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키우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항상 ‘그건 본인이 행복을 보고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행복은 그것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다른 여느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이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형태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추상적인 것을 바라보면서 점차 자신만의 모양으로 빚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행복으로 우리는 세상을 판단하며 살아갑니다. 가령 흔히 말하는 내향인들은 집에서 뒹구는 시간을 ’행복하다‘라고 판단하는 반면, 외향인들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그렇게 판단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즉, 행복은 스스로 인지하고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바라보지 못한 행복은 자신의 행복이 아닙니다.
다육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나요. 나는 중학생 때 어디서 받았는지, 아니면 직접 사온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다육이 화분을 대충 집 구석 한켠에 두고 키운 적이 있습니다. 햇빛만 잘 보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길래 어쩌다 가끔 생각날 때 한번씩 물을 뿌려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물을 주는 가끔 다육이를 볼 때마다 놀랄만큼 다육이가 잘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비록 작은 화분 속이지만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는 그 생명력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다육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자주 들여다보고, 물을 더 많이 줘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다육이는 며칠 지나지 않아 금새 아랫부분부터 썩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필요 이상으로 물을 주면 줄기가 물러 썩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행복이란, 바로 그 다육이 화분과도 같은 것입니다. 행복은 가끔 지나가면서 잘 자란 다육이 화분을 바라보는 것처럼 살다가 어느날 문득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가온다는 건 행복이 우리 곁으로 온다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다육이 화분처럼 늘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 화분을 들여다보는 것, 즉 우리 곁의 행복을 인지한다는 것을 다가온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너무 그것에만 집착하고 갈구하다보면 그것은 금방 썩어 시들어버립니다. 우리는 당연히 행복하고 싶어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은 그 수많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다육이가 금새 썩어버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언제나 행복하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참 곤란합니다. 당장 다가오는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고3이 되어가면서 밤낮으로 불안해하는 이 상황을 보면 자신이 그닥 행복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행복을 잘 키워오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는 것을 보는 사소한 일상들이 양분이 되어 당신의 행복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버거운 현실과 일상에 지쳐 늘 보던 화분 같은 것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금 보이지 않더라도 언제나 눈을 돌리면 시선이 닿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다시 질문해봐야 합니다.
‘스스로 키워온 행복을 당신은 지금 바라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