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 성모 발현 150돌] 1. 루르드 성지 제대로 순례하기
▶ 루르드 성지 입구
▶ 루르드 성지 입구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 순례 안내판
샘에 가서 물을 마시고 몸을 씻어라
루르드는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북쪽 산기슭에 위치한 소도시로 150년 전인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18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가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발현한 곳이다.
흰 옷에 하얀 베일과 파란 색 허리띠를 두르고 양발 위에는 노란 장미가 있는 모습으로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베르나데트에게 "나는 원죄없이 잉태된 자"(Immaculata Conception)라고 밝히며,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또 발현 장소에 "성당을 지을 것"과 루르드 샘물의 원천을 가리키며 그 물을 마시며 씻도록 했다.
루르드 성모가 마시고 씻도록 한 샘에서 4000여 건의 치유 현상이 일어났고, 교회가 공식적으로 기적이라고 선포한 것만 해도 지금까지 66건에 달한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루르드 발현 150주년을 기념해 루르드 성모 성지 곳곳을 안내한다.
루르드 가는 길
루르드 성지 가는 길은 항공ㆍ철도ㆍ도로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중 가장 편한 대중교통은 열차(TGV)다. 인천공항에서 파리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2편(오전 10시경, 오후 1시경,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 있음)이 있다.
항공편으로 파리에 도착하면 현지시각으로 대략 오후 3시와 6시가 된다. 간단하게 파리 시내를 관광한 후 밤 11시에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출발하는 야간 열차를 타고 루르드로 가면 가장 시간이 절약된다.
TGV 티켓은 한국에서 예약하는 것이 싸다. 예약은 인터넷 www.sncf.com이나 www.bahn.de에서 하면 된다. 이 두 사이트는 영어도 지원하므로 'DEPART FROM : PARIS, ARRIVE AT : LOURDE'를 입력하면 날짜와 열차 시간표가 뜬다. 그 중 원하는 일정에 맞는 시간대 열차편을 클릭해 예약하면 된다. 이것도 어려우면 TGV 티켓 한국 대행사인 '걸리버 여행사'(02-2170-6502)에 예약하면 된다.
인터넷 예약 티켓은 신용카드로 예약하기에 몽파르나스 역 창구에 가서 이름과 예약번호를 제시한 후 발권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국내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다면 떠나기 전 택배나 우편으로 티켓을 받는 것이 좋다. 열차는 정시에 출발ㆍ도착하므로 미리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표는 역 입구 기둥에 있는 '노란색 개표기'에 직접 개표를 해야 한다.
TGV로 파리에서 루르드까지 약 6시간 걸린다. 야간 열차는 밤 11시에 출발해 아침 7시경에 도착한다. 루르드 역은 우리나라 간이역 수준이다. 역에서 빠져나오면 각 호텔로 가는 셔틀 버스가 있다. 호텔 예약 역시 국내에서 하고 가는 것이 편하다.
도보 순례를 원하면 역에서 ''LA GROTTE''(동굴)라고 쓰여진 도로 표지판을 따라 가면 루르드 성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순례도 전략이 필요하다.
루르드 순례는 단체 여행인 경우 하루를 잡기도 하지만 최소 이틀 일정으로 잡는 것이 좋다. 개인 여행일 경우 여러날 묵으며 기도하기도 한다.
루르드 순례는 개인 및 단체별로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 같지만 성지측에서 진행하는 시간대별 예절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이뤄진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 중에도 여유와 개인적으로 하느님과 또는 성모 마리아와 교감할 수 있는 영적 시간을 가져야만 루르드 순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성지에서는 천천히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하면서 순례할 것을 권한다. 묵주기도는 빠르게 해치우는 기도가 아니라 관상기도임을 절대 잊지 말라. 다시 한번 절대 뛰지 말 것을 권한다. 주변을 보면 모든 순례자들이 느긋하다. 루르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한국인뿐이다. 이 곳 사람들 속담에 '뛰는 것은 개와 도둑 뿐이다'는 말이 있다. 도둑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여유있게 순례하라.
