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락정 중건 원운(魚樂亭 重建 原韻) 병소서(幷小序)/짧은 서문을 겸하다

어락정 중건 원운(魚樂亭重建原韻) 병소서(幷小序)/짧은 서문을 겸하다.      삼가 생각건대 우리 김씨의 본관(本貫)은 안동(安東)이며 중조(中祖)는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이다. 부군(府君)은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막내아들로 말하면 ‘문천군수(文川郡守) 김극신(金克信) 이 분이 세상(世商)을 낳았는데, 자는 열경(列卿)이요 호는 어락(魚樂)이니 곧 13대 할아버지다.’ 부군은 풍산현 사지리(笥池里)에 살았는데 굳게 지키며 대대로 전하였다.     청렴(淸廉)하고 지극한 효는 하늘에 근본으로 했기에 향리인들이 칭송하였다. 물고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어 낙동강 흐르는 물가에 정자를 짓고 소요(逍遙)하며 나날을 보냈는데 초연히 속세(俗世)를 떠난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서애 류선생(西厓柳先生)이 일찍이 이곳에 와서 머무르며 임하였는데, 그 정자에 이름 하기를 ‘어락(魚樂)’이라 하니 이로 인하여 호(號)로 삼았으니 과연 도의(道義)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큰 난리를 겪은 후에 선생이 다시 이곳을 들렸는데, 부군(府君)은 이미 고인(故人)이 되었고 정자만 홀로 남아 지난날의 감회가 있어 절구(絶句) 한 수를 벽상에 붙여 두었는데 짧은 서문을 겸하여 그 시에 이르기를           외로운 정자는 의구히 섰는데 옛 주인은 간데없구나     孤亭猶在主人亡   고정유재주인망          세상사 창망하니 거친 세월 덧없어라.                         雲物蒼茫歲月荒   운물창망세월황          가을 풀 뜰에 차오르고 오솔길은 막혔는데                   秋草滿庭行逕沒   추초만정행경몰          한 떨기 산국화여 누구를 위하여 향기를 품는가.           一叢山菊爲誰香   일총산국위수향 라 하였다.    이 때 지은 시와 서문은 선생의 문집에서 상세히 볼 수 있으며 또한 용만 권공(龍巒權公)이 편찬한 영가지(永嘉誌)의 효행록(孝行錄)에 부군(府君)의 행적이 자세히 실려 있다.    아아, 춘추대의(春秋大義)가 불꽃처럼 밝은 의리는 마땅히 더불어 영세토록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후손들의 살림이 보잘 것 없는 처지가 되니 어찌 옛 땅을 지킬 수 없어서 먼저, 정자를 소주(韶州) 실업리(實業里)로 이거(移居)하였으나 세대는 점점 멀어지고 큰 언덕이 골짜기가 되면서 여러 번 옮겼으니 정자는 폐허되어 비었는데 길가는 행인들이 들러 손가락질 하며 탄식하고 한탄하니 후손된 자로서 한(恨)을 품고 애통해 함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지난 을유년에 선부형(先父兄)의 뜻을 받들어 이곳에 몇 칸 정자를 지어 문미(門楣)에 옛날 그대로 ‘어락(魚樂)’의 편액을 걸어 추모 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어 낙성(落成)을 고하며 느낀 바를 읊었다.       옛 정자 퇴락하니 한스러움 깊은데                     頹廢舊亭憾恨深  퇴폐구정감한심      마음과 힘 모아 이 산  아래 세웠네.                    合心謨力建斯岑  합심모력건사잠      뜰 가득 달빛은 옛날 그대로인데                        滿庭月色猶如古  만정월색유여고      문으로 드는 샘물소리 기쁘게 들리네.                入戶泉聲喜聽今   입호천성희청금      원래 화산(花山)에 선조가 세우고                      花岳元來先祖築   화악원래선조축      벽에 쓴 시문 또한 대현이 읊었네.                      壁詩又是大賢吟  벽시우시대현음      북쪽 앞이 비좁아도 마땅히 갖췄으니                  北前雖窄宜歌聚  북전수착의가취      도타운 정 서로 닦고 함께 하기를 명세하네.          睦誼敦修誓共臨 목의돈수서공림                                                                                                                     후손 현규 삼가 쓰다.  恭惟我金籍貫, 自安東, 中祖寶白堂。府君有五子, 季曰 : “文川縣監是生諱世商, 字列卿, 號魚樂, 卽十三代祖考也, 府君居豊山, 笥池里第, 固守世傳。淸白至孝根天, 鄕人稱之。觀魚有樂, 而構亭洛流上, 逍遙遣日, 超然有塵外之想。 西厓先生嘗杖屨臨之, 名其亭以魚樂, 因以爲號, 果知非尋常道義也。經大亂後, 先生復過此, 府君歿, 亭獨在矣。題感舊詩一絶于壁上, 幷小序其詩曰 : “孤亭猶在主人亡, 雲物蒼茫歲月荒, 秋草滿庭行逕沒, 數叢山菊爲誰香,” 其詩若序, 詳見先生文集中, 且有龍巒權公永嘉誌孝行錄, 府君之行詳載焉。於乎春秋炳朗之義, 其與永世而不泯也歟。後孫零替, 不能安古土守, 先亭移居韶州實業里, 世代浸遠, 陵谷累遷, 亭廢墟空, 入于行路人指點嗟嘆, 則爲我後裔者, 齎恨茹痛, 烏可盡說? 往在靑鷄, 承先父兄之意, 構數間于玆, 仍舊揭楣魚樂, 而寓慕焉。因告成感吟。 頹廢舊亭憾恨深, 合心謨力建斯岑.  滿庭月色猶如古,  入戶泉聲喜聽今, 花岳元來先祖築, 壁詩又是大賢吟 北前雖窄宜歌聚, 睦誼敦修誓共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