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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구는 세계당구계의 흐름과는 달리 유독 4구와 3쿠션이 성행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10개 중에 무려 8~9개를 차지하는 스누커와 포켓볼은 아직도 찬밥이고,
이런 형태는 앞으로도 쉽게 바꿔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캐럼당구로 일컬어지는 4구와 3쿠션은 정상적으로 성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캐럼당구대의 규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엘리트선수들의 국제경기 등에 사용되는 국제식 대대(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이고
또 하나는 국제식 중대(포켓볼 규격과 동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당구장에 설치되어 있는 국내식 중대(보급형 중대)는 국제식 중대보다
약간 적은 규격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희한한 당구대이다.
일본을 통해 도입된 왜곡된 규격의 이 당구대가 전 세계 모든 국가(일본도 포함)에서
자취를 감춘지가 수십 년이 되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만 굳세게 유행하고 있다.
당구공은 어떠한가?
당구공도 국제식 대대에 사용하는 3쿠션용 공(61.5mm)이 있고 이보다 조금 더 큰
63.5mm의 공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65.5mm의 4구공이 있다.
이 65.5mm의 4구공 역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세계 당구공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벨기에 살뤽 회사에서 한국에만 공급하는
수출품으로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어떤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규격의 국내식 당구대에서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4구공으로, 4구와 3쿠션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국내식 중대에서 61.5mm의 3쿠션 공을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기형적이다.
당구대의 규격에 따라 사용하는 공의 크기가 결정되므로 국내식 중대에는
그냥 65.5mm인 4구공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은 덜 기형적인 것이 되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손재주가 좋다는 한국인이지만 이런 시스템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처음 당구를 접할 때 작은 국내식 중대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65.5mm의 공으로 당구를 즐기다가 본격적으로 당구선수를 지망할 때쯤이면
그제서야 국제식 대대에서 공을 치게 되는 한국의 당구상황은 국제화를 지향하는
요즘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국내식 중대 위주의 틀이 국제식 대대로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국제식 중대로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당구대 제조회사는 국제식 중대를 만들어 보급하고 당구장 경영주들은
한 두 대 씩이라도 국제식 중대를 설치하여야 한다.
국제식 중대에서 61.5mm의 공으로 3쿠션을 치는 것은 국제식 대대에서와 같은 시스템이
적용된다.
그리고 고무쿠션의 강도와 높이를 조정하면 이 국제식 중대에서 61.5mm의 공과
63.5mm의 공을 같이 사용해도 무방하다. 즉, 고점자들은 61.5m의 공으로 3쿠션을 즐기고
중. 하점자들은 63.5mm의 공으로 4구나 3쿠션을 치면 지금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한 당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작은 공은 여성들도 힘을 안들이고 당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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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 Kristofferson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