아침에 루르드에 도착했다면 일단 예약한 호텔로 가서 짐을 맡긴 후 오전 순례를 하고난 다음 점심 시간 때 호텔로 가서 방 배정을 받는 것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오후에 도착했다면 호텔에서 여장을 푼 후 바로 순례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성지로 들어서면 먼저 '로사리오 대성당' 오른편에 있는 식수대에 가서 물을 마시고 눈과 귀를 씻는다. 세속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정화'의 표현이다.
순례는 성모 발현 동굴에서 시작해 기념관-성 비오 10세 성당-성녀 베르나데트 생가-감옥방(카쇼)-성녀 베르나데트 세례 성당-성녀 베르나데트가 첫영성체를 한 호스피스 경당-십자가의 길-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동굴 성당-로사리오 성당 순으로 순례할 것을 권한다. 동선이 가장 짧기 때문이다.
놓쳐선 안될 순례 프로그램
▲ 침수
▶ 침수 순서를 기다리는 순례자들
침수는 오전 9~11시, 오후 2시30분~4시 두차례 있다. 침수를 기다리는 행렬이 길든 짧든 시간이 되면 문을 닫는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순례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친다. 침수는 남녀가 구별돼 이뤄지며 장애인 우선으로 진행된다.
봉사자 안내로 대기실에 들어서면 "속옷 외 옷을 모두 벗으라"라 한다. 순서가 되면 안내에 따라 침수실로 들어간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물 안에 들어가면 봉사자가 "정면에 있는 성모상을 보고 기도하라"고 한다. 기도를 마친 후 성호를 그으면 봉사자들이 양편에서 몸을 뒤로 눕혀 침수시킨다. 물에서 나온 후 수건으로 몸을 닦지 않고 옷을 입고 그대로 말린다. 신기하게도 금방 마른다.
▲ 성모 발현 동굴 미사
▶성모발현동굴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순례자들
성모 발현 동굴 미사는 매 시간 이어진다. 하지만 고요한 가운데 미사에 참례하려면 새벽 6시 첫 미사에 참례하라. 미사 후 동굴 주위를 돌며 기도하고, 전례때 사용할 초를 봉헌하는 것도 좋을 듯.
▲ 성체강복
▶ 성 비오 10세 성당의 성체 강복 예식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루르드 성 비오10세 성당에서 '성체강복'예식이 거행된다. 순례자들과 병자, 세계 각국에서 모여온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다함께 참례하는 장엄한 예식이다.
▲ 야간 묵주기도 행렬
▶ 야간 묵주 기도 행렬
밤 8시 30분이 되면 성모 발현 동굴에서 출발해 성지 광장을 지나 로사리오 대성당 앞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는 예식이 거행된다. 성당 입구에는 성가대와 각국 대표들이 나와 묵주기도를 선창하고, 순례자들은 촛불을 들고 다함께 라틴말과 각국 언어로 기도한다.
기도할 것을 당부한 루르드 성모의 권유에 따라 시작된 이 야간 묵주기도는 회개와 감동,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는 단순하지만 장엄한 예식이다.
루르드 성지 안내도
1. 성모 발현 동굴 2. 침수장소 3. 병자들을 위한 십자가의 길 4. 동굴 맞은 편 뜰 5. 병자 순례자들을 위한 새 숙소 6. 식수대 7. 로사리오 대성당 8. 1일 순례자들을 위한 성지안내 사무소 9. 젊은이들을 위한 사무소 10. 성녀 베르나데트 제단 11. 동굴 성당 12.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13. 십자가의 길 14. 화해경당 15. 사제관 16. 가난한 이의 거리 17. 베르나데트 극장 18. 가톨릭에 관한 안내소 19. 순례자 사무소 20. 만남의 방 21.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상 22. 노틀담 안내센터 23. 성 요셉 성당 24. 성 미카엘 수도원 25. 성 비오 10세 성당 26. 성모 마리아 군대 27. 기념관
[평화신문, 제953호(2008년 1월 13일), 리길재 기자]
[루르드 성모 발현 150돌] 2. 루르드 성모 발현 동굴
성모님의 따스한 품인 양 아늑한 그곳에서 치유의 기적이...
