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늘 그랬던 것처럼 4시 50분경에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빠져나와 혼자 산책을 시작하였습니다. 세찬 바람이 산책길을 막아섰습니다. 하늘은 잿빛으로 무겁게 누르고 어둡고 칙칙했습니다. 여행 내내 쾌청하고 낮 기온은 29도를 상회해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오늘은 여행 마지막날입니다. 오늘은 8시까지 짐을 싸들고 로비에 집합한 후 주문진으로 가 조식으로 생대구탕을 챙기고 오대산권역 탐방하고 내려와 한옥마을에 예약해 놓은 산채정식을 점심으로 챙기려합니다. 이후에는 그동안 새롭게 단장하여 전시실 및 숲 속 빈터에 현대식 건물을 신축하여 새롭게 변모시켜 놓은 방아다리 약수권역을 탐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귀경 길에 올라 반포에 예약해 놓은 한정식 전문 식당으로 가 저녁을 함께 들며 해단식을 갖으려 합니다. 산책 동선을 일부러 길게 잡아 남쪽방향으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초당마을도 지나 더 내려가면서 쌀쌀한 날씨를 경험하며 빗방울도 보이기 시작하여 오늘 일기가 불순하 게 전개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눈을 들어 대관령 부근을 살펴보자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바람과 함께 파도가 거세지는 아침해변 산책을 하면서 비가 온다면 일정을 변경할 것인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인가 하는 염려가 불거졌습니다. 그나마 안심되는 것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해와 서쪽 내륙은 늘 기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경험이 나를 안도하게 했지만 그래도 날씨는 모르지 하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전부 집합하여 버스에 오른 후 주문진 예약 식당으로 이동하여 깊은 맛을 우려낸 생대구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집은 아주 오래 전 아낙께서 개업을 하여 현지인들과 외지인들에게 맛 집으로 인정받아 온 식당입니다. 그 아낙도 이젠 나이가 들어 주방 일과 운영은 아들 내외에게 물려 주고 본인은 여유롭게 단골 손님이 찾아오면 반갑게 맞아 주는 역할을 놓치지 않고 하는 가오 마담격입니다. 작년에 새 건물을 신축하여 주방과 홀도 넓어졌고 모든 것이 최신식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집입니다. 아침을 챙긴 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 대관령령 초 입구에 들어서자 버스 창에 빗물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대관령 터널을 빠져나오자 빗물이 잦아들더니 횡계에 들어서자 비는 끝 쳤습니다. 대신 하늘은 짙은 회색빛으로 주변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하차하여 금강교를 넘으며 금강연을 살피자 물이 고요하고 맑았습니다. 상류에 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더 이상 날씨와 씨름을 멈추었습니다.
월정사 금강문을 지나 오르지 월정사 뜨락은 탑을 비롯하여 온갖 건물들이 자기 자리를 벗어나 한쪽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해체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건물 들을 기술적으로 결합하여 둥근 나무토막들을 바닥에 깔아 놓고 바퀴처럼 사용하여 이동시킨 후 한쪽으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옛적 계곡 앞에 세워져 있던 오대산월정사 누각 정면 앞 계곡에 새로운 돌다리를 만들어 생긴 등선 영향으로 절의 배치를 다시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요했던 산사가 어수선하여 잠시 공사현장을 보다 금강문을 빠져나와 전나무 숲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산사는 여백 사이로 흐르는 고요함이 생명인데 본래의 정경이 사라지자 난리법석이라는 절 고유의 사자성어가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전나무 숲이 주는 귀품은 곧이어 평화의 마음을 모아 주었습니다.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이 바로 월정사라 합니다. 또한 오대산에는 빼어난 자연물 세 가지가 있다 하는데요
1. 찬바람에 공기가 좋아 별이 아름답다
2. 곧게 뻗은 전나무 울창한 숲이 아름답다
3. 옥빛의 맑은 물이 한강의 시원을 이루며 청량하다
위의 세 가지가 빼어난 자연물이라 산사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걸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선재길도 포함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는 동대 만월산을 뒤로하고, 그 만월산의 정기가 모인 곳에 고요하게 들어앉은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는 산사입니다. 그 앞으로는 맑고 시린 물에서 열목어가 헤엄치는 금강연이 또한 빼어난 경관을 그려내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고 월정 산사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성산聖山으로, 산 전체가 불교성지가 되는 곳은 남한에서는 오대산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월정사는 자장율사에 의해서,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창건되었습니다. 자장은 중국으로 유학하여 산서 성 오대산의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됩니다. 이때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를 전해준 뒤, 신라에서도 오대산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귀국하여 찾게 된 곳이 바로 강원도 오대산이며, 이때 월정사를 창건하고 오대 중에서 중대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조성하게 된 것입니다.
