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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대미산 구간 (2002.4.14)
구간: 하늘재-포암산-938봉-1032봉-부리기재-헬기장-826봉-981봉-대미산-찻갓재-(생달리)
성산회 간사를 그만두고 모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 동안 가고싶던 백두대간을 시작하기로 한다. 토요일 오전 도봉산 냉골코스를 타고 신선대까지만 하고 하산을 했다. 너무 무리하면 10여 시간 이상 산행에 지장을 줄까봐..그래도 다리는 좀 묵직한 맛이 들어 동창 예식장도 안가고 집에서 푹 쉬었다.
토요일 저녁 9시, 집을 나서 10시10분전 신도림역에 내려 기아특수강 앞으로 가니 휴대폰이 울린다. 만난 적은 없지만 오늘 약속한 "자유인 클럽" 한 대장님이 길 건너편 어릿대는 우리를 보고는 전화를 하는 것 같다. 부천에서 출발한 버스는 예정보다 8분 늦게 도착되고 한 대장과 우리 그리고 모자쓴 한분을 태우고 사당,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을 거쳐 궁내동 톨게이트에서 분산해서 등산객을 태운다.
모두 25명이 참가했는데, 나와 마누라를 제외하고는 20차 백두대간을 해오면서 모두 구면이고 친숙한 관계인 것 같다. 마누라외 2명의 여자가 끼고 나보다 년령이 많아 보이는 남자가 두어명 더 있어 대간을 타는 재빠른 산행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나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 갈아 앉는다.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용인휴게소에서 잠시 쉰 후 출발하면서 소등을 하고 모두 취침에 들어간다.
차는 오늘 산행 들머리인 하늘재에 도착되고 버스기사는 엔진을 꺼서 잠자는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잠에서 깬 시각이 아마 3시는 될성싶다. 약속한 3:30에 한 대장께서 잠을 깨운다. 잠시 밖에 나가 어둠 속에서 여기가 어딘가 두리번거리고 GPS를 초기 워밍업 하는 동안 추위로 몸이 떨려온다.
하늘재 하늘재를 올라온 길은 포장이 되어 있고, 넘어서 가는 길은 아직 개통이 안된 것 같은 비포장이다. 그 길이 뚫려 있는지는 어두워서 보이질 않는다. 큼지막한 포함산 안내도와 산불감시용 입산 통제소가 길옆에 서있다. 해발 525m 하늘재는 문경시 관음리에서 충주시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남에서 북으로, 현세에서 미래로, 관음세계 에서 미륵세계로 넘어간다는 유서 깊은 고개이다 회원들을 밖으로 모이게 하고는 몸을 푸는 체조를 5분여 하고는 오전 4시 후래쉬를 비추면서 등산로로 들어간다. 입산금지 플랑카드를 밑으로 지나 평탄하던 길은 곧 가파른 오름으로 변하고 포함산 (961.8m)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오르막이다. 선두 한 무데기는 점점 멀어져 이내 보이지 않게 되고 후미 구룹을 따라가던 나와 마누라는 어느덧 후미를 제치고 홀로 올라가게 된다.
포암산 그 가파른 길을 새벽이라 그런지 한번도 쉬지 못하고 올라 4:50 포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빠른속도의 바람이 불어대는 그곳에서 몇 사람은 어둠 속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박고 있고, 우린 그들을 뒤로하고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얼마 안 있어 가이드 한사람이 우릴 따라와서는 청바지에 노란 티를 입은 마누라의 등산복장을 탓하고 등산 방법등에 대한 주의사항들을 일러준다. 그다지 힘들지 않는 오르막 내리막을 몇 개 한 후 938M봉 아래 관음재, 만수봉과 대간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5:50). 여기서 잘못 주의하지 않으면 만수봉으로 가기 쉽단다. 지리산-백두산의 갈림길이라고 이정표를 세워 놓았다. 아직도 어두운 그곳에서 사진을 박는다.
다시 884, 987, 809, 844M봉들을 낑낑대고 넘자 우측 수색골로 탈출하는 길이 나온다 (6:40) 그리고 6-7명이 모여서 식사들을 하고 있다. 우린 아침용으로 연양갱, 인절미, 찹살 쵸코를 준비했는데, 너무 힘이 드니 이들을 꺼내 먹기도 귀찮고, 물이나 한 모금 마시고는 다른 사람들 보다 뒤 처지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행진에 또 행진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운이 빠져 더 이상 걸을 기력이 없다. 잠시 배낭을 뒤저 찹쌀쵸코와 Gurt를 입에 넣고는 계속 행진이다. 역시 쵸코는 흡수속도가 빠른지 링거 맞은 환자처럼 금방 힘이 회복된다.
