입한 서른네 살의 주부여서 <꼬마 기관차 토마스와 친구들>이란 DVD 할인 쿠폰을 소중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운동화를 한 후 마시려고 주스를 구입한 스물여덟 살의 독신이어서 스니커즈 운동화 할인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_ p. 266.
사회 파트에서는 도박 중독자의 재산 탕진과 몽유병 환자의 살인이 전혀 다른 판결을 받는 사례가 재밌었다. 여기서 몽유병 환자는 본능만이 남은 상태에서 부인이 남자에게 강간당한다고 잘못 생각해 남자를 죽이려다 자신의 부인을 살해했다. 도박 중독자 역시 본능만이 남은 상태에서 도박을 했다. 둘의 뇌는 놀랍게도 같은 양상을 띠었다. 둘은 자극을 받는 순간 뇌가 관여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으므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 결과 도박 중독자는 유죄, 몽유병 환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둘 다 유죄를 확신했다. 하지만 야경증 환자에 대해 알고 나서는 어느 정도 판결에 납득했는데 그래도 역시 나는 인정하기가 힘들다. 몽유병 환자는 뇌가 잠들고 몸은 움직이는 상태다. 뇌는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몸은 평소 습관대로 움직인다. 이 때 다른 이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몸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본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야경증은 습관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습관을 따른다. 호흡하고, 고함 소리에 움찔하고, 가해자에 맞서 싸우는 행동까지 잠든 상태에서 가능하다!!(짱 신기) 그들은 위협을 느끼거나 성적 충동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자극과 관련된 습관을 기계적으로 따른다. 야경증 환자가 아기를 살해한 것은 아기를 야생 동물이라 착각하고 야생 동물과 싸우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건 성적 욕망이 치솟을 때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뿌리 깊은 습관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몽유병 환자는 이 때 뇌가 어느 정도 관여해 ‘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야경증 환자는 철저하게 본능만을 따른다. 법원은 이 증세를 인정한다. 그래서 설사 살인을 했을지라도 야경증 상태에서 저지른 것이 확인되면 면책권을 부여한다.
면책권이라. 판결은 확실히 어렵다. 뭐가 제대로 정의를 구현하는 건지 내가 감히 말하기 힘들다. 그럼 피해자의 억울함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인권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 아니지만 결국 인권을 저버린 건 가해자가 아닌가. 내가 만약 길을 걷다가 강간당했는데 가해자가 야경증 환자라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면 개빡칠거 같다. 내 삶은? 내 미래는? 내 인권은? 아 상상하니까 욕 나온다. 그 때는 내가 그 새끼를 죽이고 감옥에 들어가야지. 경찰관이 되어 총을 소지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 총을 소지한 순간 그 새끼를 찾아가 확실하게 두개골을 박살내줘야지. 야경증이 아니라 음주 후에 충동적으로^^ 저질렀다고 해도 그 새끼는 죽이고 저승 가고 만다. 어휴 이런 거 생각하면 내 손에 데스노트 있었으면 좋겠다. 아아주 아아아아주 공평하게 성범죄자는 골로 보낼 자신 있는데.
내용이 다른 곳으로 샜는데, 여튼 책은 유익했다. 두 가지 사례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전개 방식도 좋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것도 좋았다. 저자가 전직 기자던데 그래서 글을 그렇게 잘 쓰는 건가 싶다. 이번 습관을 형성하는 데 열심히 적용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내내 생각났던 구절이 있다.
욕망의 습관
현재의 육체적 욕망을
억누를 수 없는가?
그 이유는 충분히
억누를 수 있었던 욕망을
습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절망감을 느낄 때면
스스로를 환자로 생각하라.
너무 많이 움직이지도
무언가 행동하지도 말고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가만히 기다려라
_ 래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조화로운 삶, 2007), p.62.
첫댓글 니 독후감 쓰는 거 진짜 프로페셔널하다 어디 실어도 될 듯
어머 ㅋㅋㅋ 고마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