루르드 성지를 개괄적으로 파악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순례를 시작하자. 매년 루르드를 찾는 순례자 400여만 명은 누구할 것 없이 제일 먼저 성모 발현 동굴을 찾아간다.
성모 발현 동굴은 루르드 도심을 가로지르는 가브 강가 절벽 한 가운데에 있는데 주민들은 이곳을 '마사비엘'(massabielle)이라 부르고 있다.
마사비엘은 루르드 성지 중에서 성모님의 따스한 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아늑한 곳이다. 이 곳은 루르드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헤아릴 수 없는 회개와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시작점이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던 바로 그 장소에는 목격자 성녀 베르나데트의 증언에 따라 발현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성모상이 서 있다.
베르나데트의 목격 증언에 따르면 루르드에 발현한 성모는 "이 세상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머리에 후광이 빛나고 흰 옷에 하얀 베일과 파란색 허리띠를 두르고, 두 손은 가지런히 합장을 한 채 묵주를 오른 팔에 늘어뜨리고, 맨 발 위에 노란 장미가 있었다"고 한다.
성모상 아래에는 'QUE SOY ERA IMMACULADA COUNCEPCIOUN'(나는 원죄없이 잉태된 자이다)라는 라틴 말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 '마사비엘'(massabielle)이라 불리는 성모님 발현 동굴.
▶ '마사비엘'(massabielle) 동굴을 순례하는 순례지들
루르드 성모의 주요 메시지
성모 마리아는 150년 전인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이 동굴에서 땔감을 주우러 온 14살의 가난한 소녀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성인, 1844~1879년)에게 18차례 발현했다. 특히 성모 마리아는 2월 18일 세 번째로 발현해 베르나데트에게 보름간 계속 동굴에 와 줄 것을 부탁하고 이 기간 동안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프랑스 교회는 이 날을 특별히 기념해 베르나데트 성녀 축일을 선종일인 4월 16일이 아닌 2월 18일로 지내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베르나데트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라" "죄인의 회개를 위한 상징으로 무릎을 꿇고 땅에 입맞춰라" "당신이 가르킨 곳에 샘을 파 그 샘물을 마시고 씻도록 하고, 이 곳에 성당을 지어라" "나는 원죄없는 잉태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자신의 단순성을 드러내는 듯한 이 메시지는 루르드를 찾는 모든 순례자들을 무릎 꿇어 회개하게 하고, 물로써 새로 나게 하고 있다.
▶ 성모님 발현시 남긴 말씀이 우리말로 쓰여 있다
기적수 발원지
마사비엘은 순례자들이 '기적수'라고 하는 샘물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성모 마리아는 아홉 번째 발현 날인 1858년 2월 25일에 베르나데트에게 자신이 가르킨 곳을 파서 그 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씻도록 했다.
베르나데트는 샘을 파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성모 마리아는 마치 우리가 세례 때 물과 성령으로 죄에서 해방되었듯이 그리스도의 새 몸을 입을 것을 원하신 것을 아닐까?
마사비엘 안으로 들어가면 성모 마리아의 지시로 베르나데트가 손으로 판 샘물의 발원지를 직접 보고 그 물을 마실 수 있다. 유리판을 덮어 잘 보존하고 있는 이 수원지에서 지금도 하루 12만2400리터의 샘물이 샘솟고 있다.
▶ '마사비엘'(massabielle) 동굴 안에 기적수 발원지
제대로 순례하기
마사비엘은 언제나 붐빈다. 루르드를 찾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이 곳에서 기도하기 때문이다.
홀로 조용히 성모 마리아와의 깊은 대화를 원한다면 새벽에 이 곳을 찾아라. 계절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지만 루르드는 일반적으로 새벽 5시께 개방해 밤 12시께 문을 닫는다.
마사비엘에선 매일 첫 미사가 새벽 6시께 봉헌된다. 어느 나라 말이건 새벽 공기를 깨우는 기도는 세상의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다. 이른 새벽 루르드 샘물 한 모금으로 심신을 깨우고 피레네 산맥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새벽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더없이 상쾌한 일이다.
