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미(Anomie) 연구로 잘 알려진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은 사실 사회학자인 동시에 교육학자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학교란 사회의 축소판이며,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종교적, 도덕적 규범 등을 학생들에게 내면화시킴으로써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게 하는 사회유지 체계의 핵심이다(기든스, 2014).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굳이 군복을 입은 교련 교사를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권위적 군사정권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등장인물들이 학교에서 보이는 행태나 교사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권위주의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묻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이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1987년의 시민항쟁이 발생한지도 벌써 30년 이상 지났다. 그사이 사회 곳곳에서 독재와 권위주의의 잔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지만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학교의 경우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여전히 학교는 사회적 불평등을 양산하는 기제의 핵심이며, 숨겨진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에 의해 학생들이 불합리한 현실에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권력 장치일 뿐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박민영, 2017). 이러한 점에 있어 최근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학교의 민주주의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려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학교 민주인권친화도’ 조사와 경기도교육청의 ‘학교민주주의 지수’ 조사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학교 민주인권친화도’ 조사의 경우 교육청이 시행하는 민주인권향상 정책의 효과성을 살펴보기 위해 2011년 지표를 개발하였으며, 2013년 첫 조사가 시행된 이래 2017년까지 총 세 번의 조사가 격년으로 진행됐다. 2015년 두 번째 조사는 기존 항목을 조금 수정하여 실시한 반면, 2017년 조사에서는 기존의 대분류를 [학교문화], [학교구조], [민주시민교육 실천] 등 세 개 영역으로 새롭게 분류하였다. 학생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용 설문을 별도로 작성하였으며, 2017년을 기준으로 학생 2,260명, 교직원 1,945명이 참여하였다(강석 외, 2017).
이 조사에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조사되고 있는 몇몇 항목들을 비교해보면 많은 문항에서 민주인권친화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렇지 못한 문항도 있었다. 예를 들면 소분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언론의 자유’ 항목은 “학교신문, 방송, 교내 게시판, 홈페이지 등을 통한 학생들의 언론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관해 질문하고 있는데(강석 외, 2017: 137) 이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그림 1]과 같이 2013년 조사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1).
1) 2017년도 조사에서 긍정적 답변의 비율이 많이 증가한 이유로 2015년에는 5단계 Likert 형태의 응답범주를 사용한 반면, 2017년도에는 4단계를 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음이 언급됨(강석 외, 2017: 136).
[그림 1]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 비율 (강석 외, 2017: 137)
그에 비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해당하는 ‘가정형태에 따른 차별’ 문항은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의 가정적 특성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묻고 있는데,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2015년 조사에서는 존재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소폭 감소했다가 2017년 조사에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강석 외, 2017).
[그림 2] 가정형태에 따른 차별 존재 여부 (강석 외, 2017: 150)
경기도교육청의 ‘학교민주주의 지수’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학교 민주인권친화도’에 비해 늦은 시기인 2015년에 개발연구가 진행되었지만, 2015년 첫 조사부터 3개 영역, 9개 중분류 체계를 명확히 확립하였다는 점에서 시계열적 자료로서 가치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교 민주인권친화도’ 조사와는 달리 조사대상에 학부모를 포함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3개 대분류 영역에서 [학교문화]는 ‘민주적 가치체계의 형성과 공유’, ‘민주적 소통과 수평적 관계 맺기’,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의 중분류 항목으로 구분된다. 또한 [학교구조]는 ‘학교민주주의를 위한 인적, 물적 자원과 토대’, ‘민주적 리더십 구축하기’,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제 구축하기’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으며, [민주시민 교육 실천]은 ’교육과정 속에서의 민주시민역량 함양’, ‘학교생활 속에서의 민주시민역량 함양’, ‘학교 안과 밖의 연계를 통한 민주시민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중분류는 추가로 2~3개의 소분류 항목으로 나누어지며, 각 소분류 항목은 개별 설문문항을 통해 측정된다(장은주 외, 2015).
<표 1>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주의 지수 조사 내역 및 수치
조사년도(출처) | 2015년 (경기도교육청, 2016.01.21.) | 2016년 (경기도교육청, 2016.12.13.) | 2017년 (김춘성, 2017.12.14.) |
전체 지수(백분율 환산) | 71.4 | 76.3 | 77.5 |
3대 대분류 | 학교문화 | 71.2 | 78.0 | 78.7 |
학교구조 | 71.6 | 75.8 | 76.8 |
민주시민교육실천 | 71.4 | 75.1 | 76.9 |
조사기간 | 2015.11.16.~11.30. | 2016.09.26.~10.28. | 2017.09.25.~10.29. |
참여 학교 수 | 약 2,000여 개 | 2,293 | 2,431 |
참가자 수(교직원, 학부모, 학생 포함) | 약 28만 9천여 명 | 432,802 | 439,492 |
경기도교육청의 학교민주주의 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지수 및 주요 분류 항목에서 지수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1> 참조). 지난해 조사된 전체 조사지수는 첫 조사인 2015년과 비교해서 약 6점이 증가하였으며, 나머지 3대 대분류에 해당하는 점수들 역시 향상되는 추세를 나타낸다. 또한 지난 3년간 일관되게 초등학교의 민주주의 지수가 중·고등학교에 비해 높았으며,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더 나은 지수 값을 나타내고 있다.
[참고문헌]
강석, 나판수, 문선희, 오화진, 장선희, 정창홍, 함형인(2017). 2017년 민주인권친화도 실태조사. 광주광역시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
경기도교육청(2016.01.21.). 경기도 학교 민주주의 지수 71.4점–21일, ‘학교 민주주의 지수 분석 결과’ 발표. 보도자료.
경기도교육청(2016.12.13.). 2016 경기도 학교민주주의 지수 76.3점-13일, ‘학교민주주의 지수 분석 결과’ 발표.보도자료.
김춘성(2017.12.14.). 경기도 학교민주주의 지수 77.5점... 전년비 1.2점 증가↑. 머니투데이.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121411531280438&outlink=1&ref=http%3A%2F%2Fsearch.daum.net
박민영(2017).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가 배운 모든 악에 대하여. 서울: 인물과 사상사.
장은주, 박선영, 송신철, 장경훈, 정경수, 홍석노(2015). 학교민주주의 지수 개발 연구(II): 지표 체계와 평가도구 개발. 경기도교육연구원.
Giddens, A., & Sutton, P. W. (2014). 현대사회학(7판) (김미숙, 김용학, 박길성, 송호근, 신광영, 유홍준, 정상호 공역). 서울: 을유문화사 (원제: Sociology, 7th Editio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