절 부근에 전나무, 소나무 군락을 이루게 하는 이유는 절을 증축하거나 보수를 할 때 건축 용재로 사용하기 위하여 심어 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대산에 유일하게 없는 나무는 소나무가 없고 칡도 자라지 않는다고 나용선사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합니다. 어느 날 나옹 선사께서 발우에 음식을 담아 가시는데 음식 위에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발우로 떨어져 산신령께서 노하셔서 소나무를 쫓아냈기 때문에 그때부터 소나무가 사라졌으며 또한 나옹선사께서 북대 미룩 암 나한상을 상원사로 옮겨야 했는데 길이 멀어 이전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기에 다른 스님들이 전부 꺼려서 나옹스님이 나한전으로 가서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꼭 이 산승이 옮겨야겠습니까? 하였더니 나한상들이 벌떡 일어나 상원사까지 걸어갔답니다. 그러나 상원사에서 숫자를 헤아려 보니 한 분이 안 계셨습니다. 찾으러 왔던 길을 거슬러 찾아가 보니 그만 칡넝쿨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있어 이일로 칡도 추방되어 오대산에서 칡도 사라졌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전나무 숲 향기가 공사장에서 느껴던 어수선 마음을 원래의 마음으로 바꿔 주는 것을 경험하며 호흡을 더욱더 가다듬고 걸음을 천천히 옮겼습니다. 보는 것이 안정되고 고요하면 또한 듣는 것이 정숙하면 마음도 저절로 그 길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마음이 고요해지면 육신의 모든 것도 마음을 닮아갑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멀리 뻐꾸기 울음소리가 전나무 숲 사이를 비집고 다가왔습니다. 참 좋은 환경입니다. 이 숲에 서서 걷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공존의 진리인 통섭의 본태로 다가서게 됩니다. 지배가 아니라 공동의 선이 합리적으로 서로서로 연결되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지요. 큰 고목나무들이 쓰러져 나무 통결 사이에 새가 드나들고 각종 해충과 익충들이 거처를 마련하고 살고 있는 모습에서 건강한 생태의 현장을 경험하는 것 같아 기분이 맑아졌습니다.
산문으로 들어가는 속계와 선계의 경계점에 기둥이 양쪽으로 하나인 일주문을 들어서게 됩니다. 기둥이 하나인 이유는 한 마음으로 속계에서 묻은 번뇌를 깨끗하게 씻어낸 후 선계로 들어오라는 엄중함이 있는 곳이 바로 일주문을 들어서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주문이 서 있는 주변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항상 존재합니다. 가톨릭에서 입당하기 전 성수를 손으로 찍어 성호를 긋고 입당하는 절차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한 마장 정도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 삭발기념탑이 우측 숲 속에 홀연하게 나타납니다. 번뇌를 상징하는 머리카락은 번뇌를 버리는 것을 삭발로서 구체화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청정한 숲 길을 걸어 금강문을 들어서면 청정함이 굳건해지는 것입니다.
월정사와 오대산의 환경을 흠모하며 내려와 준비된 식탁에 앉으니 소담하게 담은 색색 채소와 밥과 장이 어울리도록 휘젓고 한 술 떠서 넘기니 참기름 향이 오장육부 전체에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식감과 향과 그리고 정화된 마음이 어울려 행복을 몰아주었습니다. 기분 좋은 식사시간이었습니다.
방아다리 입구에 세워 놓은 정문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이제는 입장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약수터 부근에 기존에 있던 건물들은 전부 철거하고 철근콘크리트 박스형 건물을 제물콘크리트로 신축해 놓았습니다.
숲의 정취가 반감된 문명의 대표적인 콘크리트 건물이 숲의 정취를 앗아 갔습니다. 고압적인 생각이 들더군요. 약수물을 마시고 전시관에 들러 전시물을 감상한 후 화징실을 이용하고 그대로 되돌아 나왔습니다.
잿빛 콘크리트 건물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새삼 어울림이란 단어가 생생하고 집요하게 다가 왔습니다.
첫댓글 50주년의 기념여행
3 까지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여행동선과 맛집~
최고 이십니다.
강원도 일대를 삿삿히
다니시며 아름다움을
즐기시며~
맛있는 맛집
멀리서 오신 분들도
후회가 없을듯~
리더님의 계획이
최고 이십니다.
강원도는 다 다녀 왔지만
또 한번
가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