일정상 낮에 마사비엘에 도착했다면 먼저 동굴 앞에서 미사 참례를 하거나 기도한 후 강 건너 동굴 맞은 편 정원 벤치에서 동굴 전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꼭 갖길 추천한다. 그 어떤 이라도 그 자리에선 철학자가 되고 기도하는 신앙인이 된다.
동굴 앞에선 성모 마리아가 원한 것처럼 무릎을 꿇고 묵주기도를 드린 다음 땅에 입을 맞춘다. 머리를 떨구는 것은 마치 십자가 위에서 고개를 떨구신 예수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는 사랑과 겸손의 표현이다. 자신을 낮추는 이 겸손의 표현은 하느님의 사랑 앞으로 우리를 분명히 끌어줄 것이다.
무릎 묵주 기도를 마치면 마사비엘 안으로 들어가라. 동굴 벽면에 손을 대며 묵주기도를 하며 천천히 걸으면 성모 마리아의 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굴을 돌아 나오면 성모상 아래 바위에다 성모께 대한 사랑과 존경의 의미로 입맞춤하고 나온다.
마사비엘에는 365일 초가 꺼지지 않는다. 초 봉헌을 하려면 동굴 근처에 있는 무인 판매대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 1유로부터 5유로까지 있다. 구입한 초는 동굴 앞과 오른편에 있는 초 봉헌대에 봉헌하면 된다.
마사비엘 동굴을 순례한 기념으로 무인 판매대에 가면 루르드 성지 메달 자판기가 있다. 메달도 성모상, 성당, 동굴 등 여러 종류다. 2유로를 넣고 마음에 드는 메달을 골라 기념품으로 간직해도 좋을 듯하다. 꼭 2유로 짜리 동전을 넣어야 한다. 다른 동전은 그냥 삼켜버리고 만다. [평화신문, 제954호(2008년 1월 20일), 리길재 기자]
[루르드 성모 발현 150돌] 3. 성모 발현 동굴 위에 지어진 성당들
하나처럼 보이지만 독립된 3개 성당
▶ 루르드 성모 발현 동굴 위 세 성당 - 맨 위 종탑이 있는 성당이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이 성당 정문 입구 아래 계단 밑 작은 문이 보이는 곳이 '동굴 성당', 원형 돔이 있는 성당이 '로사리오 대성당'이다.
루르드 성지에 들어서면 웅장한 대성당과 마주하게 된다. 여느 유럽 도시 주교좌성당처럼 광장을 낀 고딕풍의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이 성당은 장대한 하나의 건축물로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3개의 성당 건축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세 성당은 아래에서 위로 '로사리오 대성당', '동굴 성당',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이곳에 성당을 지어라
이 세 성당은 성모 마리아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한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에 지어졌다. 이곳에 아름다운 성당이 세워진 연유는 바로 루르드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는 1858년 3월 2일 13번째 발현에서 베르나데트에게 "사제들에게 전해 이곳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게 하고, 이 곳에 성당을 짓게 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루르드 성모 발현 4년 후인 1862년 1월 18일 루르드 관할인 타르브교구장 로랑스 주교는 성모 발현을 공식 인정한 후, 성모 마리아의 소망에 응답하기 위한 성당을 동굴 위에 지을 것임을 밝힌 후 곧바로 성전 건립에 착수했다.
동굴 성당
'동굴 성당'은 루르드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지금은 위 아래 큰 성당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놓치기 십상인 작은 성당이다.
▶ 동굴 성당 내부 전경 (동굴 성당은 루르드 성지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성당으로 지금은 성체조배실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성당은 로사리오 성당 지붕격인 황금색 '천상모후의 관' 뒤편,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정문 계단 중앙 교황 초상 아래에 위치해 있다. 동굴 성당은 1862년 착공해 1866년 5월 19일에 완공됐다. 타르브교구장 로랑스 주교가 주례한 성당 축복식에는 베르나데트도 참례했다.
동굴 성당은 이름 그대로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에 지어졌다. 제대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기념해 발현 장소 바로 위에 설치했다. 그래서 동굴 성당은 성모 발현 동굴과 함께 '루르드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다.
