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도 옥녀봉
이 승 철
거제도에 옥녀봉이 4곳 있다. 일운 옥녀봉, 칠천도 옥녀봉, 가조도 옥녀봉, 둔덕 옥동 옥녀봉이다. 옥녀봉에 대한 지명은 그 외도 남해안 지역에 여러 곳 있다.
가조도 옥녀봉은 가조도 북단에 우뚝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삿갓을 엎어 놓은 것 같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한복을 곱게 입고, 바다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치마폭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태고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옥녀봉에 대한 전설은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하다.
하늘나라 선동(仙童) 총각과 옥녀가 사랑을 하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옥녀가 땅으로 귀양 와서, 섬이나 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가조도 옥녀봉은 산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산 정상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있다. 이 제단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천단(祭天壇)이다. 날이 가물거나 비가 오지 않을 때나, 마을에 재앙이 생길 때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제천단에서 제사를 지내면 모든 재앙이 물러가고, 섬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옥녀봉에 대한 전설은, 아주 먼 옛날에 하늘나라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예쁜 딸이 있었는데, 얼굴이 천하일색이다. 그 미모를 한번 보면 남자들은 넋을 잃을 정도다.
얼굴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데다, 하늘나라에서 제일가는 옥황상제인 임금님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 인기는 대단했다. 그 딸의 이름은 옥녀(仙官=玉女)였다.
총각들은 아름다운 옥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부마가 되는 것이 소원이다.
옥녀는 터질 듯한 꽃봉오리같이 풍만한 자태였다. 그 모습은 결혼 정년 기였다. 이 시기를 놓치면 꽃이 피었다 시들어지는 것과 같아서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하늘나라에서 권세가 제일 높은 옥황상제의 딸로, 옥녀와 결혼할 상대자가 없었다. 옥녀는 좋은 배필감이 나타나지 않아서, 고심을 하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이었다.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여 꽃향기를 피우고, 벌 나비가 춤추는 정원을 옥녀가 거닐고 있었다. 만물이 생동감 넘치는 봄을 만나 처녀의 가슴은 아지랑이처럼 연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타오르는 연정을 위로하기 위해 만화경(萬化鏡)으로 하늘나라 여러 제후(諸侯)가 다스리는 나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북극성 나라에 있는 태자의 모습을 보고, 옥녀는 사랑에 빠졌다.
옥황상제는 제후국 중에서 북극성 나라를 제일 미워했다. 그 나라 태자와 사귄다는 소문을 듣고 옥황상제는 딸을 불러놓고, “앞으로 북극성 태자와 만나서는 안 된다. 이 아비의 영을 거역하면 큰 벌을 내리겠다.”
황제는 딸에게 금족령을 내렸지만, 사랑에 빠진 옥녀는 지옥에 가서라도 그 총각과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런 사실을 안 황제는 딸을 여러 차례 불러서 달래도 보고, 꾸짖어도 봤지만 옥녀는 그 총각에게 정신을 빼앗겼다.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자, 옥황상제는 옥녀를 거제도에 내려보내어 귀양살이를 하게 하였다. 거제도로 귀양 온 옥녀는 밤마다 하늘나라에 있는 총각을 애타게 불렀다. 애절한 사랑의 호소에 하늘나라 총각이 별빛을 타고 내려와서 옥녀와 사랑을 속삭였다.
이런 광경을 본 옥황상제는 화가 나서, 옥녀를 가조도 섬으로 만들어 총각과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섬이 된 옥녀는 총각을 잊지 못하고 매일 그리움의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 섬이 가조도 옥녀봉이다. 사랑은 하늘도 말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옥녀봉 주변에는 옥녀와 관련된 지명이 많이 있다. 옥녀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올 때 오색 무지개 비단 폭에 줄을 타고 내려온 줄 탄 등이 있고, 옥녀가 내려올 때 선녀들이 옥녀를 보호하며 내려 왔다가 바위가 된 선녀바위, 신선들이 장구를 치면서 환호하였던 장구통바위, 옥녀가 샘물을 길었던 옥녀 샘, 거문고를 타면서 놀았던 거문고 등이 있다.
이런 전설이 담겨 있는 가조도 옥녀봉은 1970년까지는 칠월칠석과 백중날, 그리고 팔월 보름날에는 이웃, 고성, 통영 거제에서 선남선녀들이 옥녀봉에 와서 노래자랑과 씨름 등,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특히 옥녀샘물을 마시면 얼굴이 예뻐진다고 하여, 이때가 되면 옥녀 샘 주변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노처녀 노총각은 보름날 밤에 북극성에 기도를 드리면, 사랑의 소원을 이룬다고 하는 옥녀봉, 그 전설 만큼 사랑의 연가가 파도를 타고 바람결에 들여온다.
첫댓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보내세요