눈앞에 우뚝 선 봉우리 (1,032m)가 대미산인 것 같아 마지막 힘을 발휘하여 완만한 오름을 계속한다. 또 한패의 선두 구룹이 이곳에 모여 앉아 식사들을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마누라는 내 뒤에 오게 되고 난 제일 앞장서서 이 봉우리를 넘게 되었다. 산죽이 나타난다. 바람소리도 요란스럽게 울려대고...정상에 올라서서 한 대장에게 전화를 하려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객인 내가 제일 먼저 정상에 서게 됐습니까?" 그러나 그 정상은 대미산이 아니었다.
대미산 그 봉우리를 넘어 완만한 내리막을 오래도록 걷고, 마누라가 전화를 걸어 내가 너무 앞서 간다고 잔소리를 한 후 기다려 마누라를 대동하고, 또 평원 같은 길을 한없이 지루하게 지난 후, 1,034, 1,032M봉들 그리고 우측 탈출로가 있는 부리기재를 지나 한참을 오른 후에 9:10 대미산 정상 (1,115M) (GPS 동경 36*48'36.4" 북위 128*13'08.5" 1,137m)에 도착하였다. 물론 그 동안 선두 구룸은 나와 마누라를 제치고 앞서가고...정상에서 먼저 도착한 선두 구룹이 소주를 권한다. 지도를 놓고 저기가 하설산, 뒤쪽어디가 주홀산, 우측 저 멀리 소백산 그 위에 기상돔 (난 보이질 않는데 이들은 농담으로 하는 말인가 보다) 그리고 동쪽으로 이들의 다음 차례인 황장산, 아무래도 난 GPS의 좌표계산을 잘 못했나 보다. 아무리 보아도 세트한 위치와 실제위치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어느 산행을 가건 제일 선두에 서서 운행하던 난 마누라와 함께 해서 그런지 산행 속도로 보아 중 상위에 속해 있었다. 제일 후미 구룹이 9:35에 도착했으니 이들의 산행 속도는 그 동안 20여 차례 대간 산행을 하면서 많이 평준화 고속화되어 있었다.
정상 기념사진을 박고는 하산한다. 말이 하산이지 1,051m와 4개의 900여m 봉우리들을 넘고 넘는 2시간의 내리막 오르막은 힘 빠진 두 다리를 스틱에 의존하게 했고 지졉기만 하다. 정상에서 직진을 하면 여우재로 가는 길이고, 정상에서 좌측으로 가서 5분여 거리에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는데, 그 밑 70m지점에 눈물샘이 있단다. 그리고 그 샘에서 바깥 생달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지만 백두대간을 하는 오늘의 계획은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있는 봉우리들을 넘고 넘어야 했다.
찻갓재 10:00 우측에 헬기장이 있는 3거리에 왔다. 여기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지겨운 운행을 하면서 11:40 찻갓재 송전탑에 도착했고 우린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그대로 진행하면 816m 봉우리를 하나 넘어 작은 찻갓재를 지나 황장산으로 이어진다. 찻갓재 북쪽 경사지에는 두릅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2m는 훨씬 넘는 나무를 잡고 마누라의 이것도 저것도 하는 재촉에 손가락에 피를 흘리면서 두릅을 땃다.
안생달 다시 경사길을 하산하니 개천이 나오고 오늘 종착지인 안생달 마을이다 (12:00). 오늘 지도상 거리 18Km (실제거리 35Km), 산행 예상이 9-10시간에 비하면 8시간 산행은 상당히 빠른 운행이었다. 경상도 말씨의 한 무데기 등산 꾼이 버스에서 내려 황장산을 오른다. 버스는 올라올 수 있는데 까지 와서는 커다란 석유 버너 위에 알미늄 국솥을 올려놓고 청국-돼지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여름같이 무더워진 화창한 날 시원한 개울물에 발을 씻고 세수를 한다. 그리고는 군용 항고에 넣어온 상추에 밥을 싸고 소주를 한잔 곁들이고 금방 따온 두룹을 씻어 된장을 푹 찍는다. 안생달에는 양조장이 있어 조그만 병의 약주를 박스채로 사다가 마감주들을 한다. 마을 어귀에 황장산 안내판이 서있고, 서울 번호를 단 승용차 유리에는 산림감시원이 "산불방지 기간 중 입산한 것으로 판단되어 벌금 20만원부과대상"이란 딱지를 붙이고...14시 이곳을 출발, 충주호의 구담-옥순봉 휴게소에서 잠시 쉰후 충주-내고향 생극-안성IC-경부고속도로를 타고 7:30분 경 양재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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