동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소박함과 단순성을 묵상하게 하는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숙연해진다. 화려한 장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3개의 뾰족 아치와 28개의 대리석 기둥이 전부이다. 대리석 기둥도 하단부는 흑색, 상단부는 밝은 미색으로 구분해 멋을 냈을 뿐이다. 성당 내부는 폭 10m, 높이 4.2m, 길이 25m. 신자석도 휠체어 5대가 들어갈 공간과 120명이 앉을 자리가 고작이다.
성모 발현 장소 바로 위에 있는 중앙 제대는 1966년과 1973년 개수됐고, 24시간 내내 성체가 현시돼 있다. 제대 뒤편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안치돼 있다. 한 마디로 오늘날 동굴 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한 '성체 조배 성당'인 셈이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13세기풍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1866년에 착공, 1871년에 완공됐으며 1876년 7월 2일 봉헌됐다. 성모 발현 동굴로 부터 20m 높이의 절벽 꼭대기에 지어졌을 뿐 아니라 세 성당 중 가장 위에 있다해서 '윗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성당은 길이 51m, 너비 21m의 대리석 건축물로 종탑 높이만 70m가 된다.
▶ 성모 마리아의 생애와 루르드 발현사건, 성녀 베르나데트의 일생을 그린 색유리화로 장식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내부.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동굴 성당의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이다. 웅장하고 화려하다. 동굴 성당이 소박한 시골 처녀 같다면 이 성당은 명문가의 귀부인 같은 분위기다.
대성당 중앙 제대를 중심으로 15개의 경당이 있다. 각 경당들은 로사리오의 성모, 승리의 성모, 가르멜 산의 성모 등에게 봉헌됐다. 중앙 제대 상단부 3개의 창에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주제로, 나머지 23개 창에는 루르드 성모 발현과 성녀 베르나데트의 일생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천정에는 샹들리에들이 매달려 있고, 내벽은 순례자들이 봉헌한 '성모 깃발'과 '대리석 봉헌판' '유물함 은궤'들로 꾸며져 있다.
로사리오 대성당
로사리오 대성당은 순례자들이 너무 많아 윗 성당들 만으론 감당할 수 없어 지어진 성당이다. 이 성당은 돔이 있는 신 비잔틴 양식으로 1881년 착공, 1889년에 완공된 후 1901년 10월 6일 봉헌됐다. 로사리오 대성당은 많은 수의 순례자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설계돼 신자석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성당 크기가 길이 52m, 너비 48m에 불과하지만 2000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로사리오 대성당의 외형은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인 물고기와 밀알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돔 위에는 황금색 '천상 모후의 관'이 모셔져 있다.
"성모님이 항상 묵주를 들고 나타나셨다"는 베르나데트의 증언을 토대로 이 성당은 묵주기도 환희ㆍ고통ㆍ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는 15개 경당으로 꾸며져 있다. 각 경당마다 묵주기도 각 신비의 주제를 나타내는 모자이크화를 장식해 놓았다.
▶ 로사리오 대성당 내부 벽화(묵주기도 15단이 벽화로 사진과 같이 배열되어 있다)
▶ 로사리오 대성당 천정 돔
제대로 순례하기
성모 발현 동굴 제대에서부터 찬찬히 세 성당을 둘러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고딕과 비잔틴 양식의 차이점을 음미하면서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동굴 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해 4월에서 10월까지 한 밤부터 새벽 7시까지 성체조배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24시간 성체가 현시돼 있기에 침묵을 지켜야 한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선 세계 각 교구에서 봉헌한 성모 마리아 깃발을 빠트리지 말고 볼 것을 추천한다. 민족별 교구별 성모 신심이 어떠한지를 가늠해 보는 흥미를 제공해 준다.
▶ 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 봉헌판
또 중앙 제대 왼편 경당 벽면에는 있는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 봉헌판도 놓치지 말라. 1876년 이 성당 축성 당시 리델 주교와 리샤르, 블랑 신부 이름으로 봉헌한 이 석판에는 "조선 반도의 선교사들이 바다에서 심한 풍랑으로 고생하던 중 원죄없으신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구원되었음을 기념해 서약에 따라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루르드 대성전에 이 석판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평화신문, 제955호(2008년 1월 27일),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