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 진지(顔淵進止)
공자(孔子)가 안연(顔淵)에게, “나는 네가 나아가는 것은 보았으나 그치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였으니, 부자(夫子)가 무엇으로 그의 나아감과 그치는[進止] 것을 징험했을까? 소위 진(進)이란 것은 알기부터 먼저 하고 행함은 나중에 한다는 것인데, 아는 점이 부진하면 행함도 역시 부진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안다는 점으로 말하면 오늘 한 가지 일을 깨닫고 또 내일도 한 가지 일을 깨닫는 것인데 깨닫는 것이 많으면 아는 점이 진보되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내가 일찍이 해가 저물도록 밥먹지 않고 밤이 새도록 잠자지 않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으나 아무 유익함이 없었으니 배움만 같은 것이 없다[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無益 不如學].” 하였으니, 이는 문인들로 하여금 학문에 힘쓰도록 한 말이요, 성인(聖人)의 문하에 있으면서 수시로 배우기는 생각지 않고 자획(自畫)하려 하는 자를 민망히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비유해 말하면 마치 절역(絶域)과 수속(殊俗)에 있어서 온갖 풍습과 물산은 보통 추측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것과 같아, 혹 아는 사람을 요행으로 만나면 반드시 배고프고 목마른 자가 먹을 음식을 만난 것처럼 기쁘게 여기어, 오직 그 아는 사람이 오래 멈추어 있지 않을까 두렵게 여기고 반드시 빨리 그 모르는 것을 해결하여 유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니, 학자가 사문(師門)에 있는 것도 역시 이와 똑 같다. 부자가 비록 귀에 대고 타이르기도 하고, 옆에 끼고 가르쳐 주어도 끝내 분비(憤悱)하여 깊이 깨닫는 이가 드물었다. 그런데 오직 안씨(顔氏)의 아들만이 날마다 더 배움을 청하여 오늘도 한 가지의 일을 깨닫고 내일도 한 가지의 일을 깨달아,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우면 배운 것이 능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으며, 묻지 않을지언정 일단 물으면 물은 것을 알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으며, 생각지 않을지언정 생각하면 생각한 것을 제대로 깨닫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으며, 분변하지 않을지언정 분변한다면 분변할 것을 명확히 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으며, 행하지 않을지언정 행하면 행해야 할 것을 독실히 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았으니, 이것이 진(進)이다.
만약 자기보다 나은 자가 있어도 그를 따르지 않고 무엇을 일러 주어도 듣는 척도 않으면서 하품과 기지개만 쓰고 딴 곳을 돌아보거나, 심오한 것을 물으면 대답도 하지 않고 터득도 못하면서 억지를 세우고 잡류와 더불어 놀기를 좋아하는 이것이 소위 지(止)이다. 옛날 잘 배운 자는 알고도 모르는 자에게 묻고, 많은 지식을 갖고도 지식이 적은 자에게 물었다. 낮은 자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는데 하물며 스승될 만한 자에게 있어서랴? 스승을 찾아 천릿길도 멀게 여기지 않았는데 하물며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랴?
어떤 이는 무슨 사고가 있다면서 스승을 구하지 않고, 또 어떤 이는 타고 갈 말이 없다고 핑계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힘이 부족하고 병이 들었다고도 핑계하니, 이것이 모두 진보되지 않는 이유이다. 지금 학문한다는 이름을 가진 자로서 선각(先覺)을 만나면 바로 이르기를, “다시 다른 어진 이를 구하겠다.”라고 하니, 이는 나중에 그가 죽으면 곧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스승을 찾을 만한 겨를을 얻어서도, “하는 일을 마친 후라야 되겠다.”라고 하니, 이는 이 일이 끝나면 또 딴 일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기와 바둑으로 날을 보내고 이리저리 놀며 쏘다니면서 용심(用心)하는 바가 없으므로 소위 학문이란 날로퇴보(退步)될 뿐이니 애석하다.
顔淵進止
子謂顔淵余見其進也未見其止也夫子何以驗其進止也所謂進者先知後行知不進則行不進可知以知言則今日格一物明日格一物格多則知進子曰吾甞終日不食終夜不寢無益不如學欲門人之問學而進也盖憫其居聖人之門不思及時而學自畫者也比若絶域殊俗其風習物産非臆度可審苟或幸值其人則必如飢渴之扵飲食惟恐其人之不乆留必急急詳辨無有遺憾也學子之居師門亦猶是也夫子雖常提耳導掖終鮮憤悱而深得惟顔氏之子日日請益今日得一事明日得一事有不學學之不能不措也有不問問之不知不措也有不思思之不得不措也有不辨辨之不明不措也有不行行之不篤不措也此之謂進也若有勝己而不従聽未聞則欠伸而顧他深微則不荅不曉則強辨好與雜類處此所謂止也古之善學者以知問扵不知以多問扵寡下問而不耻况有可師乎就師不逺千里况邇者乎或謂有事故或謂無騎乗或謂力不足多疾恙皆不進之題目今名爲學問而遇先覺則曰更求其賢殊不知人亾而便悔得暇則曰只待事了殊不知了後事又生甚至博奕逰走無所用心日退而已哀哉
< 출전 : 성호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